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기억을 팔다③] 향수에서 손과 방으로…메종 마르지엘라 REPLICA가 넓힌 ‘기억의 사용처’

‘Up At Dawn’ 핸드크림·‘By the Fireplace’ 캔들·맞춤형 코프레까지…한 번 뿌리는 향에서 하루 동안 반복되는 생활용품으로

2026-09-07     박채빈 기자

[KtN 박채빈기자]향수는 피부에 뿌리고 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의 REPLICA는 그 짧은 사용 시간을 손과 방, 선물 상자까지 넓히고 있다. 2026년 홀리데이 컬렉션 두 번째 구성에는 ‘Lazy Sunday Morning’과 ‘Jazz Club’ 향수뿐 아니라 ‘Up At Dawn’ 핸드크림, ‘By the Fireplace’ 캔들, 향수와 바디 제품을 직접 조합하는 코프레가 함께 들어갔다. 하나의 향을 피부에 남기는 데서 끝내지 않고 일상에서 반복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품군을 넓힌 것이다.

1편에서 살펴본 REPLICA의 출발점은 특정한 시간과 장소였다. 플로렌스의 일요일 아침, 뉴욕의 재즈클럽, 샤모니의 벽난로처럼 향에 하나의 기억을 붙였다. 3편에서 달라지는 것은 기억을 사용하는 장소다. 향수병 안에 있던 이야기가 손을 위한 바디케어와 집 안의 공기, 여러 제품을 묶는 선물 구성으로 이동한다.

‘Up At Dawn’ 핸드크림은 가장 직접적인 변화다. REPLICA가 새벽의 장미 정원을 떠올리도록 만든 향을 손에 바르는 제품으로 옮겼다. 안개가 남은 정원과 막 피어난 장미라는 설정은 유지하면서 히알루론산, 시어버터, 아몬드오일을 더해 보습 기능을 갖췄다. 향을 맡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과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 하나로 겹친다.

[향수, 기억을 팔다③] 향수에서 손과 방으로…메종 마르지엘라 REPLICA가 넓힌 ‘기억의 사용처’. 사진=Maison Margiel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향수와 핸드크림은 사용하는 리듬도 다르다. 향수는 외출 전이나 특정한 시간에 뿌리는 경우가 많지만 핸드크림은 손을 씻은 뒤나 건조함을 느낄 때마다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 같은 향이라도 하루에 접하는 횟수가 달라진다. 향을 하나의 특별한 순간에만 두지 않고 생활 속 작은 행동에 붙이는 방식이다.

‘Up At Dawn’이라는 이름도 제품의 기능과 흥미롭게 겹친다. 새벽의 장미라는 서정적인 설정은 향수에서라면 피부에 남는 분위기로 끝날 수 있다. 핸드크림에서는 손을 움직일 때마다 가까운 거리에서 향을 다시 맡게 된다.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이 한 번의 분사에서 반복적인 사용으로 바뀐다.

‘By the Fireplace’는 방향이 더 크게 달라진다. 샤모니의 겨울 벽난로를 담았던 향은 캔들이 되면서 피부를 떠나 실내로 이동한다. 밤나무와 장작불의 온기를 떠올리는 향을 실제로 불을 켜 사용하는 물건에 담았다. 제품 이름이 가리키는 공간과 실제 사용 공간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향수에서는 한 사람의 몸을 중심으로 향이 퍼진다. 캔들은 방 전체를 채운다. 누가 향을 뿌렸는지보다 어떤 공간에 머물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REPLICA가 한 사람의 취향을 표현하는 향수에서 생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제품으로 넘어가는 대목이다.

바로 여기서 향수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사이의 경계도 느슨해진다. 향수 한 병만 판매한다면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는 착향에 집중된다. 핸드크림과 캔들까지 들어오면 손을 관리하는 시간과 집에 머무는 시간까지 같은 향의 세계 안에 들어간다. 제품은 달라지지만 브랜드가 붙여놓은 기억과 장소는 계속 이어진다.

REPLICA가 오래 다뤄온 ‘기억’이라는 개념은 이런 확장에 적합하다. 향료 이름을 중심으로 만든 브랜드라면 같은 향을 다른 제품으로 옮길 때 원료의 일관성을 강조해야 한다. REPLICA는 그보다 넓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일요일 아침이나 벽난로 앞, 새벽의 장미 정원이라는 설정은 향수뿐 아니라 캔들과 바디 제품에도 붙일 수 있다.

