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경제③] 임스 옆에 양승진, 세대를 섞은 50개의 의자

1963년 Elda Chair부터 풍선·레진 가구까지…Basic.Space, 과거의 아이콘과 동시대 디자인을 한 판매 목록에 배치

2026-09-07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찰스·레이 임스(Charles and Ray Eames)의 LCW와 조 콜롬보(Joe Colombo)의 1963년 Elda Chair, 1970년대 필리프 이킬리(Philippe Hiquily)의 황동 의자, 서울에서 활동하는 양승진(SeungJin Yang)의 투명한 레진 의자가 한 전시장에 놓인다. 오는 9월 25일부터 30일까지 크리스티(Christie’s) 베벌리힐스에서 열리는 ‘50 Chairs at Christie’s’는 50점의 의자를 통해 20세기 디자인과 동시대 컬렉터블 디자인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Basic.Space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겨냥한 대상은 ‘다음 세대 컬렉터(next generation of collectors)’다. 이미 디자인사에서 이름을 확보한 작품과 현재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따로 나누지 않고 같은 전시와 판매 목록에 배치했다. 작품은 크리스티 베벌리힐스에서 직접 볼 수 있고, 판매는 Basic.Space 플랫폼을 통해 진행된다.

과거의 디자인과 현재의 디자인을 한자리에 놓은 구성은 새 컬렉터가 시장에 들어오는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1960~1970년대 작품만으로 디자인사를 정리하지 않고, 최근 제작된 가구를 곁에 놓아 재료와 구조, 생산 방식의 차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했다.

50점이 모두 의자라는 점도 눈에 띈다. 앉는다는 기능은 같지만 시대에 따라 합판과 파이버글라스, 금속, 목재, 레진 등 사용되는 소재와 제작법은 크게 달라졌다. 같은 가구 유형 안에서 수십 년의 디자인 변화를 비교할 수 있는 구성이다.

Basic.Space 창업자 제시 리(Jesse Lee)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의 상징적인 작품과 앞으로의 디자인을 만드는 목소리를 함께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다음 세대 컬렉터를 위한 럭셔리의 재정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시장에 놓이는 작품의 폭은 넓다.

찰스·레이 임스의 LCW는 희귀한 카프스킨 버전으로 소개된다. 조 콜롬보의 Elda Chair는 1963년 몰드 파이버글라스로 제작됐다. 켈리 웨어슬러(Kelly Wearstler)가 내놓는 필리프 이킬리의 의자는 1970년대 제작된 해머드 브라스 작품이다. 구프람(Gufram)의 대형 Pratone 라운지 체어와 CL9 리본 체어도 포함된다.

동시대 작품은 재료와 제작 방식에서 더 크게 갈린다.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는 릭 오웬스(Rick Owens)의 Stag Stool을 출품한다. 검은 합판과 천연 무스 뿔을 사용한 한정판이다.

더 퓨처 퍼펙트(The Future Perfect)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양승진(SeungJin Yang)의 ‘Lounge Chair 01 – Transparent Blue’를 출품한다. 풍선으로 만든 형태를 레진으로 굳혀 완성한 작품이다. 공기로 부풀린 일시적인 형태가 투명한 블루 레진을 통해 단단한 가구로 바뀐다.

샘 클레믹(Sam Klemick)의 Trumpet Dining Chair는 단단한 목재에 직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형태를 구현했다. JF Chen은 데번 턴불(Devon Turnbull), 빈스 스켈리(Vince Skelly), 맥스 램(Max Lamb)의 작품을 내놓는다.

[디자인경제③] 임스 옆에 양승진, 세대를 섞은 50개의 의자. 사진=Christi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통적인 의자의 구조에서 멀어진 작품들은 가구를 바라보는 기준도 바꾼다. 좌판과 등받이, 다리라는 기본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재료와 형태를 크게 변형한다. 의자가 생활용 가구인 동시에 조형적인 수집 대상으로 다뤄지는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20세기 산업 디자인 역시 당시에는 새로운 소재와 생산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몰드 파이버글라스로 제작된 1963년 Elda Chair가 대표적이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에는 풍선을 레진으로 굳히거나 천연 뿔과 합판을 결합하는 방식이 컬렉터블 디자인 시장에 들어온다.

시대마다 혁신의 재료는 달라졌지만 새로운 소재를 가구의 구조로 바꾸려는 실험은 이어졌다.

양승진의 ‘Lounge Chair 01 – Transparent Blue’도 이런 흐름 속에서 볼 수 있다. 풍선은 일반적인 가구 제작 재료가 아니다. 양승진은 풍선이 만든 둥근 부피와 표면을 레진으로 고정해 의자의 좌판과 등받이, 팔걸이로 전환했다.

원재료의 가격보다 어떤 방식으로 형태를 만들었는지가 작품의 특징을 결정한다. 컬렉터블 디자인 시장에서 재료가 중요한 이유도 단순히 비싼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익숙한 재료를 새롭게 다루거나 예상 밖의 재료를 가구로 바꾸는 제작 방식 자체가 작품의 정보가 된다.

릭 오웬스의 Stag Stool은 다른 방향에서 재료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검은 합판의 단단한 구조와 천연 무스 뿔이 함께 놓인다. 산업적으로 가공된 판재와 자연에서 나온 불규칙한 형태가 한 작품 안에 결합된다.

같은 전시장에 놓이는 임스의 LCW는 또 다른 시대의 소재와 기술을 보여준다. LCW는 합판 성형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20세기 디자인 가운데 하나다. 이번 전시에는 희귀한 카프스킨 버전이 포함된다.

