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모 트렌드] '기억하는 추모'에서 '듣는 추모'로…담양 추모관이 가족의 한마디를 노래로 남기는 이유

사진에서 음악으로, 추모관에서 유튜브로…대덕스카이캐슬 AI 추모곡 기획 e하늘 온라인 추모 연 20만 명, '고인의 한마디' 상품까지…추모는 장소를 떠나 일상으로 고인을 재현하지 않고 가족의 기억을 기록한다, AI 추모의 또 다른 갈래

2026-09-03     이은선 기자
담양 스카이캐슬 추모관 내부이미지 /사진=대덕스카이캐슬 추모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이은선기자] "살아계실 때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이 있었어요."

담양 대덕스카이캐슬 추모관이 유가족의 이 한마디에서 출발하는 추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유가족이 기억하는 고인의 생전 모습과 자주 했던 말, 가족과의 일화를 가사로 구성하고 AI 음악 제작 기술로 한 곡의 노래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완성곡은 추모관이 운영하는 유튜브 라이브 채널을 통해 송출된다. 추모관 측은 이 구상을 "보고 싶은 날, 다시 찾아 들을 수 있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기획 단계로, 비용과 규모, 첫 완성곡 공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획의 무게는 기술이 아니라 순서에 있다. 사진이 아니라 노래로, 추모관이 아니라 휴대전화로, 기일이 아니라 보고 싶은 날에. 국내 추모 문화가 지난 몇 년 사이 옮겨온 방향과 정확히 겹친다.

사진은 순간을 멈추고, 노래는 이야기를 되돌린다

고인을 기억하는 매개체는 오랫동안 사진이었다. 영정 사진은 어느 한 날의 표정을 고정한다. 그러나 가족이 기억하는 고인은 표정보다 말투로, 얼굴보다 습관으로 남는다. 늘 하던 말, 여행길에서 부르던 노래, 미처 답하지 못한 고마움. 추모관 측은 사진 한 장이 한순간을 기록한다면 음악에는 한 사람의 삶과 가족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을 기획 배경으로 들었다.

노래의 구조가 이 차이를 만든다. 3분 남짓한 길이 안에 도입과 전개가 있고 후렴이 반복된다. 고인이 자주 하던 말을 후렴에 놓으면 그 말은 가족이 들을 때마다 돌아온다. 원문의 표현을 빌리면 "한 장의 사진 속에 머물러 있던 이야기가 가사가 되고, 그 가사가 노래가 되어 다시 가족에게 돌아온다."

장례업계에서도 '고인의 말'을 상품화하는 흐름이 먼저 나타났다. 아너스톤 미디어 자료에 따르면 온유상조는 고인이 남긴 한마디가 담긴 서비스를 프리미엄 상품으로 구성했고, 용인공원의 봉안당 아너스톤은 삼우제·49재·생일·기일 등 특별한 날에 전담팀이 일대일 맞춤형으로 운영하는 추모 테이블 '아너스테이블'을 도입해 경직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고인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추모 문화 개선을 내세웠다. 추모의 단위가 '의례'에서 '이야기'로 옮겨가는 흐름 위에 담양의 기획이 놓여 있다.

추모관을 떠난 추모, e하늘 이용자 연 20만 명

두 번째 전환은 장소다. 대덕스카이캐슬 추모관은 광주에서 20분 거리의 담양 대덕에 있다. 가까운 거리이지만 매주 찾기는 어렵고, 타지에 사는 가족에게는 명절에나 가능한 길이다. 추모관은 유튜브 채널에서 추모음악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완성된 추모곡이 이 채널에 실리면 봉안당의 위치는 그대로인 채 추모의 장소만 늘어난다.

장소에서 풀려난 추모는 이미 제도 안에 들어와 있다. 브라보마이라이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20년 한국장례문화진흥원과 함께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안에 비대면으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온라인 추모 서비스를 공개했고, 해외동포를 포함해 국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도입 이후 매해 이용 실적이 20만 명을 넘는다. 이후 2D에서 3D 온라인 추모관으로 개발되면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웰다잉을 생각하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온라인 추모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고, 상조회사들도 온라인 추모 상품을 내놓고 있다.

장례식 현장도 바뀌었다. 삼고상조 장례 가이드에 따르면 장례식장 입구의 종이 방명록이 사라지고 태블릿 방명록과 QR 코드 부의금이 등장했으며, 해외에 있는 지인이 실시간 장례식 중계를 보며 추모하는 온택트 장례도 선택받고 있다. 담양 추모관의 유튜브 라이브는 이 흐름을 장례 이후, 봉안당 단계로 연장한 사례다.

생전의 말·가족의 추억이 한 곡의 음악으로…유튜브 라이브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시 듣는다 /사진=대덕스카이캐슬 추모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일'에서 '보고 싶은 날'로, 추모의 시간이 바뀐다

세 번째 전환은 시간이다. 기존 추모는 삼우제, 49재, 기일, 명절처럼 정해진 날에 이뤄졌다. 원문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문장은 "보고 싶은 날, 다시 찾아 들을 수 있는 노래"다. 추모를 달력이 정하는 의례가 아니라 감정이 필요로 하는 순간의 행위로 재정의한 것이다.

