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LGARI Geneva Watch Days 2026①] BVLGARI·Vianney Halter, Octo Finissimo 첫 공동 무브먼트
Caliber BVF 200 처음부터 함께 개발…4개 다이얼에 시·분·GMT·날짜·주야 표시 분산 티타늄 30개·로즈 골드 15개 한정, 기존 Octo Finissimo의 단일 다이얼 구성도 크게 바꿔
[KtN 박인경기자]불가리(BVLGARI)가 Geneva Watch Days 2026에서 독립 워치메이커 비아니 할터(Vianney Halter)와 공동 개발한 ‘Octo Finissimo Dual Time x Vianney Halter’를 공개했다. 외관 일부를 바꾸거나 기존 무브먼트를 적용한 협업이 아니라 새로운 자동 무브먼트 Caliber BVF 200을 처음부터 함께 개발했다. Octo Finissimo 컬렉션에서 외부 독립 워치메이커와 이런 방식으로 무브먼트를 공동 개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협업은 Octo Finissimo의 외형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컬렉션에서 익숙했던 넓고 평평한 다이얼 대신 네 개의 원형 다이얼이 전면을 나눠 차지한다. 시와 분, GMT, 날짜, 주야 표시가 각각의 영역에 배치됐고, 비아니 할터 특유의 형태를 적용한 블루 핸즈와 붉은 화살표형 초침이 들어갔다. 각각의 표시부 주변에는 선박의 현창을 연상시키는 원형 베젤을 둘렀다.
40.5mm 케이스 안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변화도 이 네 개의 원형 구조다. Octo Finissimo의 팔각형 케이스는 유지됐지만 다이얼 안쪽에는 원이 반복된다. 직선과 각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외곽과 여러 개의 둥근 표시부가 한 시계 안에서 맞물린다.
불가리의 제품 제작을 총괄하는 파브리치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Fabrizio Buonamassa Stigliani)가 구축해온 Octo Finissimo의 건축적인 형태에 할터의 디자인 언어를 넣은 결과다. 할터는 스팀펑크와 쥘 베른의 세계에서 영향을 받은 레트로퓨처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제품에서도 원형 표시부와 포트홀 형태의 베젤, 핸즈 디자인에서 할터의 기존 작업과 연결되는 요소가 나타난다.
협업의 중심에는 새로 개발한 Caliber BVF 200이 있다. 자동 무브먼트 두께는 5.49mm이며 파워리저브는 60시간이다. 와인딩에는 플래티넘 마이크로 로터를 사용했고 로터에는 비아니 할터의 서명을 새겼다. 케이스 전체 두께는 9.70mm다.
9.70mm라는 수치는 Octo Finissimo의 다른 초박형 모델과 같은 기준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Dual Time은 하나의 시간 표시를 위한 단순한 구성이 아니라 두 번째 시간대와 날짜, 주야 표시를 함께 담는다. 다이얼도 네 구역으로 나눴다. 이번 제품에서 얇은 두께 자체보다 기능을 여러 부분에 배치하면서도 Octo Finissimo의 낮은 케이스 비례를 유지한 구성이 더 직접적인 변화다.
불가리가 올해 Watches and Wonders 2026에서 공개한 Octo Finissimo 37mm나 Ultra Tourbillon Platinum과도 방향이 다르다. 당시에는 케이스 크기를 줄이거나 초박형 구조를 밀어붙이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Geneva Watch Days에서 공개한 Dual Time은 외부 워치메이커와 무브먼트 설계 단계부터 협업하고, 다이얼 배치까지 새로 구성했다.
티타늄 모델은 샌드블라스트 마감한 케이스와 통합 티타늄 브레이슬릿을 사용한다. 생산량은 전 세계 30개다. 표면의 광택을 낮춘 회색 케이스 위에 네 개의 로듐 도금 오팔린 다이얼이 놓이고, 푸른 핸즈와 붉은 초침이 색 대비를 만든다.
같은 구조를 적용한 로즈 골드 모델도 함께 나왔다. 18K 로즈 골드 케이스에 샌드블라스트와 세로 브러싱 마감을 적용하고 브라운 앨리게이터 스트랩을 조합했다. 생산량은 15개로 티타늄 모델보다 적다.
소재가 바뀌어도 네 개의 다이얼과 포트홀 형태의 베젤은 그대로 유지된다. 티타늄 모델에서는 회색 금속과 로듐 계열 다이얼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로즈 골드 모델에서는 케이스와 다이얼의 색 차이가 커지면서 네 개의 표시부가 더 뚜렷하게 분리된다. 같은 설계를 두 소재에 적용하면서 전면 구성의 인상도 달라졌다.
이번 협업을 단순히 ‘BVLGARI와 유명 독립 워치메이커의 만남’으로 정리하면 실제 변화가 가려진다. 기존 Octo Finissimo의 케이스 안에 할터의 디자인을 얹는 수준을 넘어 무브먼트와 정보 표시 구조까지 함께 손댔다. 공동 개발한 BVF 200이 내부를 맡고, 네 개의 다이얼과 핸즈·베젤이 외부에서 같은 협업을 이어간다.
반대로 Octo Finissimo의 기본 형태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팔각형 케이스와 통합 브레이슬릿을 유지하면서 그 내부에 원형 표시부를 반복했다. 하나의 브랜드 디자인을 다른 워치메이커의 스타일로 완전히 바꾸기보다 서로 다른 형태를 한 제품 안에 나눠 배치한 구성이다.
생산량은 티타늄 30개와 로즈 골드 15개를 합쳐 45개다. 새로운 Caliber BVF 200과 다중 다이얼 구성을 적용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소량 한정 제품으로 출발한다. Octo Finissimo의 주력 제품군 전체를 교체하는 방식보다 독립 워치메이커와 공동 개발한 별도의 제품으로 범위를 좁혔다.
Geneva Watch Days 2026에서 나온 여러 신제품 가운데 Dual Time이 구별되는 부분도 여기에 있다. Dazzle이 기존 Octo Finissimo의 표면을 레이저 패턴으로 바꾸고, Titanio가 기존 스포츠 워치의 소재를 Grade 5 티타늄으로 전환했다면 Dual Time은 무브먼트 설계와 다이얼 구성을 함께 바꿨다. 불가리와 비아니 할터의 협업은 케이스 장식이나 한정판 색상에서 끝나지 않고 시계가 시간을 표시하는 구조 자체까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