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 Paris FW26⑤] Mirage 스니커와 베이스볼 캡, 수트에 들어온 스포츠웨어
회색 더블브레스티드 수트부터 롱 코트·레오퍼드 아우터까지…컬러 끈과 돌기형 아웃솔, 캡으로 낮춘 FW26의 격식
[KtN 박인경기자]아미 파리(AMI Paris)의 2026 가을·겨울(FW26) 컬렉션에서는 수트와 코트 아래에 스니커가 놓이고, 셔츠와 타이를 갖춘 착장 위에는 베이스볼 캡이 올라간다. 재킷과 팬츠의 폭을 넓히고 긴 코트와 부피감 있는 아우터를 전개한 옷장에 스포츠웨어 요소를 더하면서 포멀웨어의 착용 방식도 한층 가벼워졌다. 시즌 주요 액세서리 가운데 하나인 Mirage 스니커는 여러 색 조합으로 등장하고, 캡은 블루와 레드, 그린 등으로 색을 바꾸며 수트와 아우터 사이를 오간다.
여러 컬러의 Mirage 스니커를 한데 모은 이미지는 이번 시즌 슈즈의 형태와 색 변화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낮은 실루엣의 어퍼에는 여러 패널이 겹쳐지고, 신발끈에는 오렌지와 옐로, 블루, 밝은 톤 등 서로 다른 색이 들어간다. 어퍼와 끈을 같은 색으로 맞추기보다 대비를 만들어 신발의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밑창도 매끈하게 정리하지 않았다. 바닥에는 둥근 돌기가 반복되고, 옆에서도 돌기의 일부가 드러난다. 어퍼가 비교적 낮고 길게 뻗는 반면 밑창에는 입체적인 요소가 집중돼 위아래의 표면 차이가 커진다.
색 구성은 한 가지 조합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베이지와 오렌지, 짙은 그린과 옐로, 회색과 블루처럼 차분한 바탕에 선명한 색을 섞는다. 의류에서 베이지와 회색, 검정 사이에 레드를 집중했던 방식과 마찬가지로 스니커에서도 기본색과 대비색을 나눠 사용했다.
밝은 톤의 Mirage 스니커에서는 신발의 세부 구조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어퍼에는 서로 다른 형태의 패널이 이어지고, 발등과 측면에는 재봉선과 절개가 반복된다. 전체 색은 크림과 베이지 계열로 절제됐지만, 신발끈과 세부 부위에서 미세한 색 차이가 생긴다.
밑창 아래쪽의 둥근 돌기는 앞부분과 뒤꿈치까지 이어진다. 옆에서 보면 신발 바닥이 평평하게 끝나지 않고 작은 돌기가 외곽을 따라 반복되는 형태다. 장식적인 요소를 어퍼에만 집중하지 않고 밑창까지 확장한 구성이다.
밝은 색 조합은 베이지 코트와 회색 수트, 데님처럼 FW26에 반복되는 기본 옷과도 연결하기 쉽다. 신발 자체의 색을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형태와 표면으로 차이를 낸다.
어두운 색의 Mirage 스니커에서는 같은 구조가 다른 인상으로 바뀐다. 어퍼와 끈, 밑창이 짙은 색으로 모이면서 패널의 경계보다 전체 윤곽이 먼저 드러난다. 밝은 모델에서 세부 절개가 두드러졌다면 어두운 모델에서는 길게 뻗은 형태와 돌기형 밑창의 대비가 더 선명하다.
한 시즌 안에서 같은 스니커를 여러 색으로 제시한 점은 의류와의 조합 범위를 넓힌다. 회색 수트에는 밝거나 어두운 모델을 모두 배치할 수 있고, 레오퍼드나 체크처럼 패턴이 강한 옷에는 신발 색을 낮춰 전체 착장을 정리할 수 있다.
FW26에서 스니커는 별도의 스포츠 룩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킷과 셔츠, 코트처럼 포멀웨어에 가까운 품목과 같은 옷장 안에 놓이며 정장용 구두가 차지하던 자리를 일부 대신한다.
회색 더블브레스티드 수트와 붉은 베이스볼 캡의 조합에서는 스포츠웨어가 상체까지 올라온다. 셔츠와 타이, 재킷, 넓은 팬츠까지 수트의 기본 구성은 유지되지만 머리에는 선명한 레드 캡이 놓인다.
캡은 작은 면적만 차지하지만 회색 수트와 색 차이가 커 존재감이 분명하다. 넓은 재킷과 팬츠가 이미 수트의 긴장을 낮춘 상태에서 캡이 더해지면서 착장은 비즈니스 수트보다 일상적인 방향으로 이동한다.
