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비용은 현실·실리는 미확인…장병·교민·외교까지 위험 확대

UAE 현지조사단 귀국, P-8A·소양함 등 군사자산 거론…호르무즈 통항 하루 125척서 7척으로 급감 전쟁위험보험·운송비 이미 급등했지만 한국군 투입에 따른 통항 개선·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는 제시 안 돼 이란은 한국 군사 참여에 공개 경고…2020년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 전례 넘어 국회가 임무·지휘체계·철수조건 따져야

2026-09-11     박준식 기자
"호르무즈 막혀도 길은 있다"... 우리 유조선, 홍해 우회 통과 첫 성공 ...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발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를 실은 우리 유조선이 우회로인 홍해를 처음으로 안전하게 통과했다.  사진=2026. 04.17 자료 영상 갈무리/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한국군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는 방안이 정부의 실제 검토 절차 안으로 들어왔다. 국방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현지조사단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군사 거점과 기항지, 정비·보급 여건 등을 살펴본 뒤 10일 귀국했다. 정부는 파병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현지조사 결과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될 예정이다. 해상초계기 P-8A Poseidon과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포함한 군사자산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루 뒤인 1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 르메이에르빌딩 앞에서는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인다. 미국대사관을 지나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뒤 마무리 집회를 열 예정이다. 대전·부산·울산·광주·전북에서도 12일 집회가 열리고 강원과 경남에서도 관련 행동이 이어진다. 집회 주최 측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한국군을 보내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파병 요구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파병을 둘러싼 판단은 거리의 찬반만으로 끝낼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 대한민국 국군을 현재 교전이 이어지는 중동에 보내려면 파병으로 얻는 국가적 이익, 장병에게 가해지는 위험, 한국 선박과 교민에게 생길 추가 위험, 대이란 관계 변화, 군사적 관여의 범위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군이 투입돼야만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이미 현실이 됐다. 한국은 지난해 원유 수입의 61%, 나프타 수입의 54%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공급의 약 20%가 지나는 해역이기도 하다. 전쟁 전 하루 평균 약 125척이 통과하던 대형 상선은 9월 10일 7척으로 줄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한 선박은 집계에서 빠져 있지만 정상적인 상업 운항이 크게 위축됐다는 흐름은 뚜렷하다.

선박이 줄어든 자리는 비용이 채웠다. 호르무즈 통항 선박에 붙는 화물보험료는 화물 가치의 5~6%까지 올라갈 수 있고 추가 전쟁위험보험료도 최대 10%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현지 업계 설명이 나왔다. 한 차례 통항에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1000만~200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위험을 감수할 선주가 줄면서 선박 운용과 항로 구성에도 부담이 커졌다.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흐름을 나타냈다. 중동 공급 차질과 선박 공격, 호르무즈 통항 감소가 겹치면서 한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해협 정상화를 원할 이유는 충분하다. 전쟁 장기화가 국내 유류가격과 산업 원가, 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작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호르무즈(Hormuz) 해협 내 기뢰 설치 선박에 대한 사격 및 격침(Shoot and Kill) 명령을 미 해군에 하달하고, 이란과의 새로운 합의 전까지 해당 수역을 완전히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2026. 04.23  엑스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적 이해관계가 곧바로 군사적 파병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먼저 내놓아야 할 수치는 한국군 투입에 따른 효과다. P-8A 몇 대와 병력을 투입할 경우 하루 통항 선박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 한국 관련 선박의 보험료가 어느 정도 내려가는지, 원유와 나프타 조달비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공개된 추산은 아직 없다. 파병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가 추가로 부담할 손실과 파병할 경우 줄일 수 있는 손실 역시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되지 않았다.

호르무즈 안정이 한국에 필요하다는 명제와 한국군 파병이 호르무즈를 안정시킨다는 명제는 서로 다르다. 첫 번째는 현재 에너지 수입 구조만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두 번째는 투입 전력과 임무, 다국적군 전체 전력, 이란의 대응, 상선 운항 결정과 보험시장까지 따져야 판단할 수 있다.

정부 스스로 군사적 파병 외의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0일 파병 외에도 기술적 지원을 비롯한 다른 기여 방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무인 장비를 활용한 지원 가능성도 열려 있다. 군인을 보내지 않고도 호르무즈 정상화에 기여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군사적 수단이나 병력이 직접 투입되지 않는 기술지원으로 같은 수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판단 기준은 달라진다. 장병을 분쟁지역에 보내는 결정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군사적 수단이 다른 수단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병력 투입에 따른 추가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성립한다.

