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인사이트⑧] 한 줄 진주에서 ‘펑크 펄’까지…2026 진주 스타일의 확장

바로크·오버사이즈·레이어드에 안전핀·혼합소재 결합…클래식 목걸이 벗어나 귀걸이·팔찌·참까지 디자인 영역 확대

2026-09-07     박준식 기자
목에 단정하게 두른 한 줄의 흰 진주가 2026년에는 여러 겹으로 늘어나고 크기는 커졌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목에 단정하게 두른 한 줄의 흰 진주가 2026년에는 여러 겹으로 늘어나고 크기는 커졌다. 완벽하게 둥근 진주 대신 제각각 생긴 바로크 진주가 귀에서 길게 내려오고, 서로 다른 크기의 진주를 겹쳐 착용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금속과 실, 체인, 안전핀처럼 진주와 거리가 있어 보이던 소재까지 함께 사용된다. 올해 주요 런웨이와 패션 주얼리 흐름에서는 진주를 전통적인 예물이나 클래식 목걸이에 한정하지 않고 형태와 크기, 착용 방식을 바꾸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에는 바로크 담수진주의 불규칙한 형태가 두드러졌다. 매끈한 구형으로 통일하기보다 한 알마다 다른 곡선과 돌출부를 그대로 살린 귀걸이와 목걸이가 패션 주얼리의 주요 흐름에 포함됐다. 일정하지 않은 형태를 감추기보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윤곽을 제품 전면에 두는 방식이다. 4편에서 다룬 바로크 진주의 형태적 특성이 실제 스타일에서는 ‘한 알마다 다른 디자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가을로 넘어가면서 크기와 수량이 함께 커졌다. 발렌티노(Valentino)의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는 굵은 진주 목걸이를 여러 겹 배치한 스타일이 등장했다. 한 줄을 목 가까이에 정돈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목과 가슴을 넓게 덮을 정도로 볼륨을 키우고, 진주 자체를 의상의 중심 액세서리로 사용하는 구성이었다. ‘Pearls on Pearls’라는 표현이 붙을 만큼 단독 착용보다 중첩이 두드러졌다.

8월에는 진주와 안전핀을 결합한 ‘펑크 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레이어드는 진주에만 나타난 변화가 아니다. 2026 봄 컬렉션에서는 목걸이와 팔찌를 여러 개 쌓거나 서로 다른 소재를 함께 착용하는 스타일이 폭넓게 등장했다. 샤넬(Chanel)은 전통적으로 브랜드와 연결돼 온 진주에 금속과 실·섬유 소재를 섞었고, 다른 컬렉션에서도 비즈와 원석·크리스탈·체인을 중첩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진주 역시 단독으로 완결된 목걸이보다 다른 재료 사이에 들어가는 구성 요소로 사용 범위를 넓혔다.

크기가 커진 흐름은 귀걸이에서도 나타난다. 2026년 가을 주얼리는 귀 아래로 길게 떨어지는 제품과 얼굴 주변을 크게 차지하는 오버사이즈 이어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발렌티노는 대형 진주 목걸이와 함께 볼륨이 큰 귀걸이를 배치했고 샤넬, 미우미우, 끌로에, 지방시 등에서도 큰 크기의 이어링이 등장했다. 작은 진주 스터드가 얼굴 가까이에 머물던 방식에서 벗어나 진주와 장식 전체의 크기를 확대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8월에는 진주와 안전핀을 결합한 ‘펑크 펄’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진주가 가진 정돈된 이미지와 안전핀·금속 장식이 주는 거친 인상을 한 제품 안에 놓는 방식이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바케라(Vaquera), 시몬 로샤(Simone Rocha), 발렌티노, 샤넬 등에서 진주가 반복적으로 사용됐고, 2026년에는 쌓고 크게 만들고 다른 소재와 섞는 방식이 더욱 뚜렷해졌다. ‘펑크 펄’은 공인된 보석학 용어라기보다 올해 패션에서 나타난 스타일 변화를 압축한 표현에 가깝다.

봄 컬렉션에서는 귀금속과 크리스탈뿐 아니라 실과 로프, 일상적인 금속 부품까지 주얼리 재료로 사용됐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진주의 형태를 이용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판도라(Pandora)는 올해 담수진주의 자연스러운 비정형을 버섯과 오징어, 로켓, 아이스크림 등의 형상과 연결한 참 제품을 선보였다. 각각의 진주 형태를 먼저 살핀 뒤 금속 장식을 더해 다른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다. 동일한 구형 진주를 반복 배열하는 것과 달리 원석의 윤곽이 제품 디자인을 결정하는 구조다.

2026년 흐름을 ‘진주가 다시 유행한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실제 변화를 놓치게 된다. 진주는 오랫동안 패션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돼 온 소재다. 올해 달라진 부분은 진주의 존재 여부보다 사용하는 방법에 가깝다. 한 줄에서 여러 줄로, 작은 알에서 큰 알로, 원형에서 바로크로, 단독 소재에서 금속·비즈·섬유와의 조합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동시에 나타난다. 여름의 유기적인 바로크 진주와 가을의 대형 레이어드 진주가 같은 해에 함께 등장한 것도 이런 폭을 보여준다.

스타일의 변화는 진주 원석을 고르는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통적인 한 줄 목걸이는 크기와 색, 광택, 형태를 일정하게 맞추는 매칭이 중요하다. 반면 바로크 목걸이나 서로 다른 크기를 섞는 제품에서는 차이가 디자인의 일부가 된다. 완벽하게 동일한 원석을 다량 확보하는 것보다 각각의 형태를 배열하고 어느 위치에 놓을지를 결정하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같은 진주를 사용해도 클래식 목걸이와 현대적인 바로크 제품의 선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봄 컬렉션에서는 귀금속과 크리스탈뿐 아니라 실과 로프, 일상적인 금속 부품까지 주얼리 재료로 사용됐다. 진주도 반드시 금이나 다이아몬드와 조합해야 하는 소재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 사이에 배치되고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가격대가 다른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도 2026년 주얼리 흐름과 맞닿아 있다. 봄 컬렉션에서는 귀금속과 크리스탈뿐 아니라 실과 로프, 일상적인 금속 부품까지 주얼리 재료로 사용됐다. 진주도 반드시 금이나 다이아몬드와 조합해야 하는 소재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 사이에 배치되고 있다. 양식진주와 패션 비즈, 금속 소재의 조합에 따라 고가 파인주얼리부터 접근 가능한 패션 액세서리까지 제품의 가격 폭을 넓힐 수 있는 구조다.

런웨이와 패션 매체에서 두드러진 흐름을 전체 진주 판매시장의 증가로 곧바로 연결할 수는 없다. 올해 확인되는 변화는 판매량보다 디자인과 착용법에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2026년 가을 스트리트 스타일에서도 진주 귀걸이와 볼륨이 큰 팔찌가 일상복에 결합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지만, 지역별 소비시장과 실제 판매 규모는 별도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진주는 여전히 라운드 아코야 한 줄 목걸이와 작은 스터드 귀걸이로도 남아 있다. 동시에 2026년에는 바로크의 불규칙한 윤곽, 여러 줄의 레이어드, 오버사이즈, 금속과 안전핀의 결합, 원석 한 알의 형태를 이용한 참까지 선택지가 넓어졌다. 클래식 진주를 없애는 변화보다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른 세대와 가격대, 착용 방식으로 다시 구성하는 흐름에 가깝다. 한 알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어떤 형태의 진주를 골라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