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LGARI Geneva Watch Days 2026②] Octo Finissimo Dazzle, 시계 전체에 ‘위장무늬’…경계를 지운 디자인
자동차 프로토타입 위장 패턴에서 착안, 케이스·다이얼·브레이슬릿까지 레이저 각인 40mm 티타늄 케이스 두께 5.15mm…BVL 138 탑재, 전 세계 80개 한정
[KtN 박인경기자]시간을 읽기 위한 다이얼과 시계의 외곽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 손목시계가 나왔다. 불가리(BVLGARI)가 Geneva Watch Days 2026에서 공개한 ‘Octo Finissimo Dazzle’은 자동차 제조사가 시험 주행 중인 프로토타입의 차체 형태를 감추기 위해 사용하는 다즐(dazzle) 위장 패턴을 시계에 적용했다. 샌드블라스트 티타늄 케이스에서 시작된 기하학적 무늬는 다이얼을 지나 통합 브레이슬릿까지 이어진다. 시간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시계의 각 부분을 하나의 패턴 안에 섞는 쪽을 택했다.
Octo Finissimo는 팔각형 베젤과 각진 케이스 구조가 강하게 드러나는 제품군이다. Dazzle은 이미 알려진 외곽 형태를 새로 만드는 대신 표면을 바꿨다. 작은 기하학적 조각이 반복되는 무늬를 레이저로 새겨 케이스와 다이얼, 브레이슬릿 사이의 시각적 구분을 약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의 다즐 위장은 장식에서 출발한 패턴이 아니다. 시험 중인 차량의 차체 선과 비례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불가리는 형태를 숨기기 위해 만들어진 시각적 장치를 손목 위로 옮겼다. 자동차에서는 공개 전 디자인을 감추는 기능을 맡았던 패턴이 Dazzle에서는 완성된 제품의 외관을 결정한다.
가장 선명하게 남은 부분은 팔각형 베젤이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는 복잡한 무늬가 이어지지만 Octo를 구분하는 외곽선까지 모두 덮지는 않았다. 다이얼 주변의 팔각 구조가 중심을 잡고, 바깥으로 갈수록 레이저 각인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기존 제품의 대표적인 형태를 지우는 대신 그 주변을 시각적으로 복잡하게 만든 구성이다.
사선에서 보면 패턴의 범위가 더 분명하다. 장식이 다이얼 안에서 끝나지 않고 케이스 측면과 브레이슬릿 링크까지 이어진다. 일반적인 시계에서는 문자판, 베젤, 케이스, 브레이슬릿이 소재나 마감 차이로 구분되지만 Dazzle은 하나의 패턴을 여러 부품에 연속적으로 적용했다.
시계의 기능과 디자인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긴장이 생긴다. 손목시계의 다이얼은 시침과 분침, 인덱스를 빠르게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Dazzle은 배경 자체를 복잡하게 만들면서 시각 정보와 장식의 거리를 좁혔다. 문자판을 깨끗하게 비워 시간을 강조하는 방식과는 반대다.
가독성을 희생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을 읽는 정보와 시계를 보는 이미지 가운데 후자의 비중을 크게 높인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기하학적 패턴이 시침과 분침 주변까지 들어오면서 다이얼은 독립된 정보판보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에 이어지는 표면의 일부처럼 처리됐다.
이 선택은 Octo Finissimo가 그동안 강조해 온 얇은 구조와도 다른 방향에서 제품을 구분한다. Dazzle의 케이스 지름은 40mm, 두께는 5.15mm다. 얇은 비례는 유지했지만 이번 제품에서 가장 먼저 드러나는 차이는 두께보다 레이저 각인이다.
내부에는 자동 Caliber BVL 138이 들어간다. 무브먼트 두께는 2.23mm이며 마이크로 로터를 사용한다. 진동수는 시간당 2만1600회, 파워리저브는 60시간이다. 케이스백에는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적용해 무브먼트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얇은 케이스와 복잡한 외부 패턴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측면에서는 5.15mm 두께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정면에서는 각진 케이스의 비례보다 표면의 반복 무늬가 먼저 들어온다. 구조를 얇게 만드는 기술과 외관을 복잡하게 만드는 디자인이 한 제품에 겹친 셈이다.
티타늄은 이번 모델에서도 특별히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Octo Finissimo에는 이미 사용돼 온 금속이다. Dazzle에서 달라진 부분은 티타늄 자체보다 그 표면을 어떻게 처리했는가에 있다. 샌드블라스트로 광택을 낮춘 뒤 레이저 각인을 더하면서 케이스 소재가 패턴을 담는 바탕으로 바뀌었다.
같은 Geneva Watch Days 2026에서 공개된 Octo Finissimo Dual Time x Vianney Halter가 무브먼트와 정보 표시 구조를 바꿨다면 Dazzle은 기존 시계의 외형을 유지한 채 표면을 손댔다. 별도의 복잡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이미 알려진 Octo Finissimo의 윤곽을 패턴으로 다시 읽게 하는 방식이다.
생산량은 전 세계 80개다. 30개 한정의 티타늄 Dual Time이나 15개 로즈 골드 Dual Time보다는 많지만 일반적인 대량 제품과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이다. 레이저 패턴을 적용한 외관과 한정 생산이 함께 묶였다.
Octo Finissimo Dazzle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시간을 표시하는 기능이 아니라 시계를 보는 순서다. 먼저 팔각형 베젤을 보고, 그 주변에서 다이얼과 케이스, 브레이슬릿을 구분하던 기존 방식 대신 복잡한 패턴이 전면을 한꺼번에 덮는다. 자동차 프로토타입의 형태를 감추던 위장무늬는 2026년 불가리의 손목시계에서 완성된 외관이 됐다. 시계를 읽기 위한 정보와 시계를 보이게 만드는 장식 사이의 간격을 좁힌 것이 Octo Finissimo Dazzle의 가장 직접적인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