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건강 트렌드③] 세 구간으로 나뉜 기초연금, 소득·지역 따라 갈린 건강수명

월 38만원·35만9000원·35만원으로 차등 지급…독거노인과 의료취약지역은 만성질환·돌봄 부담 겹쳐

2026-09-04     김 규운 기자
건강수명 연장: '얼마나 오래'보다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2027년부터 기초연금 수급 노인은 월 38만원, 35만9000원, 35만원을 받는 세 집단으로 나뉜다. 소득 하위 30%에는 가장 많은 금액을 지급하고, 30∼45%에는 물가를 반영한다. 45∼70%의 지급액은 월 35만원으로 동결된다. 노인의 건강을 가르는 조건은 소득구간만이 아니다. 혼자 사는지, 의료기관이 가까운지, 만성질환이 몇 개인지에 따라 같은 연금액으로 감당해야 할 건강비가 달라진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인 현행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유지하면서 급여를 세 구간으로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소득 하위 30%에 해당하는 약 348만명은 월 38만원, 30∼45%의 약 174만명은 월 35만9000원을 받는다. 45∼70%에 속한 약 290만명에게는 월 35만원이 지급된다.

하위 30%와 45∼70%의 차이는 월 3만원, 연 36만원이다. 30∼45%와 45∼70%는 월 9000원, 연 10만8000원 차이가 난다. 하위 30% 가운데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은 기초연금 인상분이 공적이전소득으로 반영돼 생계급여가 조정된다.

저소득 부부가구의 기초연금 감액률은 20%에서 10%로 낮아진다. 대상은 소득 하위 45%에 속한 부부 수급자 약 234만명이다. 소득과 재산이 낮은 일부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 약 11만명도 새로 지급 대상에 들어간다.

정부는 소득이 낮을수록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하후 차등지급’으로 노후소득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 기초연금 예산은 25조7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6000억원 늘었다.

기초연금 수급자의 소득을 세 구간으로 나누더라도 같은 구간 안의 건강 상태는 균일하지 않다. 월 38만원을 받는 노인 가운데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과 세 가지 이상의 질환을 앓는 사람의 의료비는 다르다. 자가주택에 사는 노인과 월세를 내는 노인, 도시와 농촌 거주자의 생활비도 차이가 난다.

한국 노인은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비율은 35.9%였고, 만성질환이 없는 비율은 13.9%였다. 고혈압과 당뇨병, 관절질환은 정기적인 진료와 약 복용이 이어져 매달 의료비와 교통비를 발생시킨다.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023년 530만6000원이었다. 본인부담금은 125만2000원으로 월평균 약 10만4000원이다. 월 35만원의 기초연금 가운데 29.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본인부담금 평균에는 건강 상태별 차이가 함께 들어 있다. 만성질환이 여러 개이거나 입원과 재활치료가 필요한 노인은 평균보다 많은 의료비를 부담한다. 치과치료와 간병, 비급여 진료, 보청기와 안경, 병원 이동비도 노인의 가계에서 지출된다.

노인의 신체기능은 돌봄비와 연결된다. 2023년 조사에서 옷 입기와 목욕, 식사, 외출, 집안일 등에 기능상 제한이 있는 노인은 18.6%였다. 기능상 제한이 있는 노인 가운데 실제 돌봄을 받고 있는 비율은 47.2%였다.

돌봄 제공자는 가족이 81.4%로 가장 많았다. 장기요양보험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응답은 30.7%, 친척·이웃은 20.0%, 개인 간병인은 11.0%였다. 가족이 돌봄을 담당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노인의 건강 악화는 배우자와 자녀의 시간, 교통비, 소득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혼자 사는 노인은 부부가구보다 건강과 영양 상태가 낮았다. 독거노인의 평균 만성질환 수는 2.4개로 노인부부의 2.0개보다 많았다.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독거노인 34.2%, 노인부부 48.6%였다.

영양관리가 양호한 비율은 독거노인 54.4%, 노인부부 71.2%였다. 우울 증상이 있는 비율은 독거노인 16.1%, 노인부부 7.8%로 나타났다. 생활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독거노인 73.9%, 노인부부 48.1%로 차이를 보였다.

독거노인은 같은 기초연금을 받아도 식사 준비와 약 복용, 병원 이동, 응급상황 대응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부부가구는 생활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이 모두 질환을 앓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의료·간병비가 동시에 발생한다.

