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베니 88년③] 서울서 먼저 공개한 17병…12년·15년으로 확장한 1931 컬렉션

프리즈 서울 개막 전날 성수동서 공개…초고연산 원액과 미술 협업 앞세워 국내 판매 제품까지 연결

2026-09-04     신명준 기자

[KtN 신명준기자]전 세계 17병뿐인 발베니(The Balvenie) 88년이 2026년 9월 1일 서울 성동구 S50에서 처음 공개됐다. 발베니는 1931년 증류한 원액과 현대미술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조각을 프리즈 서울 개막 전날 선보였다. 같은 컬렉션에 12년과 15년 제품을 함께 배치해 초고연산 위스키의 기록을 실제 판매 제품으로 넓혔다.

발베니 88년은 1931년 3월 5일 캐스크에 들어가 2019년 병입된 싱글몰트다. 오크통에서 88년을 보낸 뒤 남은 원액은 17병이었다. 판매용으로 출시된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 가운데 숙성 기간이 가장 길다.

발베니는 88년 제품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 매장이나 온라인 판매망에도 공급하지 않는다. 17병은 일부 개인 고객과 수집가에게 배정된다. 기록과 희소성을 알리는 제품이지만 일반 소비자의 구매를 전제로 한 상품은 아니다.

World’s Oldest Whisky Comes In a Daniel Arsham Sculpture. 사진=The Balveni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1931 컬렉션’에는 88년 제품과 함께 12년·15년 싱글몰트가 포함됐다. 세 제품을 묶는 연도는 발베니가 홈 몰트 플로어를 새로 열었던 1931년이다. 원액을 증류한 해와 증류소의 몰팅 시설이 가동된 해를 하나의 컬렉션에 담았다.

몰팅은 보리에 물을 흡수시켜 싹을 틔운 뒤 건조하는 작업이다. 싹이 트는 동안 보리를 바닥에 펼쳐 놓고 사람이 직접 뒤집어 열과 수분을 조절하는 방식을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이라고 부른다. 대규모 상업 몰팅 시설이 보편화하면서 증류소 내부에서 플로어 몰팅을 계속하는 곳은 줄었다.

발베니는 1931년에 문을 연 홈 몰트 플로어를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12년과 15년 제품은 해당 시설에서 몰팅한 보리를 사용했다. 88년 제품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1931년부터 이어진 제조 방식을 현재 생산할 수 있는 연산의 싱글몰트에 적용했다.

12년 제품은 증류소에서 직접 몰팅한 보리만 사용했다.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 뒤 스페인 헤레스산 유럽 오크 셰리 버트에서 마무리했다. 캐스크 239가 헤레스에서 들여온 유럽산 오크 리필 셰리 버트였다는 점을 현재 제품의 숙성 방식에 반영했다.

15년 제품은 발베니가 보유한 농장에서 재배하고 증류소에서 몰팅한 보리를 사용했다. 숙성은 12년 제품과 마찬가지로 아메리칸 오크와 헤레스산 유럽 오크 셰리 버트를 거쳤다. 1931년 원액과 같은 향과 맛을 복제한 제품이 아니라 당시의 원료 관리와 몰팅, 셰리 캐스크 사용 방식을 현재 생산 조건에 맞춰 구성한 싱글몰트다.

세 제품의 가격과 유통 범위는 다르다. 88년 제품은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개인 배정 방식으로 판매한다. 12년 제품의 해외 출시 가격은 100달러로 책정됐고 미국을 포함한 일부 시장에 공급된다. 15년 제품은 200달러로 글로벌 면세점에서 판매된다.

국내에서는 12년 에디션이 88년 제품과 함께 소개됐다. 15년 제품은 글로벌 면세점 전용으로 유통돼 일반 국내 판매 제품과 구분된다. 17병짜리 88년 제품이 컬렉션의 상단을 차지하고 12년과 15년 제품이 소비자 판매를 담당하는 구성이다.

