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조직 트렌드③] ‘정답을 주는 리더’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조직’으로

목적·소속감 강조해온 미 공군, 변화 대응은 학습·피드백·현장 참여로 68만9000명 조직 맡았던 조앤 배스 “리더가 모든 답 가질 필요 없어” 코로나19·AI 거치며 기존 방식보다 빠른 실험과 차세대 인재 활용 강조

2026-09-07     정석헌 기자
사진=McKinsey & Company 

[KtN 정석헌기자]조직의 목적을 구성원에게 설명하는 것만으로 대규모 조직을 움직이기는 어렵다. 구성원이 변화 방향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며, 기존 세대와 다른 역량을 가진 인재의 의견이 실제 운영에 들어오는 과정까지 필요하다. 미 공군에서 31년간 복무한 조앤 배스(JoAnne Bass) 전 최고선임부사관은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2026년 9월 공개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리더십이 ‘답을 가진 사람’에서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배스가 처음 책임졌던 인원은 서너 명이었다. 이후 10명, 70명, 200명으로 늘었고 미 공군 제19대 최고선임부사관에 오른 뒤에는 현역과 주방위군, 예비군, 민간인 등 68만9000명 이상의 공군 구성원과 가족을 대표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는 동안 듣기와 학습, 피드백을 반복했고 다른 강한 리더들과 함께 일하며 조직 구성원이 최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무게를 뒀다.

젊은 시절에는 리더가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임이 커진 뒤에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리더가 정답을 독점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이 성장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배스가 31년에 걸친 군 생활에서 설명한 리더십 변화는 명령과 통솔만으로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미 공군의 조직문화에는 강한 목적과 소속감도 자리 잡고 있다. 신병은 기본훈련에 들어오는 순간 군이라는 직업세계에 진입하고, 가치와 핵심역량을 배우며 동료들과 어려운 훈련을 함께 수행한다. 배스는 훈련을 마친 신병들이 자신보다 큰 조직의 일원이 됐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동료를 돌보며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문화도 함께 강조했다.

다만 68만9000명 규모의 조직에서 목적과 가치가 최고위층의 언어에 머물러서는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배스의 경험이었다. 배스는 기존의 성공 방식이 미래까지 그대로 통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군이 처한 환경과 전략적 변화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일정 수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 지휘부에만 방향을 설명해서는 대규모 조직의 변화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2020년 배스가 최고선임부사관으로 선임됐을 당시 미 공군은 코로나19 팬데믹 한가운데 있었다. 기존 대응 지침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병 훈련을 중단하지 않았다. 미시시피주 키슬러 공군기지에 새로운 기본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준비에 1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상황에서 3개월 안에 방식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팬데믹 기간에도 훈련과 인력 양성은 계속됐다.

기존 방식이 작동하지 않을 때 새로운 운영 방식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능력은 AI와 기술 변화에서도 이어졌다. 배스는 기술을 일찍 받아들이고 일정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과 사이버 분야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고, 구성원이 전문성을 높이면서 조직의 새로운 방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가 방향을 정하고 구성원이 따르는 방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대목은 젊은 세대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배스는 젊은 공군 장병들이 업무를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의견을 지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로 표현하면서 기존 세대보다 빠르게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평가했다.

교육 방식도 젊은 인력에게 맞춰 조정했다. 배스는 공군 기술교육과 현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세대에 더 적합한 훈련 방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디지털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언급하며 이미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의 목적을 강조하는 방식과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신병 단계에서는 공동의 가치와 높은 기준을 가르치고, 조직에 들어온 뒤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업무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흐름이다. 목적과 소속감을 조직문화의 출발점으로 두면서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는 학습과 피드백, 새로운 인재의 참여를 함께 요구했다.

배스가 말한 리더의 역할도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달라졌다. 서너 명을 상대하던 시기에는 스스로 답을 내놓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수십만 명의 조직을 책임진 뒤에는 주변 구성원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무게를 뒀다. 조직 전체의 변화를 위해 최고위층부터 현장의 젊은 장병까지 방향을 공유해야 한다는 판단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코로나19에서는 기존 운영 방식을 바꾸는 속도가 요구됐고 AI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과 인재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강조됐다. 젊은 장병에게는 아이디어를 낼 자리를 열고 훈련 방식도 세대의 특성에 맞춰 조정했다. 배스가 31년간 경험한 미 공군의 조직 운영에서 목적과 소속감은 출발점이었고, 실제 변화는 학습과 피드백, 구성원의 참여가 이어질 때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