현재 거론되는 P-8A Poseidon의 성격부터 단순한 ‘항행 안전 지원’이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P-8A는 해상에서 선박 위치를 살피는 민간 초계기가 아니다. 한국이 도입한 P-8A는 대잠전과 대수상함전, 해상초계 임무를 수행한다. 장거리 레이더와 전자광학·적외선 장비, 전자전 장비를 갖췄으며 공대함 유도탄과 어뢰도 탑재할 수 있다. 미 해군 역시 P-8A의 주요 임무로 대잠전, 대수상전, 정보·감시·정찰을 명시하고 있다.

P-8A를 호르무즈에 보낸다고 해서 곧바로 공격작전을 수행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임무는 정부와 국회가 결정할 파병계획과 교전규칙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무장을 운용할 수 있고 적 함정과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군사자산인 만큼 ‘방어적 자산’이라는 표현만으로 실제 군사적 성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보·감시·정찰 임무라면 수집한 정보가 어디까지 전달되는지도 중요하다. 한국군이 확보한 함정과 잠수함 위치정보가 한국 선박 보호에만 사용되는지, 다국적 해상작전 지휘망에 들어가는지, 미군의 대이란 작전과 정보가 연계되는지에 따라 군사적 관여 수준은 달라진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분류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해서는 미국·이스라엘과 무관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사진=2026. 03.26  mbc 자료화면 갈무리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소양함도 같은 기준에서 살펴야 한다. 소양함은 전투함이 항구로 돌아오지 않고 장기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유류와 탄약, 식량 등을 해상에서 직접 공급하는 군수지원함이다. 약 140명의 승조원이 운용하며 1만1000t이 넘는 보급물자를 적재할 수 있다. 군수지원함 투입이 검토될 경우 어느 국가 함정을 대상으로 무엇을 공급할지도 파병 임무의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한 독자적인 보급 임무와 미군 또는 다국적군 전투함의 작전 지속을 지원하는 임무는 군사적 의미가 같지 않다. 파병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다면 ‘비전투 임무’라는 한 문장보다 지원 대상과 활동 범위가 구체적으로 적시돼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요구도 이번 논의에서 분리하기 어려운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대이란 군사행동에 협조하지 않은 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노력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거론했다. 미국 측의 호르무즈 기여 요구도 여러 채널에서 이어져 왔다.

동맹 차원의 부담 분담은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외교·안보 요소다. 그러나 한미동맹 관리라는 필요성과 해외 분쟁지역 파병은 같은 결정이 아니다. 군을 보내지 않았을 때 한미동맹에 어떤 구체적인 손실이 발생하는지, 파병할 경우 한국이 어떤 안보적 이익을 얻는지 공개적으로 제시된 내용은 제한적이다.

특히 파병을 미국과의 다른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다루는 방식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 장병의 안전을 통상이나 투자, 방위비 등 다른 현안과 맞바꾸는 구조가 형성되면 파병의 목적부터 흔들릴 수 있다. 대통령실은 호르무즈 기여 방안 검토가 미국과의 투자 협상과 연결됐다는 관측을 부인했다.

‘미국이 11월까지 파병하라고 시한을 제시했다’는 주장도 확정 사실과 구분해야 한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한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미국의 기여 요구와 특정 시한 통보는 별개의 사실관계다.

미국의 압박에 따른 외교적 부담과 반대편에서 발생하는 대이란 관계의 위험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이란은 한국군이 걸프 지역이나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작전에 참여할 경우 미국의 ‘공격’을 지지하는 행위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심각한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한국 정부가 파병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이란이 직접 반응하기 시작한 셈이다.

캄보디아서 감금 피해자 구출…한국인 스캠 연루자 10여 명 체포 사진=2025 10.20 조현 외교부 장관  (MBC영상 갈무리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압바스 아락치(Abbas Araqchi) 이란 외무장관은 11일 전화로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문제를 논의했다. 통화는 이란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양국 외교장관은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기여 요구를 검토하는 동시에 이란과 별도의 외교 채널을 유지해야 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대이란 관계 악화의 부담은 외교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지에 체류하는 국민과 기업, 걸프 지역을 운항하는 한국 관련 선박까지 안전 평가 대상이 된다.

실제로 지난 6월 호르무즈 일대에서는 한국 기업이 운항하는 선박 22척이 발이 묶여 있었다. 당시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 관련 양해각서가 체결된 뒤 한국 기업 운항 선박 2척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나머지 선박은 위험지역에 남아 있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 한국 기업의 해상운송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나타났다.

파병 판단에서는 한국군의 투입이 한국 관련 선박의 위험을 줄이는 효과와 한국이 교전 당사자와 가까워졌다고 인식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위험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한국 군사자산의 존재가 억지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이란이 한국을 미국 군사작전의 참여국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이미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전쟁 자체의 국제법적 성격도 건너뛸 수 없다.

현재 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이란 공격으로 시작됐다. 유엔 헌장 제2조 4항은 국가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제51조는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다.

