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의 이면②] 리와 사막에서 파리 향수로…메종 프란시스 커정이 다시 꺼낸 ‘우드’
아시아에서 생산된 아가우드, 중동의 향 문화 거쳐 프랑스 조향으로…실크·새틴 이어 벨벳으로 넓어진 OUD 컬렉션
[KtN 임우경기자]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서쪽 알다프라 지역의 리와(Liwa)는 룹알할리(Rub' al Khali), 이른바 ‘엠티 쿼터(Empty Quarter)’와 맞닿아 있다. 거대한 모래 언덕이 이어지는 사막 지역이다. 프란시스 커정(Francis Kurkdjian)은 리와에서 보낸 밤과 사막의 모래에서 출발해 ‘OUD velvet mood Extrait de parfum’을 만들었다.
향의 중심에는 우드(Oud)가 놓였다. 우드는 아퀼라리아(Aquilaria) 계열 나무에서 만들어지는 향목인 아가우드(Agarwood)에서 얻는다. 주요 산지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다. 나무 내부에 수지가 형성되면서 짙고 복합적인 향을 갖게 되고, 목재 자체를 태우거나 증류해 향료로 사용한다.
아시아에서 자라는 아가우드는 오랫동안 중동의 향 문화 안에서 중요한 재료로 사용됐다. 향목을 태워 공간과 옷에 향을 입히고 손님을 맞거나 종교·생활문화 속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이어져 왔다. 오늘날 세계 향수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oud’라는 이름 역시 중동에서 익숙한 향의 언어다.
‘OUD velvet mood’ 한 병에는 서로 다른 지역의 향 문화가 함께 들어간다. 원료의 뿌리는 아시아에 있고, 우드를 생활 속 향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해 온 지역 가운데 하나가 중동이다. 프란시스 커정은 리와의 사막에서 받은 인상을 프랑스 조향의 방식으로 다시 구성했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Maison Francis Kurkdjian)의 OUD 컬렉션에서 같은 흐름은 이전부터 이어졌다. ‘OUD silk mood’에는 실크, ‘OUD satin mood’에는 새틴을 붙였다. 이번에는 벨벳을 선택했다. 우드라는 공통 원료에 서로 다른 직물의 감촉을 더해 향의 성격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프란시스 커정의 우드 작업은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우드 샘플을 접한 뒤 복숭아와 사프란, 건조한 목재와 동물적인 향까지 읽어냈고, 우드를 자신의 조향 언어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후 OUD를 비롯해 ‘OUD silk mood’와 ‘OUD satin mood’로 제품군을 넓혔다.
‘OUD velvet mood’에는 당시 우드에서 읽었던 요소 일부가 다시 등장한다. 사프란과 피치 어코드, 레더 어코드, 그랑디플로룸 재스민(Grandiflorum Jasmine), 우드가 주요 구성으로 들어갔다. 복숭아 향은 여러 향료를 조합한 피치 어코드로 만들고, 가죽 계열은 스웨이드의 부드러운 질감을 떠올리도록 구성했다.
복숭아와 스웨이드는 우드의 짙은 향과 대비된다. 복숭아 껍질의 보송한 감촉과 부드러운 가죽, 수지성 목재의 깊이가 한 향 안에서 겹친다. 제품명에 붙은 ‘velvet’도 향료 이름이 아니라 여러 향의 질감을 하나로 묶는 표현이다.
리와의 사막도 같은 방식으로 향 안에 들어왔다. 낮 동안 열을 머금은 모래와 밤의 어둠, 바람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모래 언덕은 이번 향수의 출발점이 됐다. 프란시스 커정은 모래의 부드러운 감촉을 벨벳에 연결했다. 사막을 단순히 색이나 풍경으로 가져오기보다 피부에 닿는 감각으로 바꿔 향수의 이름과 향조에 옮겼다.
우드와 벨벳의 조합은 메종 프란시스 커정이 중동의 향을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중동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우드에 복숭아와 스웨이드, 재스민을 더하고 프랑스 향수의 조향법 안에서 다시 조합한다. 리와에서 시작한 기억 역시 벨벳이라는 유럽 직물의 이름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실크와 새틴, 벨벳은 향료가 아니다. 모두 손으로 만졌을 때 차이가 분명한 직물이다. 실크는 가볍고 섬세하며, 새틴은 표면의 매끄러움과 광택이 두드러진다. 벨벳은 짧은 파일이 만들어내는 보드라운 표면과 밀도감이 특징이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은 같은 우드를 각각의 직물이 가진 촉감과 연결하면서 제품군을 나눴다.
우드가 프랑스 니치 향수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도 여기서 읽힌다. 중동에서 우드가 실제로 태우거나 피부와 옷에 향을 입히는 생활 속 향이었다면, 프랑스 향수에서는 알코올 기반의 액체 향수 안에 들어가 꽃과 과일, 향신료, 가죽 계열 향과 함께 재구성된다. 사용하는 방식도, 소비되는 형태도 달라졌다.
아가우드는 희소성과 높은 가격 때문에 국제적으로 관리되는 원료이기도 하다. 주요 아퀼라리아와 기리놉스(Gyrinops) 수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II에 포함돼 국제 거래가 관리된다. 향수 산업에서 우드가 고급 원료로 자리 잡으면서 재배와 지속가능한 생산, 합법적인 거래 관리 역시 중요한 산업 조건이 됐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은 OUD 컬렉션에서 우드를 단순히 강하고 무거운 향으로 다루지 않았다. 실크와 새틴, 벨벳을 차례로 붙이면서 같은 원료 안에서 서로 다른 질감과 밝기, 무게감을 나눴다. ‘OUD velvet mood’에서는 복숭아와 스웨이드를 더해 우드의 거친 부분과 부드러운 표면을 한 향 안에 배치했다.
리와와 우드가 만나는 방식도 단순한 지리적 결합은 아니다. 리와는 프란시스 커정이 향의 이미지를 얻은 장소이고, 우드는 아시아에서 시작해 중동의 향 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원료다. 프랑스 조향사는 두 요소를 받아들여 벨벳이라는 이름과 복숭아·스웨이드의 질감을 더했다.
아시아의 나무에서 만들어진 향목은 중동의 생활문화 속에서 우드라는 이름을 얻었고, 다시 파리의 향수 하우스에서 실크와 새틴, 벨벳이라는 직물의 언어와 만났다. ‘OUD velvet mood’는 하나의 향료가 산지와 교역, 생활문화와 조향을 거치면서 오늘날 럭셔리 향수의 형태로 바뀌는 흐름을 보여주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