[노후건강 트렌드①] 월 35만원에 멈춘 기초연금, 물가가 깎는 노인의 건강비

수급 노인 290만명 물가연동 제외…연평균 본인부담 진료비는 125만2000원

2026-09-02     김 규운 기자
삶의 질은 회복되는데 노후는 불안…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불균형 [2025 사회조사]  국민 10명 중 7명이 노후를 준비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국민·직역연금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구조가 드러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  사진=2025 11.11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2027년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약 290만명의 월 지급액이 35만원으로 동결된다. 소득 하위 30∼45% 수급자는 물가를 반영한 35만9000원을 받지만, 45∼70% 구간에는 물가연동이 적용되지 않는다. 월 9000원의 차이는 1년이면 10만8000원이다. 약값과 식비, 냉난방비를 매달 부담해야 하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은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비이기도 하다.

정부는 1일 2027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과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현행 소득 하위 70%의 목표수급률은 유지하면서 수급자를 소득 수준에 따라 세 구간으로 나눠 지급한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약 348만명은 월 38만원을 받는다. 30∼45% 구간의 약 174만명에게는 물가를 반영한 35만9000원이 지급된다. 45∼70%에 속한 약 290만명은 현행 수준인 월 35만원을 받는다.

저소득 부부가구의 감액률은 현행 20%에서 10%로 낮아진다. 소득 하위 45% 이내에 들어가는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도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부부감액 축소 대상은 약 234만명, 새로 기초연금을 받게 되는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는 약 11만명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소득이 낮을수록 급여를 더 지급하는 ‘하후 차등지급’을 개편 방향으로 내세웠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보다 2조6000억원 늘어난 25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보건복지부 전체 총지출은 148조7697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하위 30%의 지급액은 월 35만원에서 38만원으로 3만원 늘어난다. 하위 30∼45%도 35만9000원을 받아 물가상승분을 반영한다. 45∼70%의 지급액은 35만원으로 유지돼 바로 아래 소득구간보다 월 9000원 적다.

월 9000원을 290만명에게 12개월 적용하면 연간 약 3132억원이다. 수급자 변동과 부부감액 등 개인별 지급 조건을 반영하지 않은 단순 계산이지만, 두 구간의 지급액 차이를 전체 대상 인원에 적용한 규모다.

기초연금의 명목액이 같아도 물가가 오르면 구매력은 낮아진다. 월 35만원으로 살 수 있는 식료품과 의약품, 교통, 전기·가스 사용량이 줄어드는 구조다. 근로소득이 없는 노인에게는 다른 소득으로 물가상승분을 보충하기도 어렵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의료비를 지속적으로 부담한다. 2023년 고령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530만6000원이었다. 본인부담금은 125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만6000원 증가했다.

연간 본인부담금을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10만4000원이다. 월 35만원의 29.8%에 해당한다. 개인의 질환과 입원 여부, 건강보험 자격에 따라 실제 부담액은 다르지만 고령자 평균으로도 기초연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이 진료비 본인부담으로 지출된다.

치과치료와 간병, 비급여 진료, 병원까지 가는 교통비는 본인부담 진료비와 별도로 가계에 영향을 준다. 의료기관이 적은 농어촌에서는 병원 이동에 더 많은 시간과 교통비가 들어간다. 혼자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은 가족이나 보호자의 동행도 필요하다.

한국 노인은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비율은 35.9%였고, 만성질환이 없는 비율은 13.9%였다.

고혈압과 당뇨병, 관절질환 등 만성질환은 정기 진료와 처방약 복용이 이어진다. 의료비는 노인가구가 매달 부담하는 고정적인 생활비에 가깝다. 여러 질환을 함께 앓는 노인은 진료과와 복용 약이 늘면서 이동과 건강관리에도 더 많은 비용을 사용한다.

신체기능이 저하된 노인은 생활비 외에 돌봄비도 부담한다. 2023년 조사에서 옷 입기와 목욕, 음식 섭취, 식사 준비, 집안일, 외출 등에 기능상 제한이 있는 노인은 18.6%였다. 기능상 제한이 있는 노인 가운데 돌봄을 받고 있는 비율은 47.2%였다.