패키지에도 같은 연결 방식을 적용했다. 88년 제품은 손으로 제작한 크리스털 디캔터와 18캐럿 금 각인, 청동 파티나, 88겹의 오크로 구성됐다. 12년과 15년 제품에는 88년 외장 조각에서 사용한 녹청과 구리색을 옮겼다. 세 제품이 같은 컬렉션으로 인식되도록 색과 재료의 인상을 맞췄다.

발베니가 1931 컬렉션을 처음 공개한 곳은 스코틀랜드 증류소나 유럽의 주류 박람회가 아닌 서울이었다. 공개일도 프리즈 서울 개막 하루 전인 9월 1일로 정했다.

프리즈 서울 2026은 9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세계 30개국·지역에서 130여 개 갤러리가 참여했고 서울 곳곳의 미술관과 갤러리, 브랜드 공간에서도 전시와 공연이 이어졌다.

발베니 행사는 코엑스 전시장 내부가 아닌 성수동 S50에 마련됐다. 프리즈 서울을 찾은 미술계 인사와 수집가, 위스키 고객을 성수동의 별도 공간으로 불러들이는 방식이었다. 미술품 거래가 집중되는 기간에 초고연산 위스키와 아샴의 조각을 함께 공개하면서 17병의 판매 대상을 미술 수집시장까지 넓혔다.

World’s Oldest Whisky Comes In a Daniel Arsham Sculpture. 사진=The Balveni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샴은 1931 컬렉션 공개를 위해 몰입형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보리를 바닥에 펼쳐 놓고 사람이 직접 뒤집는 플로어 몰팅 작업을 공연의 주요 동작으로 가져왔다. 아샴은 협업에 앞서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의 발베니 증류소와 홈 몰트 플로어를 방문했다. 보리와 구리 증류기, 오크통, 증류소 내부의 소리와 냄새를 공연과 조각에 반영했다.

프리즈도 9월 1일 열린 아샴의 퍼포먼스를 공식 위성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로에베와 MCM, 까시나 등 패션·디자인 브랜드가 서울 곳곳에서 전시와 행사를 여는 기간에 발베니는 위스키 신제품 발표를 미술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배치했다.

서울 공개는 한국 위스키 시장의 성장과도 맞물렸다. 한국의 위스키 수입액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7.1% 증가해 2024년 2억4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국은 한국에 위스키를 가장 많이 공급한 국가였다.

한국 위스키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정용 주류 소비와 주류 전문점, 편의점 판매가 늘면서 빠르게 확대됐다. 대중적인 블렌디드 위스키뿐 아니라 싱글몰트와 한정판, 캐스크 제품을 찾는 소비층도 함께 커졌다. 발베니는 17병만 생산한 88년 제품으로 브랜드의 숙성 기록을 알리고, 구매 범위가 넓은 12년 제품을 국내 시장에 함께 배치했다.

88년 제품은 직접적인 판매량을 담당하지 않는다. 전체 수량이 17병에 불과하고 가격과 국가별 배정량도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 행사에서 88년 제품을 접한 소비자가 실제 매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12년 에디션이다. 해외 여행객에게는 15년 제품이 면세점 전용으로 제공된다.

한정판을 연산별로 구성하는 방식은 초고가 제품의 관심을 중간 가격대 제품으로 옮긴다. 88년 제품이 발베니의 시간과 희소성을 대표하고, 12년과 15년 제품은 같은 제조 방식과 패키지 색을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범위로 낮춘다.

세 제품은 숙성 기간과 원액, 판매 경로가 모두 다르다. 88년은 1931년 캐스크 239에서 나온 17병이며 개인 고객에게 배정된다. 12년은 일부 국가의 일반 판매망에 공급되고 국내에도 소개됐다. 15년은 글로벌 면세점 전용이다. 하나의 컬렉션 안에서 수집가와 국내 소비자, 해외 여행객을 각각 다른 제품으로 나눈 셈이다.

성수동 S50의 공개 행사는 9월 1일 열렸고 관련 팝업은 9월 2일부터 운영됐다. 발베니는 국내에 소개한 12년 제품의 판매 수량과 88년 제품의 국내 배정량을 밝히지 않았다. 15년 제품은 글로벌 면세점 판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