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대성동초 교사가 '첫 구조자'…구급차 닿기 전 4분, 파주도시공사 심폐소생술 교육

군사분계선 400m 앞 교실, 응급 골든타임은 누가 지키나…파주 DMZ 학교 응급처치 교육

2026-09-04     임우경 기자
파주도시공사, DMZ 대성동초·민통선 군내초 교직원에 찾아가는 심폐소생술·응급처치 교육 /사진= 파주도시공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초등학교는 군사분계선에서 약 400m 떨어진,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국내 유일의 학교다. 문산 등 후방에서 오는 학생들은 군이 통제하는 통일대교를 지나 1시간 넘게 통학버스를 타야 교실에 닿는다. 이 학교와, DMZ 남방한계선 밖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 통일촌에 자리한 군내초등학교에서 4일 파주도시공사 소속 1급 응급구조사가 교직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의 전제는 단순하다. 이곳에서 학생이 쓰러지면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일반 지역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공백을 메울 사람은 현장의 교사뿐이라는 것이다. 공사는 응급상황 발생 직후 현장에 있는 교직원의 초기 대응이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좌우한다는 판단에서 이번 교육을 기획했다.

심층 배경: 검문소가 만든 '응급 사각지대' - 관할 구급대는 통일대교 남쪽에 있다

두 학교가 속한 군내면과 장단면, 그리고 문산읍의 구급 출동은 파주읍 통일로에 있는 파주소방서 직할 통일119안전센터가 맡는다. 파주읍에서 출발한 구급차는 문산읍을 지나 통일대교 검문소를 통과한 뒤에야 민통선 이북에 진입할 수 있다. 민통선 이북 세 마을 중 통일촌과 해마루촌은 관할 부대장이 발급한 출입증으로 24시간 출입이 가능하지만, 대성동마을은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정전위원회 관할 구역으로 정전위가 발급한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거리와 검문이라는 두 겹의 구조적 지연 요인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역 전체의 구급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 119 신고 후 7분 내 현장 도착률은 서울이 93.4%인 반면 경기 북부는 54.3%로 전국 하위권에 머물렀다. 2024년 10월 기준 경기북부 긴급차량 7분 도착률은 56.6%로 전국 평균 68.8%를 크게 밑돌았고, 경기도 31개 시·군 중 21곳이 전국 평균 아래였다. 파주소방서는 지난해 소방차 평균 출동시간이 골든타임 7분을 넘긴 경기도 내 19개 소방서 가운데 하나다. 읍·면과 도시가 혼재된 도농복합지역 소방서의 센터당 관할 면적은 도시지역의 5.6배에 달해, 2024년 기준 7분 내 도착률은 30.7%에 그쳤다.

군사분계선 400m 앞 교실, 응급 골든타임은 누가 지키나…파주 DMZ 학교 응급처치 교육 /사진= 파주도시공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4분의 벽, 그리고 일반인 심폐소생술의 효과

심장이 멈춘 뒤 4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응급조치가 1분 늦어질 때마다 생존 확률은 7~10%씩 낮아진다. 구급차가 20분 뒤에 도착하는 지역이라면 생존 여부는 사실상 구급대가 아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결정하게 된다.

2024년 국내 급성심장정지 환자는 3만3,034명(인구 10만 명당 64.7명)이었고, 생존율은 9.2%, 뇌기능회복률은 6.3%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119 도착 전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30.3%였으며, 시행한 경우 생존율은 14.4%로 미시행(6.1%)의 약 2.4배였다. 뇌기능회복률 역시 시행 시 11.4%, 미시행 시 3.5%로 3.3배 차이가 났다.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14년 12.9%에서 2024년 30.3%로 10년 만에 2.3배 늘었지만, 여전히 열 명 중 일곱 명은 구급대 도착 전 아무런 처치를 받지 못한다.

작은 학교, 적은 어른

두 학교는 규모가 작다. 대성동초는 학생 19명에 교원 10명이고, 군내초는 학생 40명에 교원 11명이다. 교원 열 명 안팎의 학교에서는 응급상황 시 신고·가슴압박·제세동기 조작을 나눠 맡을 인력이 제한적이어서, 교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전 과정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도 고령화돼 있다. 통일촌 주민 401명 중 60세 이상이 186명으로 평균연령이 56세에 이르고, 해마루촌은 실거주자 145명 중 100여 명이 65세 이상이다. 학교는 학생뿐 아니라 마을 전체에서 몇 안 되는 '젊은 성인이 상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해관계와 입체적 시각: 의무는 있고 장비는 없다 - 법이 정한 교직원 교육, 현장 이행의 간극

학교보건법 제9조의2는 유치원과 초·중등학교의 장이 매년 교직원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시행규칙 별표 9는 이론 2시간·실습 2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실습 2시간을 포함해 최소 3시간 이상 실시해야 하며, 강사는 의사, 관련 자격을 갖춘 간호사, 응급의료 분야 5년 이상 경력의 응급구조사로 한정한다. 학교장은 매 학년도 3월 31일까지 교육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교육감에게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외부 강사가 민통선 안으로 들어오려면 출입 절차를 거쳐야 하고, 교직원이 후방 교육장으로 나가면 수업 공백이 생긴다. 파주시가 운정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심폐소생술 상설교육장은 정해진 일정에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통일대교 건너편 학교의 일과와는 맞물리기 어렵다. 경기도교육청안전교육관이 체험형 안전교육 참여가 제한되기 쉬운 학교를 위해 대성동초 전교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응급처치 교육을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사가 대한심폐소생협회 KBLS·KALS 강사 자격을 갖춘 1급 응급구조사를 학교로 직접 보낸 것은, 법정 교육 요건과 지리적 제약 사이의 틈을 지방공기업이 메운 사례로 읽힌다.

