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민햇빛발전조합 산악회, 진천 농다리·초평호 탐방
햇빛처럼 함께 빛난 하루… 행복까지 발전 ‘충만’ 자연 속에서 쉼과 소통, 에너지의 가치 되새겨
[KtN 조영식기자] 여행은 익숙한 일상에서 한 걸음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일이다.
그러나 여행의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낯선 풍경만이 아니다.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오히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잔인한 폭염이 서서히 자취를 감춰가고 청명한 기운이 몰려오는 5일 포천시민햇빛발전조합 산악회(회장 이흥환)는 진천 농다리와 초평호 둘레길을 찾아 나섰다.
이날은 단순한 산행이나 관광을 넘어 자연을 만나고, 회원 간 정을 나누며, 조합이 추구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다.
폭염은 간데없고 살가운 가을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고, 흰 구름은 시시각각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회원들은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찾아온 청량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일상의 피로를 털어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진천 농다리였다.
농다리는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돌다리다. 농다리(籠橋)의 ‘농(籠)’은 대나무나 나뭇가지 등을 엮어 만든 바구니나 광주리를 뜻한다. 돌을 마치 광주리를 엮어놓은 것처럼 서로 맞물리게 쌓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자연석을 서로 맞물리도록 쌓아 물의 흐름과 거센 홍수에도 견딜 수 있도록 한 구조는 선조들의 뛰어난 지혜를 보여준다.
수백 년 동안 수많은 물난리를 견디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농다리를 바라보며 회원들은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들을 떠올렸다.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자연의 힘을 이해하고 그 흐름에 맞춰 만든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하면서, 오랜 세월을 견뎌온 농다리의 모습에서 삶의 지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농다리를 뒤로하고 초평호 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기자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초평호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이 마치 포천의 산정호수를 떠올리게 했다. 규모는 훨씬 크지만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길과 곳곳의 볼거리가 걷는 재미를 더했다. 한적한 호수 위에는 강태공의 낚싯배가 떠 있었고, 푸른 산과 호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둘레길 초입에서는 커다란 청룡(靑龍) 조각이 회원들을 맞았다. 초평호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이를 착안해 청룡을 상징물로 조성한 것이다.
여기에 초평호의 또 다른 명물인 출렁다리 ‘미르309’가 있다. ‘미르’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다리의 길이가 309m여서 ‘미르309’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르309 출렁다리는 이날 둘레길 탐방의 하이라이트였다. 회원들은 출렁이는 다리를 걸으며 푸른 초평호를 내려다보고, 주변의 산과 호수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했다.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웃음을 나누는 모습에서는 산악회 특유의 끈끈한 정과 활력이 느껴졌다.
하늘의 낮달도 회원들의 발걸음을 따라왔다. 맑은 하늘에 걸린 낮달과 잔잔한 초평호, 호수 위를 오가는 낚싯배는 가을 초입의 정취를 한층 깊게 만들었다.
출렁다리를 건넌 회원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한자리에 모아 함께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누가 준비한 음식인지 따지는 대신 서로의 것을 나누는 소박한 식탁에서 공동체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햇빛발전조합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닮아 있었다.
조합은 햇빛이라는 자연에너지를 활용해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시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로 참여하고 그 가치를 함께 나누자는 데 의미가 있다.
결국 햇빛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함께 나누는 자연의 자원이다. 이날 회원들이 자연 속에서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웃은 모습 역시 조합이 지향하는 ‘함께하는 에너지 공동체’의 모습과 맞닿아 있었다.
회원들은 다시 농다리를 건너며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먹거리다. 회원들은 인근 보리밥집을 찾아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만든 비빔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보리밥에 막걸리 한잔이 더해지자 하루 동안 쌓인 피로도 어느새 사라졌다. 회원들의 표정에는 여행의 만족감과 동행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포천에는 수많은 산악회가 활동하고 있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노래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이날 햇빛발전조합 산악회는 조금 달랐다.
시끌벅적한 흥겨움보다 자연을 바라보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많았다. 회원들은 하루 동안 나눈 대화와 풍경을 되새기며 자신의 삶과 앞으로의 시간을 차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회원들에게 이번 여행은 단순한 친목 행사가 아니었다.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고, 함께하는 사람의 가치를 느끼며, 깨끗한 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조합의 지향점을 자연스럽게 되새기는 자리였다.
오명실 운영위원장은 “오늘처럼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 햇빛발전소의 발전 효율도 높아질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좋다”며 “자연을 마음껏 즐기면서 회원들과 정도 나누고 맛있는 음식까지 함께한 만큼 가성비를 넘어 의미와 행복까지 발전한 하루였다”고 환하게 웃었다.
햇빛은 혼자 빛나지 않는다. 수많은 햇살이 모여 세상을 밝히듯,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모여 협동조합이라는 공동체를 만든다.
이날 농다리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고, 초평호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회원들과 마음을 나눈 햇빛조합 산악회의 하루는 그렇게 햇빛처럼 따뜻하고 알차게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