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건강 트렌드②] 월 3만원 오른 기초연금, 생계급여에서 다시 빠지는 최빈곤 노인
하위 30%에 월 38만원 지급하지만 공적이전소득으로 전액 산정…생계급여 동시 수급 노인 78만명 가운데 99.8% 감액
[KtN 김 규운기자]정부가 2027년부터 소득 하위 30% 노인의 기초연금을 월 35만원에서 38만원으로 올린다.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3만원을 더 지급하는 ‘하후 차등지급’이다. 생계급여를 함께 받는 노인에게는 기초연금 인상액이 공적이전소득으로 잡힌다. 기초연금이 3만원 늘면 생계급여가 같은 금액만큼 줄어 월 가처분소득은 달라지지 않는 구조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인 현행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유지하면서 수급자를 세 구간으로 나눴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약 348만명은 월 38만원, 30∼45%의 약 174만명은 물가를 반영한 35만9000원을 받는다. 45∼70%에 속한 약 290만명은 월 35만원을 받는다.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을 때 적용되는 감액률도 저소득층에서 20%에서 10%로 낮아진다. 소득 하위 45%에 속한 부부 수급자 약 234만명이 대상이다.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한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 약 11만명도 새로 기초연금을 받는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보다 2조6000억원 늘어난 25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지급액을 높이고 부부감액을 줄여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에게 적용되는 계산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생계급여는 정부가 정한 최저보장 수준에서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뺀 금액으로 지급된다. 기초연금은 소득인정액에 포함되는 공적이전소득이다.
다른 소득과 재산의 환산액이 같다면 기초연금이 늘어난 만큼 생계급여는 줄어든다. 기초연금과 생계급여가 각각 별도의 제도로 지급되지만 두 급여를 합한 전체 현금소득은 그대로 남는다.
2026년 1인 가구의 생계급여 선정·지급 기준은 월 82만556원이다.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보다 적으면 차액을 생계급여로 지급한다. 2인 가구 기준은 134만3773원이다.
월 38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은 1인 노인가구에 다른 소득인정액이 20만원 있다면 전체 소득인정액은 58만원으로 계산된다. 생계급여 기준과의 차액이 지급된다. 기초연금이 35만원에서 38만원으로 3만원 오르면 소득인정액도 3만원 늘고 생계급여 차액은 3만원 줄어든다. 실제 계산에는 재산의 소득환산액과 각종 공제, 다음 연도 생계급여 기준이 함께 적용된다.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함께 받은 노인은 2025년 78만3222명이었다. 이 가운데 생계급여가 줄어든 사람은 78만1561명으로 99.8%였다. 월평균 소득인정액은 44만1289원, 평균 생계급여 감액액은 33만2610원이었다.
동시 수급 노인은 2021년 56만7606명에서 2025년 78만3222명으로 4년 동안 38% 증가했다. 기초연금 수급액이 오르더라도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이 빠지는 노인도 함께 늘어난 셈이다.
2022년에도 생계급여를 받는 65세 이상 노인 71만명 가운데 62만1000명은 기초연금을 받은 만큼 생계급여가 전액 삭감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에서 탈락할 것을 우려해 기초연금을 신청하지 않은 노인은 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에서도 소득이 가장 낮은 가구일수록 상쇄 효과가 컸다. 기초연금을 반영하기 전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의 17% 이하인 가구에서는 기초연금 증가액만큼 생계급여가 줄었다. 기초연금을 받아도 전체 소득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가 하위 30%에 지급하는 월 3만원의 추가 급여도 같은 구조에 들어간다. 생계급여를 받지 않는 저소득 노인은 월소득이 3만원 늘어난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은 기초연금 증가액이 소득으로 반영돼 생계급여가 조정된다.
기초연금 통장에는 38만원이 들어오지만 생계급여 통장에서는 줄어든 금액을 받는다. 지급일과 사업 이름이 다를 뿐 매달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늘지 않는다. 가장 낮은 소득구간 안에서도 생계급여 수급 여부에 따라 인상 효과가 갈린다.
소득 하위 30%에는 기준중위소득 20% 수준의 노인이 포함된다.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기준중위소득의 32%다. 정부가 가장 많은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구간과 생계급여 수급 노인이 상당 부분 겹치는 구조다.
