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조직 트렌드①] ‘경력 일치’에서 ‘학습 가능성’으로…군 출신 인재가 넓히는 채용 기준
연간 약 20만 명 미군 복무 마치고 민간 노동시장으로 기본훈련·전문교육·복수 역량 축적한 인력, 이력서 밖 경험 부각 조앤 배스 “완벽한 직무 일치보다 빠르게 배우는 능력”
[KtN 정석헌기자]미군에서 해마다 약 20만 명이 복무를 마치고 민간사회로 이동한다. 육군과 공군, 해군을 비롯한 각 군에서 교육과 전문훈련을 받은 인력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규모다. 미 공군에서 31년간 복무한 조앤 배스(JoAnne Bass) 전 최고선임부사관은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2026년 9월 공개한 인터뷰에서 기업이 제대군인을 채용할 때 이력서에 적힌 직무 경험만으로 평가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채용공고에 요구된 역량을 모두 갖추지 않았더라도 군 복무 과정에서 습득한 학습 능력과 위기 대응 경험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배스는 1993년 미 공군에 입대했다. 처음에는 4년 정도 복무할 생각이었지만 군 생활은 31년간 이어졌다. 이후 미 공군 제19대 최고선임부사관에 올라 현역과 주방위군, 예비군, 민간인 등 68만9000명 이상의 공군 구성원과 가족을 대표했다.
초기에는 서너 명의 동료와 일했다. 책임 범위는 10명, 70명, 200명으로 커졌고 최고선임부사관에 오른 뒤에는 68만9000명 규모로 확대됐다. 배스는 직급과 책임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모든 답을 직접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며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리더십도 달라졌다.
민간 노동시장과 맞닿는 부분은 미군의 인력 양성 방식이다.
미군은 입대 초기부터 교육을 시작한다. 기본훈련 뒤에는 전문 분야 교육을 이어가고, 한 가지 업무에만 머물지 않도록 여러 기술을 익히게 한다. 팀에 필요한 기능이 부족할 때 다른 구성원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복수 역량도 훈련한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으며, 위기에서도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교육 과정에 포함된다.
군 경력이 민간기업의 직무명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군에서 수행했던 임무와 민간기업이 사용하는 직무 체계가 다르면 복무 기간에 쌓은 경험을 기존 경력 분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배스가 기업에 강조한 부분도 직무명의 일치보다 훈련을 통해 새로운 업무를 빠르게 익힐 수 있는 능력이었다.
배스는 군이 경력 초기부터 인력을 훈련하고 이후 전문교육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필요에 따라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정보나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판단하도록 훈련한다. 기업이 원하는 역량이 이력서에 모두 드러나지 않더라도 새 업무를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을 제대군인의 강점으로 꼽았다.
배스가 공군 최고선임부사관으로 선임된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 중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AI의 광범위한 도입까지 조직을 둘러싼 환경이 잇따라 바뀌었다. 배스는 과거에 성공한 방식만 반복해서는 미래에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화 방향이 최고위층에만 머무르지 않고 조직 전체에 공유돼야 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팬데믹 기간 미 공군은 신병 훈련을 중단하지 않았다. 미시시피주 키슬러 공군기지에 새로운 기본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준비에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도 3개월 안에 운영 방식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존 운영 방식이 흔들린 상황에서도 교육과 인력 양성을 계속한 경험이다.
AI와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에서도 인재의 적응 능력을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을 일찍 받아들이고 일정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정보기술과 사이버 분야에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성원이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이 가야 할 방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도 리더의 역할로 제시했다.
젊은 인력에 대한 접근도 교육 방식의 변화와 연결됐다. 배스는 젊은 공군 장병들이 업무 방식을 개선할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의견을 곧바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의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공군의 기술교육과 현대화 방식도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인력 운영에는 한 사람이 같은 업무만 반복한다는 전제가 없다. 기본교육과 전문훈련을 거친 뒤 임무와 책임이 달라지고, 필요할 때 다른 기능을 맡는다. 직급이 올라가면 새로운 역할에 맞춰 다시 배우는 과정도 반복된다. 복무를 마친 뒤 민간 직무로 이동할 때도 과거 직무명과 함께 새 환경에 적응해온 경험이 경력의 일부로 남는다.
군과 기업의 업무 구조는 다르다. 국가안보와 군사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에서 익힌 전문기술 가운데 민간 직무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분야도 있다. 배스 역시 제대군인이 기업이 원하는 모든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력서에 완벽하게 맞는 경력이 없더라도 군에서 반복해온 교육과 학습의 속도까지 채용 과정에서 함께 평가하라는 주문에 가까웠다.
매년 약 20만 명의 미군 인력이 복무를 마치고 민간사회로 이동한다. 상당수는 기본교육과 전문훈련,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거친 뒤 새로운 직업을 찾는다. 배스가 기업에 제시한 기준도 이전 직장에서 같은 일을 했는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 갖춘 경력과 함께 새 업무를 배우는 속도까지 보는 채용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