이 재정의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비대면 문화의 정착이 있다. 메트로경제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통적인 장례·성묘 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고, 국내외 업계가 디지털 추모관, 메타버스 장례식, AI 아바타 등을 접목한 추모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모든 산업에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다며 장례 전후에 쓸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노래라는 매개체는 이 시간의 전환에 특히 잘 맞는다. 출근길 이어폰으로, 잠들기 전 스피커로, 가족 모임의 배경으로 재생할 수 있다. 사진첩을 꺼내는 행위보다 문턱이 낮고, 3D 추모관에 접속하는 것보다 일상에 가깝다.

고인을 만들지 않고 기억을 기록한다

AI 추모 시장의 주류는 재현형이다. 딥브레인AI는 2022년 가족의 모습을 AI 휴먼으로 남기는 '리메모리'를 공개했고, 이후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와 협력해 사진 한 장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 고인의 아바타를 만드는 '리메모리2'를 출시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고인의 디지털 아바타와 영상통화를 하거나 홀로그램으로 재현해 장례식·추모 행사에 활용하는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재현형은 정서적 충격이 크지만 질문도 크다. 상조장례뉴스에 따르면 얼굴과 목소리를 재현하려면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부터 정리해야 하며, 당사자가 허용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이 디지털 인물을 제작할 수 있는지, 유족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 누가 결정권을 갖는지 기준이 아직 분명하지 않다. AI가 만들어낸 발언이 실제 고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담양의 기획은 이 질문의 바깥에 선다. AI가 만드는 것은 고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곡이고, 가사의 재료는 유가족이 낸다. 고인을 다시 만들지 않고 가족의 기억을 기록한다. 원문이 "AI가 사람의 기억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족이 간직한 기억을 가사로 옮기고 음악으로 남기는 도구는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은 대목이 이 차이를 요약한다. 재현형이 '고인의 동의'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면, 기록형은 가족의 기억이 곧 동의다.

기술은 흔해지고, 재료는 귀해진다

기술 환경이 구상을 뒷받침한다. AI 음악 생성 시장 1위인 수노는 이용자들이 하루 700만 곡을 만들어내고, 텍스트 프롬프트로 보컬과 악기 연주가 포함된 완성곡을 몇 초 만에 생성한다. 전문 작곡가와 스튜디오 없이도 이야기와 분위기에 맞는 곡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추모관 측 설명과 맞아떨어진다.

하루 700만 곡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한 곡의 희소성은 멜로디에서 나오지 않는다. 담양의 기획에서 AI가 맡는 것은 멜로디와 편곡이고, 유가족이 맡는 것은 가사의 재료다. 아버지가 자주 하던 말은 어떤 학습 데이터에도 없다. 도구가 흔해질수록 사람이 넣는 재료의 가치가 커진다.

생전의 말·가족의 추억이 한 곡의 음악으로…유튜브 라이브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다시 듣는다 /사진=대덕스카이캐슬 추모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설계에 넣어야 할 것, 노래의 주인과 보관 방법

좋은 기획일수록 정리할 조건이 분명하다. 추모관 측은 기존 대중가요를 추모음악으로 쓸 때의 저작권 부담을 AI 도입 배경으로 들었지만, AI 생성곡은 다른 종류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국내 신탁단체는 AI가 주도적으로 만든 음악의 저작권 등록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AI 생성 오디오는 유튜브 콘텐츠 ID 등록이 제한되거나 거절될 수 있고 플랫폼 모니터링 봇이 스팸으로 오인하면 사전 예고 없이 삭제될 위험이 있다.

이 조건은 벽이 아니라 설계 항목이다. 완성곡의 이용 권한을 유가족에게 어떤 형태로 넘기는지, 어떤 도구를 쓰고 약관상 상업적 이용이 허용되는지, 라이브 채널에서 삭제될 경우 원본 파일을 유가족이 보관하는 절차가 있는지를 처음부터 문서로 정리하면 된다. 가사는 가족의 기억에서 나온 만큼 가족의 것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고 싶은 날 다시 듣는 노래'라는 약속은 노래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보장 위에서만 성립한다.

듣는 추모, 그 다음

추모 문화는 세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매개체는 사진에서 이야기로, 장소는 추모관에서 화면으로, 시간은 기일에서 보고 싶은 날로. 담양 대덕스카이캐슬 추모관의 AI 추모곡 기획은 이 세 방향을 한 곡의 노래에 모아 놓은 사례다. 고인을 재현하는 대신 가족의 기억을 기록하는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AI 추모 시장에 '재현형' 외의 갈래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관찰 지점은 세 가지다. 첫 완성곡이 언제 공개되고 유가족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권리와 비용, 보관 방식이 어떤 문서로 정리되는가. 라이브 채널이 추모곡 전용 공간으로 자리 잡는가. 이 세 가지가 채워지면 담양의 작은 봉안당에서 시작된 시도는 상조·장례업계가 참고할 기록형 AI 추모의 첫 사례가 된다. 사진 한 장이 노래 한 곡이 되는 순간, 추모는 보는 일에서 듣는 일로 옮겨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