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향수의 이면③] 향수를 ‘촉감’으로 판다…메종 프란시스 커정 ‘OUD velvet mood’의 직물 언어

실크·새틴 이어 벨벳까지…복숭아 껍질과 스웨이드 더해 우드를 부드러운 감각으로 풀어

2026-09-07     임우경 기자
[니치향수의 이면③] 향수를 ‘촉감’으로 판다…메종 프란시스 커정 ‘OUD velvet mood’의 직물 언어. 사진=Maison Francis Kurkdjia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메종 프란시스 커정(Maison Francis Kurkdjian)의 OUD 컬렉션에는 향료가 아닌 직물 이름이 붙어 있다. ‘OUD silk mood’의 실크, ‘OUD satin mood’의 새틴에 이어 신작 ‘OUD velvet mood Extrait de parfum’에는 벨벳이 들어갔다. 세 직물은 손으로 만졌을 때 감촉부터 다르다. 같은 우드를 중심에 두면서 실크와 새틴, 벨벳으로 향의 차이를 나눈 것이다.

신작에서는 벨벳 특유의 보드라운 촉감이 복숭아와 스웨이드, 우드를 통해 이어진다. 프란시스 커정(Francis Kurkdjian)은 아랍에미리트(UAE) 리와(Liwa)의 모래 언덕에서 받은 인상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햇빛에 데워진 사막의 모래를 벨벳과 연결하고, 복숭아 껍질의 보송한 감촉과 유연한 스웨이드, 짙은 우드를 한 향에 배치했다. 브랜드가 분류한 향 계열도 프루티 우디(Fruity Woody)다.

복숭아는 단맛만 담당하지 않는다. 과육보다 껍질에 가까운 감각이 강조된다. 손끝에 닿는 잔털의 부드러움이 벨벳과 이어지고, 스웨이드는 매끈한 가죽보다 한층 부드러운 표면을 보탠다. 우드의 짙고 묵직한 성격 사이에 두 소재를 끼워 넣으면서 향의 인상을 촉감으로 설명할 수 있는 구성이 만들어졌다.

‘OUD silk mood’에서는 접근법이 다르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은 여러 색이 섞인 생사(raw silk)의 가볍고 공기감 있는 성격에 향을 연결한다. ‘OUD satin mood’에서는 몸을 감싸는 유연한 새틴과 반짝이는 질감을 앞세운다. ‘OUD velvet mood’에는 한층 밀도 높고 포근한 벨벳의 감촉을 붙였다. 직물의 차이가 제품 이름뿐 아니라 향의 성격을 설명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실크와 새틴, 벨벳에서는 촉감뿐 아니라 빛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 실크는 가볍고 섬세한 결을 갖고, 새틴은 매끄러운 표면과 광택이 두드러진다. 벨벳은 짧은 파일이 만들어내는 깊은 색과 부드러운 결이 특징이다.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소재의 차이를 향수 이름에 붙이면 시향하기 전에도 제품 사이의 성격을 구별하기 쉬워진다.

향수는 온라인에서 냄새 자체를 전달할 수 없는 상품이다. 소비자가 실제로 향을 맡기 전 접하는 것은 제품명과 향조 설명, 병의 형태와 색이다. ‘우디’, ‘플로럴’, ‘앰버리’ 같은 향수업계의 분류보다 실크나 벨벳은 일상에서 경험한 감각과 바로 연결된다. OUD 컬렉션의 직물 이름은 전문적인 향료 지식이 없어도 서로 다른 향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언어가 된다.

후각과 촉각을 연결하는 인식은 실험 연구에서도 관찰됐다. 2007년 학술지 ‘Acta Psychologica’에 실린 연구에서는 레몬 향과 동물성 냄새, 부드러운 직물과 거친 직물을 이용해 후각과 촉각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잘 어울린다고 인식되는 냄새와 촉감이 같은 반응키에 배정됐을 때 더 빠르게 반응했다. 냄새와 촉감 사이의 연관이 과제를 수행하는 속도에도 영향을 준 결과다.

화장품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두 감각은 따로 움직이지 않았다. 2021년 프랑스와 중국에서 서로 다른 점도의 페이스크림과 향을 조합해 평가한 연구에서는 향의 유무와 강도가 제품 선호도와 질감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와 사용 부위에 따라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향과 촉감이 함께 제품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여러 실험에서 나타났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이 벨벳이라는 단어를 향수 전면에 놓은 방식도 이런 감각의 연결과 맞닿아 있다. 소비자가 실제 벨벳 냄새를 떠올리는 것은 아니다. 벨벳을 만졌던 기억이 부드러움과 밀도, 따뜻함 같은 감각을 먼저 불러오고, 복숭아와 스웨이드, 우드가 뒤이어 향의 형태를 채운다.

‘OUD velvet mood’의 병에는 짙게 착색한 크리스털과 금색 계열 캡이 사용됐다. 사각 병의 날카롭게 절단된 면과 어두운 유리, 금빛 요소가 대비되고 더블 K 모노그램이 유리에 들어간다. 제품 설명에서 사용한 밤의 어둠과 금빛이라는 이미지가 병까지 이어진다.

짙은 병 안에 담긴 향은 오히려 부드러운 소재를 반복한다. 벨벳, 복숭아 껍질, 스웨이드가 우드 주변에 놓인다. 어두운 유리와 금속성 광택을 갖춘 병에서는 강한 대비를 만들고, 향을 설명할 때는 피부에 닿는 부드러운 감각을 앞세웠다. 눈으로 먼저 접하는 병과 코로 맡는 향 사이에 촉감이 하나 더 들어간 구성이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OUD 컬렉션에서 직물은 일회성 제품명이 아니다. 실크와 새틴에 이어 벨벳까지 같은 방식을 이어가면서 우드를 서로 다른 성격으로 나누는 역할을 맡았다. 공식 OUD 컬렉션에서도 ‘OUD silk mood’는 실크의 가볍고 공기감 있는 성격, ‘OUD satin mood’는 흐르는 새틴의 감촉, ‘OUD velvet mood’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벨벳과 각각 연결된다.

향료 자체만 놓고 보면 소비자가 제품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우드와 꽃, 과일, 가죽 계열의 조합을 글로 읽는 것과 실제 냄새를 맡는 경험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반면 실크와 새틴, 벨벳은 이미 만져본 경험을 가진 소비자가 많다. 직물 이름을 붙이는 순간 향수는 냄새뿐 아니라 부드러움과 매끄러움, 밀도 같은 언어로도 설명된다.

‘OUD velvet mood’에서는 한 단계가 더해졌다. 직물 이름만 붙인 데서 끝나지 않고 복숭아 껍질과 스웨이드까지 같은 촉감의 방향으로 배치했다. 사막의 모래에서 시작한 감각도 벨벳과 연결했다. 제품명과 향조, 영감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부드러운 표면’이라는 한 방향을 향한다.

35ml와 70ml 엑스트레 드 퍼퓸으로 나온 ‘OUD velvet mood’가 합류하면서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OUD에는 실크와 새틴, 벨벳이라는 세 종류의 직물이 놓이게 됐다. 향수를 맡기 전 소비자가 먼저 읽는 것은 ‘velvet’이라는 단어다. 우드라는 익숙한 고급 향료에 직물의 촉감을 붙여 제품을 구분해 온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방식이 벨벳까지 확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