월 3만원은 하루 1000원에 해당한다. 생계급여를 받지 않는 노인은 식재료와 약, 병원 교통비, 냉난방비에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생계급여가 같은 금액만큼 줄어드는 노인에게는 해당 지출을 늘릴 재원이 남지 않는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2023년 연평균 본인부담 진료비는 125만2000원이었다. 월평균 약 10만4000원이다. 정부가 하위 30%에 추가하는 월 3만원은 평균 본인부담 진료비의 약 29%에 해당한다.
기초연금 인상분이 가처분소득으로 남는 노인은 약값과 진료비, 식비에 월 3만원을 더 배분할 수 있다. 생계급여에서 3만원이 줄어드는 노인은 기존 생활비 안에서 같은 지출을 이어가야 한다.
한국 노인은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이 있는 노인은 35.9%다. 정기 진료와 처방약, 질환별 식단 관리가 매달 이어지는 고령자에게 현금급여는 의료와 생활을 함께 유지하는 재원이다.
신체기능에 제한이 있는 노인은 18.6%였다. 기능상 제한이 있는 노인 가운데 실제 돌봄을 받고 있는 비율은 47.2%였다. 장기요양보험과 가족 돌봄이 있어도 식사와 이동, 생활용품에는 현금 지출이 따른다.
독거노인은 부부가구보다 건강과 영양 지표가 낮았다. 영양관리가 양호한 비율은 독거노인 54.4%, 노인부부 71.2%였다. 독거노인의 평균 만성질환은 2.4개로 노인부부의 2.0개보다 많았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의 소득은 정부가 정한 최저보장 수준에 맞춰진다. 식료품 가격과 의료비, 전기·가스요금이 오르면 기준중위소득과 생계급여 기준이 함께 조정되지만 기초연금 인상분은 별도의 추가소득으로 남지 않는다.
기초연금과 생계급여가 충돌하는 배경에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 원칙이 있다. 본인의 소득과 재산, 다른 법률에 따른 지원을 먼저 반영한 뒤 최저보장 수준에 모자라는 금액을 생계급여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초연금을 생계급여 소득에서 제외하면 같은 소득 수준의 비노인 수급자와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반론이 있다. 국민연금과 각종 수당 등 다른 공적이전소득도 생계급여 산정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만 전액 제외하면 공공부조의 소득 계산 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기초연금의 일부만 소득에서 빼는 방식도 논의돼 왔다. 근로소득에는 일정한 공제를 적용해 일을 통해 번 돈의 일부가 실제 가처분소득 증가로 남도록 하고 있다. 기초연금에도 일정 비율의 공제를 적용하면 생계급여가 전액 줄어드는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완전히 분리하면 추가 재정도 필요하다. 2021년에는 생계급여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전액 지급할 경우 연간 약 1조5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추산이 제시됐다. 수급자와 기초연금액이 늘어난 현재 기준의 추가 재정은 별도로 산정돼야 한다.
참여연대는 저소득층의 기초연금 인상에 앞서 생계급여에서 다시 차감되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최빈곤 노인의 기초연금을 올려도 생계급여가 같은 금액만큼 줄면 노후소득 보장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저소득 부부가구의 감액률을 20%에서 10%로 낮춘 조치도 생계급여 수급 여부와 함께 계산해야 한다. 부부가 각각 받는 기초연금은 늘지만 증가분이 가구의 소득인정액에 반영되면 생계급여가 조정된다.
정부의 2027년 개편안은 기초연금 지급액과 부부감액률을 바꿨다. 생계급여는 최저보장 수준에서 소득인정액을 뺀 차액을 지급하는 현행 방식을 따른다. 하위 30%에 추가하는 월 3만원도 공적이전소득으로 계산된다.
정부는 연내 입법을 마치고 2027년 4월부터 차등지급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하위 30%의 월 38만원 지급과 저소득 부부감액 축소를 심의한다. 기초연금 인상액을 생계급여 소득에서 전액 반영할지, 일부를 공제할지도 최빈곤 노인의 실제 수령액을 가르는 기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