제품의 형태가 바뀌어도 장소와 시간은 그대로 남는다. 같은 기억을 여러 생활용품으로 나눠 담을 수 있는 이유다.

두 종류의 코프레는 이런 구조를 구매 단계까지 가져간다. 30ml Holiday Set에서는 REPLICA 향 14종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원하는 바디케어 제품을 더할 수 있다. 1.2ml ‘Jazz Club’ 미니어처도 함께 구성된다. 10ml Holiday Set에서는 ‘Lazy Sunday Morning’ 또는 ‘Up At Dawn’ 가운데 향수와 핸드크림을 조합한다. 브랜드가 완성된 세트를 한 가지로 정해놓기보다 소비자가 향과 바디 제품의 조합을 선택하도록 했다.

[향수, 기억을 팔다③] 향수에서 손과 방으로…메종 마르지엘라 REPLICA가 넓힌 ‘기억의 사용처’. 사진=Maison Margiel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코프레가 흥미로운 이유는 선택의 범위보다 서로 다른 제품군을 한 번의 구매 안에 묶는 데 있다. 향수를 고르러 온 소비자가 핸드크림을 함께 접하고, 바디 제품을 사용하던 소비자가 다른 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이 다른 제품의 입구가 되는 구조다.

향수와 바디케어를 함께 구성하면 같은 향을 반드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사용할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향수와 다른 향의 바디 제품을 조합할 수 있다면 한 브랜드 안에서 여러 기억을 겹쳐 사용할 수 있다. 아침과 밤, 몸과 공간을 각기 다른 향으로 나누는 소비도 가능해진다.

REPLICA가 향수를 생활용품으로 확장하면서 중요한 변화는 제품 수가 늘었다는 사실보다 사용 시간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향수는 몇 차례 분사한 뒤 피부에서 천천히 사라지고, 핸드크림은 하루 동안 여러 번 다시 바를 수 있다. 캔들은 실내에 머무는 동안 공간 전체에 향을 남긴다. 세 제품은 같은 향을 다루면서도 소비자의 하루에 들어오는 방식이 다르다.

향수 산업에서 이런 확장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바디로션과 샤워젤, 캔들, 디퓨저는 오래전부터 향수 브랜드가 함께 다뤄온 품목이다. REPLICA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각각의 제품을 하나의 향조로만 연결하지 않고 시간과 장소의 이야기로 묶는 방식이다. ‘By the Fireplace’라는 이름은 향수와 캔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Up At Dawn’은 장미 향과 핸드케어를 하나의 아침 이미지 안에 놓는다.

향수의 가장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소비자와 접촉하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한 병을 사도 매일 같은 양을 쓰지 않고, 여러 향을 번갈아 사용하는 소비자도 많다. 반면 손을 관리하고 방에 향을 더하는 일은 다른 생활 습관과 연결된다. 향수 브랜드가 바디와 홈 제품으로 이동하는 이유를 단순한 품목 확대라고만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REPLICA의 세계를 피부 밖으로 꺼내고 있다. 향수에서 기억을 만들었다면 핸드크림에서는 그 기억을 반복해서 만지고, 캔들에서는 공간 안에 머물게 한다. 코프레에서는 서로 다른 제품을 한 소비자의 생활 안에 묶는다.

이 과정에서 향은 장식적인 요소에 머물지 않는다. 핸드크림은 보습이라는 기능이 있고, 캔들은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며, 향수는 몸에 남는다. 사용 목적이 다른 제품을 하나의 향과 이야기로 연결하면 브랜드는 한 사람의 하루 여러 순간에 들어갈 수 있다.

REPLICA의 확장은 그래서 ‘향수를 더 많이 판다’는 말보다 ‘향이 머무는 시간을 늘린다’는 쪽에 가깝다. 일요일 아침의 기억이 피부에만 머물 필요는 없고, 샤모니의 벽난로가 향수병 안에만 있을 이유도 없다. 손에 바르고 방에 불을 켜고 여러 제품을 한 상자에 담는 동안 같은 기억은 다른 방식으로 반복된다.

향수 한 병에서 시작한 REPLICA의 세계는 이제 몸과 공간 사이를 오간다. 개인의 피부에 붙어 있던 향이 손의 습관과 집 안의 공기까지 넓어지면서 ‘기억을 재현한다’는 브랜드의 오래된 설정도 생활의 여러 층으로 퍼지고 있다. 향이 사라지는 시간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향을 만나는 순간 자체를 늘리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