구급차 7분 내 도착률 54%…DMZ 학교 교직원이 심폐소생술 배우는 이유 /사진= 파주도시공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학교는 AED 의무설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은 의무지만 장비는 아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의2가 정한 자동심장충격기 의무설치 기관에 학교는 포함돼 있지 않다. 학교가 자율적으로 설치한 AED는 보건소 신고 의무가 없어 배터리 유효기간이나 작동 여부에 대한 정기점검 체계가 미비하다는 문제 제기가 교육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2026년 학교안전관리 종합계획 역시 학교 상황에 따라 AED 1대 이상 구비를 '권장'하는 데 머물러 있다. 파주시 보건소는 관내 AED 설치 신고 현황을 응급의료포털 E-gen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지만, 신고 의무가 없는 학교 설치분은 이 통계에서 빠질 수 있다. 구급대가 늦게 오는 지역일수록 현장 제세동의 가치가 커지는데, 제도는 그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교사의 손이 살린 사례

교직원 교육의 실효성은 최근 사례로 확인된다. 지난 6월 16일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업 중 코를 고는 듯한 비정상 호흡을 보이며 심정지에 빠진 학생을 같은 반 친구가 알아채고 교사에게 알렸다. 교사들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보건교사가 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해 학생은 의식을 회복했다. 이 사례는 '이상 징후를 심정지로 인식하는 판단력'과 '즉각 압박을 시작하는 훈련된 손'이 함께 있어야 골든타임이 지켜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안과 전망: 취약지 맞춤형 안전망으로 - 관광공사에서 도시공사로, 안전 사업의 연속성

이번 교육을 맡은 파주도시공사는 2020년 7월 파주도시관광공사로 출범해 올해 2월 23일 현재 명칭으로 바꾼 지방공기업이다. 관광에 편중된 이미지를 벗고 도시개발·정주 인프라·교통·에너지를 아우르는 종합도시개발 공기업으로 전환한다는 취지였다. 사명은 바뀌었지만 평화관광팀의 응급구조 역량은 이어졌다. 공사는 지난해 6월 27일에도 민통선 해마루촌을 찾아 주민들에게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교육했고, 1급 응급구조사를 추가 채용해 관광지 안전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공사는 앞으로도 지역별 응급의료 접근성과 안전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관광 안전 목적에서 출발한 인력이 학교·마을 교육까지 맡는 구조가 지속되려면, 파주교육지원청·파주소방서·보건소와의 역할 분담과 연간 일정의 정례화, 예산 근거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

AED 설치·점검, '권장'에서 '관리'로

첫째, 응급의료 취약지 학교의 AED 설치·점검을 권장이 아닌 관리 대상으로 격상하는 방안이다. 경기도교육청 종합계획은 AED 설치교의 관할 보건소 신고·등록 관리를 명시하고 있어, 이를 민통선 학교부터 우선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둘째, 구급 출동 환경의 구조적 개선이다. 경기도의회는 소방출동취약지역의 현황 파악과 진입곤란지역 대책 마련을 도지사의 책무로 규정한 '경기도 긴급차량 출동환경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안전행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통일대교 검문 구간을 통과하는 구급차의 신속 출입 절차를 군과 사전 협의하는 것도 조례가 겨냥한 '출동환경 개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파주소방서가 2024년 의사 탑승 응급의료 헬기(Heli-EMS)로 중증 환자 18명을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한 성과도 접경지 학교에 적용 가능한 이송 대안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셋째, 교육 내용의 최신화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1월 29일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생존 사슬에 재활·회복 단계를 추가하고,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다루는 '응급처치' 분야를 신설했다. 기도폐쇄와 출혈·골절·화상까지 포괄한 이번 파주 교육의 구성은 이 개정 방향과 맞닿아 있으며, 향후 학교 법정교육 커리큘럼에도 반영이 필요하다.

접경지를 넘어 경기북부 전체로

접경지 학교의 응급처치 교육은 '특수한 지역의 특별한 행사'가 아니다. 구급차가 7분 안에 오지 못하는 곳이 경기북부의 절반에 가깝다는 통계는 응급의료 접근성의 격차가 접경지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국가가 정전협정의 상징으로 조성한 마을의 학교에서,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첫 4분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파주의 작은 교실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교육·소방·보건 행정이 취약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