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필리핀 방문 20% 감소한 해…관광부, 코엑스 유학박람회서 '어학연수+관광' 홍보

2026-09-04     임우경 기자
세부·바기오·클락 ESL 어학원 27곳 참가, 장기 체류 수요로 전략 전환…치안·대체 연수지 경쟁은 과제   /사진=필리핀 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필리핀 관광부 한국지사가 8월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필리핀 유학박람회'에 홍보 부스를 열고 영어 교육 환경과 장기 체류 콘텐츠를 알렸다. 2025년 한국인 필리핀 방문객이 전년보다 20.49% 줄어든 125만1,581명에 그친 가운데, 관광부가 단기 휴양 수요 대신 체류 기간이 긴 어학연수 수요를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어학원 27곳, 관광부, 다이빙 플랫폼이 한자리에

박람회는 필리핀 전문 유학 플랫폼 필자닷컴(Pilja.com)이 주최했다. 세부, 바기오, 클락 등 필리핀 주요 지역의 ESL 어학원 27곳이 참가해 학교별 교육 프로그램과 현지 생활 정보를 제공했다. 2025년 필자닷컴을 통해 필리핀 어학연수를 진행한 학생은 4,853명이다. 이 수치는 단일 플랫폼 실적으로, 필리핀 어학연수 한국인 전체 규모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다.

관광부는 부스에서 필리핀의 관광 목적지와 장기 체류 콘텐츠를 소개했다. 필리핀 다이빙 플랫폼 블루인(BLU'IN)과 관광부 공식 마케팅 파트너사 선트렉(Suntrek)이 현장 상담에 함께 참여해 어학연수와 병행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를 안내했다.

얼윈 발라네(Erwin F. Balane) 필리핀 관광부 한국지사장은 "필리핀은 수준 높은 영어 교육 환경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문화, 액티비티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유학 및 어학연수 목적지"라며 "앞으로도 교육과 관광을 연계해 필리핀의 다양한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대 시장은 유지, 규모는 5분의 1 축소

관광부가 유학박람회에 나온 배경은 자료 밖에 있다. 2025년 한국인 필리핀 방문객은 약 125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1.34%를 차지해 미국·일본·호주·캐나다를 제치고 최대 시장 지위를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 20.49% 감소했다. 2024년 한국인 방문객은 157만4,152명이었다. 관광부는 감소 원인을 2024년 보복 여행 수요와 항공 공급 확대가 겹친 일시적 고점 이후의 안정화 과정으로 설명한다.

한국 측 통계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2025년 한국인 출국은 2,958만 명으로 역대 최다였으나, 행선지별로는 중국과 일본이 두 자릿수 증가한 반면 태국과 필리핀은 두 자릿수 감소, 베트남은 9% 감소였다. 국제 물가 부담이 동남아 원거리 수요를 눌렀고, 한국인 출국 행선지는 당분간 중국·일본·베트남으로 고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9년 대비 필리핀의 한국 시장 회복률은 62.9%로 중국(15.35%)과 대만(62.18%)보다 높지만, 팬데믹 이전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

한국인 필리핀 방문 20% 감소한 해…관광부, 코엑스 유학박람회서 '어학연수+관광' 홍보  /사진=필리핀 관광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체류형 수요로 무게 이동

관광부는 올해 마케팅 전략을 양적 확대에서 체류 만족도와 재방문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클락에서는 골프 관광과 영어연수 프로그램을 결합한 장기 체류형 상품이 확대되고 있고, 보홀과 세부 또는 마닐라를 묶는 복수 목적지 여행도 늘고 있다.

어학연수는 4주에서 6개월까지 체류를 동반한다. 4주 세부 연수의 경우 학원비와 숙식비가 약 90만~290만 원, 현지 납부 비용이 약 50만 원, 항공권과 보험, 용돈을 합쳐 추가 100만 원 안팎이 든다. 여기에 가족 방문과 주말 여행, 연수 후 관광이 붙는다. 관광부가 다이빙 플랫폼을 동반해 상담에 나선 것은 연수 기간 중 관광 소비를 늘리려는 포석이다.

수요층도 넓어지고 있다. 대학생 중심이던 필리핀 어학연수는 직장인과 중장년층, 시니어, 자녀 동반 가족으로 참여 대상이 확대됐고, 한 달 살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비자 발급 절차가 간단하고 1대 1 맞춤 수업으로 단기 집중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인으로 꼽힌다.

치안, 대체 연수지, 품질 편차

관광부가 이번 자료에서 다루지 않은 변수가 세 가지다. 첫째는 치안이다. 관광부는 올해 2월 세부·보라카이·팔라완·보홀·다바오·클락 등 한국인 방문 수요가 높은 관광지에 한국어 소통 가능 관광경찰을 우선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세안 관광 포럼 2026 기간 양국 고위급 협의를 계기로 추진된 조치로, 관광부 스스로 아시아 관광 경쟁에서 안전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밝혔다. 어학연수는 학부모가 자녀를 보내는 결정이 많아 치안 변수에 더 민감하다. 이번 박람회 자료에 안전 대책 언급이 없는 것은 기회 손실이다.

둘째는 대체 연수지다. 코로나 이후 필리핀 어학원 다수가 폐업했다가 2022년부터 회복했지만, 비슷한 비용에 치안이 안정적인 말레이시아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셋째는 품질 편차다. 일부 기관이 현지 교육당국이나 이민국의 정식 인가 없이 운영되는 사례가 있어 등록 전 허가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어학원 27곳이 한자리에 모인 박람회는 비교 비용을 줄이지만, 인증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연수생 시장 100억 원, 관광 감소분과의 격차

첫째, 어학연수 수요가 관광 감소분을 얼마나 메우는지다. 필자닷컴 경유 4,853명을 기준으로 추정하면 연수생 시장은 연 100억 원 안팎으로, 125만 명 관광 시장의 감소분을 상쇄할 규모는 아니다. 교육 수요는 수익 안정화 수단이지 성장 동력은 아니다. 둘째, 관광경찰 배치와 어학원 품질 관리가 어학연수 홍보와 결합되는지다. 안전과 인증 정보가 박람회 단계에서 제공돼야 학부모 설득이 가능하다. 셋째, 연수생 대상 관광 연계 상품이 구체화되는지다. 발라네 지사장이 밝힌 "교육과 관광 연계"가 수료생 할인, 주말 투어 패키지 같은 실물 상품으로 이어져야 재방문으로 연결된다.

한국인 방문객이 5분의 1 줄어든 해에 필리핀 관광부가 택한 답은 더 오래 머무는 손님이었다. 방향은 합리적이다. 다만 단기 휴양객을 떠나게 한 물가와 치안 변수는 어학연수생에게도 똑같이 작용한다. 교육 시장으로 무게를 옮기는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홍보보다 먼저 안전과 품질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