합판, 파이버글라스, 황동, 레진, 천연 뿔이 한 전시장에 모이면서 의자 제작의 역사가 재료의 변화와 함께 드러난다.

[디자인경제③] 임스 옆에 양승진, 세대를 섞은 50개의 의자. 사진=Christi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구조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작품에서는 가구의 기능보다 제작 방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목재와 금속, 선과 면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익숙한 의자의 형태를 다시 조립한다.

컬렉터블 디자인 시장에서는 이런 차이가 구매 정보가 된다. 일반 가구 시장에서 크기와 편안함, 가격, 내구성이 중요한 기준이라면 수집 시장에서는 제작 연도와 재료, 에디션, 디자이너의 작업 이력까지 함께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 희귀한 버전과 한정판이 들어오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제작 시기와 소재, 에디션에 따라 작품의 성격이 달라진다.

Basic.Space는 이 차이를 오래된 작품과 새로운 작품 사이의 경계로 나누지 않는다.

켈리 웨어슬러가 소장한 1970년대 필리프 이킬리의 의자와 에릭 웨어하임(Eric Wareheim)이 내놓는 1963년 Elda Chair가 등장하고,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는 릭 오웬스를, 더 퓨처 퍼펙트는 양승진을 같은 프로젝트에 올린다.

기존 컬렉터의 소장품에서 다시 시장으로 나오는 디자인과 갤러리를 통해 유통되는 동시대 작품이 한 판매 목록에 들어간다.

다음 세대 컬렉터는 여기에서 서로 다른 두 시간을 동시에 접한다. 수십 년 동안 디자인사와 시장에서 평가가 축적된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현재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동시대 작품이 앞으로 어떤 가격을 형성하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현재 알 수 없다. 이번 전시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1960~1970년대 디자인과 같은 역사적 위치를 확보했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디자인과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비교하고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Basic.Space가 말하는 ‘다음 세대 컬렉터’는 단순히 젊은 구매자만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좁히기 어렵다. 이번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구매 방식 자체가 기존 디자인 거래와 다른 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컬렉터는 크리스티 베벌리힐스에서 실물을 보고, 서로 다른 시대의 작품을 비교한 뒤 Basic.Space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다. 디자인을 발견하는 장소와 거래하는 장소가 하나의 경로 안에서 연결된다.

2020년 설립된 Basic.Space가 오프라인 활동을 확대해왔고, 최근 Design Miami를 인수한 흐름도 이와 연결된다. 온라인 플랫폼이 작품 목록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전시와 디자인페어까지 접점을 넓히고 있다.

Design Miami 인수와 ‘50 Chairs at Christie’s’는 별개의 사업이지만 Basic.Space가 새 컬렉터와 만나는 공간을 온라인 밖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방향은 같다.

[디자인경제③] 임스 옆에 양승진, 세대를 섞은 50개의 의자. 사진=Christie'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선과 골격을 드러낸 의자는 가구가 어느 정도까지 단순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좌판과 등받이, 다리의 역할은 남아 있지만 부피는 줄고 구조가 전면에 나온다. 다른 작품에서는 반대로 재료의 부피와 표면을 크게 키운다.

50점을 같은 종류의 가구로 묶은 전시는 이런 차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임스와 콜롬보의 작품을 본 뒤 릭 오웬스와 양승진의 가구로 이동하면 시대가 바뀌면서 의자의 재료와 형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 공간에서 이어진다.

Basic.Space가 의자 50점을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된 설명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앉는다는 공통 기능을 가진 가구를 모아 놓은 덕분에 제작 연대와 디자이너를 잘 모르는 관람자도 형태와 소재의 차이부터 접근할 수 있다.

제시 리가 강조한 ‘발견(discovery)’도 이런 구성에서 구체화된다. 원하는 작가나 작품을 이미 정해 놓고 찾아가는 컬렉터뿐 아니라 처음 디자인 수집 시장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여러 시대의 작품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과거의 명작이 동시대 작품을 설명하고, 최근 작품은 오래된 디자인을 다시 비교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럭셔리’의 범위도 작품 구성을 통해 달라진다. 희귀한 카프스킨 LCW와 1970년대 황동 의자만이 아니라 풍선과 레진, 합판과 천연 뿔, 단단한 목재의 새로운 조형도 같은 수집 시장 안에 들어온다.

값비싼 소재 하나보다 희소한 버전과 제작 방식, 디자인의 역사, 재료 실험을 함께 제시하는 구조다. 작품별 판매가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실제 구매자가 어느 가격대에서 유입될지는 전시 이후 판매 결과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50 Chairs at Christie’s’는 9월 24일 VIP 프리뷰를 거쳐 25일부터 30일까지 크리스티 베벌리힐스 336 North Camden Drive에서 열린다. 50점은 전시 기간 Basic.Space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다.

1963년 Elda Chair와 1970년대 황동 의자, 희귀한 임스의 LCW 옆에 릭 오웬스와 양승진의 작품이 놓이는 구성은 디자인사의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지 않는다. 이미 평가가 축적된 작품과 현재 시장에 들어오는 작품을 같은 판매 환경에 배치한다.

다음 세대 컬렉터를 겨냥한 Basic.Space의 방식도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오래된 디자인을 밀어내고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의 디자인을 한 공간에서 비교하고 선택하도록 만든다. 베벌리힐스에 모이는 50개의 의자는 디자인 수집 시장의 세대 변화가 작품의 연대보다 발견과 구매 방식에서 먼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