수트를 캐주얼하게 만들기 위해 셔츠나 타이를 빼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포멀웨어의 구성은 남겨두고 모자와 스니커처럼 주변 품목을 바꾸면서 격식을 조절한다. 클래식 남성복과 스포츠웨어를 한 벌 안에서 섞는 방식이다.
짙은 회색의 넉넉한 재킷과 팬츠에 블루 캡을 쓴 착장에서도 같은 구성이 반복된다. 재킷은 상체를 크게 감싸고 팬츠는 발목까지 넓게 내려온다. 모자는 작은 크기로 머리에 밀착돼 옷의 큰 부피와 대비된다.
블루 캡은 회색 수트 전체에 색을 더하는 역할도 한다. 붉은 캡이 강한 대비를 만들었다면 블루는 상대적으로 차분하다. 같은 베이스볼 캡이라도 수트의 색과 모자의 색에 따라 스포츠웨어가 드러나는 강도가 달라진다.
아미 파리 FW26에서 캡이 특별한 이유는 캐주얼한 옷에만 사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트와 타이, 롱 코트, 레오퍼드 아우터처럼 서로 다른 격식과 질감을 가진 옷에 반복해서 들어가면서 시즌 전체를 연결한다.
레오퍼드 패턴 아우터와 블루 캡을 함께 쓴 착장에서는 패턴과 스포츠 액세서리가 직접 만난다. 브라운과 검정이 반복되는 강한 동물무늬 위에 단색의 파란 모자가 놓이면서 상체에 두 종류의 시각적 요소가 생긴다.
레오퍼드 아우터가 큰 면적으로 패턴을 차지하기 때문에 캡에는 복잡한 무늬를 더하지 않았다. 모자의 단색 면이 화려한 아우터와 얼굴 사이를 분리하면서 패턴의 밀도를 조절한다.
이 조합은 캡이 반드시 수트의 격식을 낮추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준다. 패턴이 강한 아우터에서는 오히려 단색 캡이 전체 구성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블루 캡을 가까이 잡은 이미지에서는 자수와 워싱된 듯한 표면, 챙의 형태가 드러난다. 앞부분에는 AMI 로고가 배치돼 있으며, 모자 자체의 구조는 익숙한 베이스볼 캡에 가깝다. 과도하게 형태를 변형하기보다 색과 자수로 차이를 둔 구성이다.
FW26에는 로고 캡뿐 아니라 문구를 수놓은 그래픽 베이스볼 캡도 포함됐다. 시즌에는 ‘Thank you for being a friend.’라는 문구를 적용한 캡이 제시됐다. 캠페인이 오랜 친구와 브랜드 주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구성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모자는 기능적인 스포츠 액세서리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컬렉션의 색과 메시지를 담는 작은 표면으로 활용됐다. 아우터나 수트보다 면적은 훨씬 작지만 얼굴 가까이에 놓이기 때문에 전체 스타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베이지 재킷과 스트라이프 셔츠, 넓은 팬츠에 블루 캡을 더한 착장에서는 아미 파리 FW26이 포멀웨어와 스포츠웨어를 섞는 방식이 한 번 더 정리된다. 재킷과 셔츠는 클래식한 옷장의 요소이고, 넉넉한 팬츠와 캡은 착용감을 느슨하게 만든다.
서로 성격이 다른 품목을 강하게 충돌시키기보다 비례와 색을 맞추면서 한 옷장 안에 넣었다. 재킷은 몸을 조이지 않고 팬츠도 충분한 폭을 유지한다. 이미 느슨해진 실루엣 위에 캡을 더하기 때문에 스포츠웨어만 갑자기 튀어 보이지 않는다.
Mirage 스니커 역시 같은 위치에 놓인다. 러닝이나 운동을 위한 별도 스타일을 제시하기보다 수트와 재킷, 코트에 연결할 수 있는 일상적인 슈즈로 배치됐다. 어퍼의 여러 패널과 컬러 끈, 돌기형 밑창처럼 스니커 고유의 형태는 분명하게 남기면서 주변 옷은 테일러링과 겨울 아우터까지 넓혔다.
아미 파리 FW26에서는 수트와 스포츠웨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 셔츠와 타이를 남긴 수트에 베이스볼 캡을 쓰고, 긴 코트와 넓은 팬츠 아래에는 Mirage 스니커가 들어간다. 클래식한 옷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신발과 모자를 바꾸고, 재킷과 팬츠의 폭까지 넓혀 일상적인 착용 방식으로 옮겼다.
Mirage 스니커와 베이스볼 캡은 FW26 옷장에서 작은 품목이지만 역할은 분명하다. 넓어진 수트와 긴 코트가 실루엣을 바꿨다면 스니커와 캡은 착장의 격식을 조절한다. 정장 구두와 포멀한 액세서리만으로 완성하던 옷장에 스포츠웨어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 구성이 아미 파리 FW26의 또 다른 축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