저소득 부부가구의 감액률을 10%로 낮춘 조치는 월 수령액을 늘린다. 생계급여를 함께 받는 부부에게는 늘어난 기초연금이 소득인정액에 반영된다. 같은 소득 하위 45% 안에서도 생계급여 수급 여부에 따라 실제 가처분소득의 변화가 달라진다.

지역도 건강한 노후를 가르는 조건이다. 병원과 약국, 복지관, 장기요양기관이 가까운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의료기관이 적은 농어촌에서는 진료를 받기 위해 다른 시·군으로 이동하거나 보호자가 차량을 제공해야 한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은 지역은 전남과 경북, 강원, 전북, 부산, 경남, 충북, 충남, 대구 등 9곳이었다. 전남은 27.4%, 경북은 26.1%, 강원은 25.7%로 전국 평균 20.3%보다 높았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 상당수가 비수도권에 분포한다.

지역별 건강지표에도 격차가 나타났다. 2024년 당뇨병 진단 경험자의 치료율은 시·도 사이에서 15.8%포인트 차이가 났다. 혈압수치 인지율의 시·도 격차는 23.2%포인트였다.

시·군·구 단위에서는 차이가 더 컸다. 당뇨병 치료율의 지역 격차는 46.0%포인트, 혈당수치 인지율은 47.8%포인트였다. 뇌졸중과 심근경색 조기증상을 정확히 아는 비율의 지역 격차도 각각 58.5%포인트와 58.4%포인트에 달했다.

기초연금액이 같아도 당뇨병과 고혈압을 관리할 의료기관과 보건서비스가 가까운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건강 상태는 다르게 나타난다. 응급질환의 증상을 알고 병원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환경도 지역의 의료·교통망에 좌우된다.

2022년 전국 건강수명은 69.89세였다. 세종은 71.00세로 가장 높았고 부산은 68.32세로 가장 낮아 2.68년 차이가 났다. 서울은 70.81세, 인천은 69.49세, 경기는 70.09세, 강원은 69.68세였다.

건강수명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하게 생활한 기간을 뜻한다. 수명이 길더라도 만성질환과 신체기능 저하를 겪는 기간이 길면 의료와 돌봄비도 늘어난다.

소득계층별 건강수명 격차도 확인돼 왔다. 2010∼2015년 건강보험과 지역사회건강조사를 분석한 연구에서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72.2년, 하위 20%는 60.9년으로 11.3년 차이가 났다. 기대수명도 상위 20%가 85.1년, 하위 20%가 78.6년으로 6.5년 벌어졌다.

2020년 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한 후속 분석에서는 최상위 소득계층의 기대수명이 최저 소득계층보다 7.9년 길었다. 건강수명은 최상위 계층이 74.9년으로 최저 계층보다 8.66년 길었다.

소득은 식사와 주거, 운동, 건강검진, 의료 이용을 결정하는 재원이 된다. 교육 수준과 직업, 근무환경, 거주지역도 생애 전반에 걸쳐 건강 상태에 영향을 준다. 노년기에 나타나는 건강수명의 차이는 은퇴 뒤 연금액만으로 형성된 결과가 아니다.

기초연금은 이미 벌어진 건강 격차를 줄이는 데 사용되는 현금소득이다. 저소득 노인은 월 지급액을 약값과 식비, 주거비, 교통비에 나눠 사용한다. 물가연동 여부와 생계급여 차감, 부부감액은 노인이 건강관리에 쓸 수 있는 금액을 바꾼다.

월 38만원을 받는 하위 30% 안에는 생계급여 인하로 인상 효과가 상쇄되는 노인이 있다. 월 35만9000원을 받는 30∼45% 구간은 물가상승분이 반영된다. 45∼70%의 약 290만명은 월 35만원으로 지급액이 유지된다.

세 구간의 지급액 차이는 월 9000원에서 3만원이다. 건강 상태와 가구 형태, 거주지역에 따른 의료·돌봄비 격차는 그보다 클 수 있다.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이 35.9%이고, 독거노인의 영양관리와 우울 지표가 부부가구보다 낮다는 통계가 노인 내부의 차이를 보여준다.

정부는 연내 기초연금법 개정을 거쳐 2027년 4월부터 차등지급을 시행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세 구간의 지급액과 물가연동 기준, 저소득 부부감액률 축소를 심의한다. 2027년 보건복지부 예산에는 지역·필수의료와 지역사회 돌봄 사업도 함께 편성됐다. 기초연금과 의료·돌봄 예산이 집행되면 소득구간과 가구 형태, 지역별 건강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