돌봄 제공자는 가족이 81.4%로 가장 많았다. 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30.7%, 친척과 이웃 등은 20.0%, 개인 간병인은 11.0%였다. 가족이 돌봄을 담당하더라도 교통비와 식비, 소득활동 중단 등 별도의 부담이 발생한다.

노년기 식사는 질병 예방과 신체기능 유지에 직접 연결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과 뼈가 약해져 고기와 생선, 달걀, 콩 등 단백질 식품과 우유·유제품 섭취가 중요하다. 고령자 10명 가운데 3명은 씹는 데 어려움을 느껴 식재료와 조리법에도 별도의 관리가 요구된다.

신선식품과 단백질 식품, 치아 상태에 맞춘 식사는 일정한 비용이 든다. 기초연금의 실질가치가 낮아지면 노인이 식사와 진료, 냉난방, 이동에 나눠 쓸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든다.

노인의 영양 상태는 가구 형태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영양관리가 양호한 비율은 독거노인 54.4%, 노인부부 71.2%, 자녀동거 노인 64.1%였다. 독거노인은 노인부부보다 16.8%포인트 낮았다.

독거노인의 평균 만성질환 수는 2.4개로 노인부부의 2.0개보다 많았다.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독거노인 34.2%, 노인부부 48.6%였다. 우울 증상 비율도 독거노인 16.1%, 노인부부 7.8%로 차이가 났다.

생활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독거노인 73.9%, 노인부부 48.1%였다. 같은 소득구간과 같은 기초연금액을 적용받더라도 혼자 사는 노인은 식사 준비와 병원 이동, 약 복용, 응급상황 대응을 직접 해결해야 한다.

기초연금 수급자 안에서도 건강비 부담은 균일하지 않다. 만성질환이 없는 노인과 여러 질환을 가진 노인, 자가주택에 사는 사람과 월세를 내는 사람, 의료기관이 가까운 도시 거주자와 농어촌 거주자가 월 35만원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은 다르다.

한국의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에 이르렀다.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65세의 기대여명은 2023년 기준 21.5년으로 남자 19.2년, 여자 23.6년이었다.

노후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금의 물가연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장치가 된다. 매년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식료품과 의료, 주거 관련 가격이 오르면 실질소득은 낮아진다. 장기간 이어지는 만성질환과 돌봄 비용도 고령화와 함께 커진다.

소득 수준을 보여주는 통계에는 노인 내부의 격차도 함께 나타난다. 2023년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였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연금 수급률은 90.9%였지만 월평균 수급액은 69만5000원이었다.

노인가구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높다는 점도 매달 사용할 수 있는 생활비와 연결된다. 2023년 노인가구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3억1817만원, 금융자산은 4912만원이었다. 평균 연간 개인소득은 2164만원이었다.

주택을 보유했더라도 매달 현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식비와 의료비를 부담하기 어렵다. 기초연금은 자산을 바로 처분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소득이라는 점에서 건강 유지비와 맞닿아 있다.

참여연대는 소득 하위 45∼70% 수급자 290만명을 물가연동에서 제외한 조치를 실질급여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는 비용을 전체 국가재정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수급 노인 내부에서 재배분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하위 30%에는 생계급여 수급 노인도 포함된다. 기초연금 인상액이 생계급여 산정 과정에서 소득으로 반영되면 생계급여 지급액이 조정된다. 저소득 노인의 실제 가처분소득 변화는 기초연금과 생계급여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2027년 소득 하위 45∼70% 수급자의 기초연금은 월 35만원으로 책정됐다. 30∼45% 구간의 35만9000원과 비교하면 월 9000원, 연 10만8000원 차이다. 약 290만명이 지급액 동결 대상에 포함된다.

기초연금은 노인의 식사와 약, 냉난방, 이동을 지탱하는 생활비다. 2023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월평균 본인부담 진료비만 약 10만4000원으로, 월 35만원의 30%에 가까웠다.

정부는 연내 입법을 거쳐 2027년 4월부터 차등지급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세 구간의 지급액과 물가연동 기준, 저소득 부부가구의 감액률 축소를 담은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