초기 미국·이스라엘 공격의 국제법적 정당성을 놓고 상당한 논란도 제기됐다. 미국은 이란의 임박한 위협 등을 근거로 자위권을 주장했지만 당시 공개된 정보만으로 임박한 공격이 충분히 입증됐는지를 놓고 국제법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이란이 주변국과 미국 자산을 공격하면서 개별 충돌마다 자위권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복잡한 전쟁으로 확대됐다.

따라서 한국군의 법적 지위 역시 ‘호르무즈 안정’이라는 목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국가의 요청으로 들어가는지, 다국적군에 참가하는지 독자적으로 활동하는지, 한국군이 어떤 군사행동을 지원하는지, 공격을 받았을 때 어디까지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모두 중요하다.

대한민국 헌법도 해외파병에 두 개의 명확한 기준을 두고 있다. 헌법 제5조 1항은 대한민국이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한다. 제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한 동의권을 국회에 부여한다.

호르무즈에서는 이미 한 차례 국회 동의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2020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 동참을 요구하자 당시 정부는 새로운 부대를 만들지 않고 아덴만에서 활동하던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오만만과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넓혔다. 미국 주도 연합체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한국군 지휘 아래 독자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정부는 당시 국회가 승인한 청해부대 파병동의안에 유사시 국민 보호를 위해 지시된 해역까지 활동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야당 일부와 시민사회에서는 파견지역과 임무가 달라지는 만큼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2026년의 조건은 더 무겁다. 2020년에는 기존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확대하는 형식이었지만 현재는 P-8A와 소양함 등 별도의 군사자산과 병력 투입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실제 파병으로 결정하면 NSC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하는 절차가 예상된다. 파병동의안에는 규모와 기간, 임무 등이 포함된다.

국회가 살펴야 할 범위도 병력 숫자에 그치기 어렵다. 파견 지역의 좌표와 활동 범위, 작전 지휘권, 미군·다국적군과의 관계, 정보 공유 범위, 무기 탑재 여부, 교전규칙(ROE), 군수지원 대상, 공격을 받을 경우 대응 범위, 부상자 후송체계, 파병 종료와 철수 조건까지 파병의 실질을 결정한다.

특히 ‘비전투’라는 이름으로 군사활동의 범위를 넓혀서는 곤란하다. 정찰과 정보 제공, 함정 보급은 총격을 직접 가하지 않더라도 전쟁 수행 능력과 연결될 수 있다. P-8A가 수집한 표적정보가 공격작전에 사용되거나 군수지원함이 교전 중인 함대에 연료·탄약을 공급한다면 단순한 상선 보호와는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한국도 이해당사자다. 원유와 나프타 공급, 해운, 물가와 산업 원가가 걸려 있다. 한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의 항행 안전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는 파병 찬성 논리에도 검토할 내용이 있다.

그러나 국가적 이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군대 파견까지 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외교 협상, 다자적 항행안전 체계, 기술지원, 무인장비, 민간선박 보호조치,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 확대가 같은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는지 함께 비교해야 한다.

한·프랑스 정상, 호르무즈 공동 대응...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고, 중동 전쟁의 여파로 위협받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수송로 확보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합의했다.  사진=2026. 04.03  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전쟁이 시작된 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중동산 석유·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정책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에 대응해 대체 공급과 발전원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호르무즈 위험을 군사력으로만 관리하는 대신 수입 구조 자체의 취약성을 줄이는 정책도 국가안보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파병으로 발생할 비용 가운데 일부는 이미 계산할 수 있다. 전쟁지역으로 향하는 장병의 위험, 파견부대 운용비, 대이란 외교 부담, 교민과 선박에 대한 새로운 안전대책이 뒤따른다. 현지의 군사 충돌도 현재 진행형이다. 9월 들어 미국과 이란은 해상에서 유조선과 군함을 둘러싼 공격을 주고받았고 이란은 호르무즈 일대에 새로운 제한구역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반대편에 놓일 실리는 아직 같은 정도로 구체화되지 않았다. 한국군을 투입하면 통항 선박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험료와 운송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한국의 원유 확보가 어느 정도 안정되는지, 한미동맹에서 어떤 추가 이익을 얻는지 공개된 수치는 없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판단 결과도 같은 기준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12일 종로에서 출발하는 시민대행진은 미국에 파병 요구 중단을, 한국 정부에는 파병 거부를 요구한다. 집회에서는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을 둔 시민과 예비군 훈련을 받는 청년 등 시민발언도 예정돼 있다. 서울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같은 요구가 이어진다.

거리에서는 이미 파병 반대라는 결론이 나와 있다. 정부가 내려야 할 결정에는 한 단계 더 엄격한 근거가 필요하다.

UAE 현지조사 결과가 NSC로 넘어간 뒤 파병 논의가 진전되면 군사자산의 종류와 병력 규모, 임무가 구체화될 수 있다.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 동의안까지 제출될 경우 국민이 확인해야 할 내용도 분명해진다.

한국군이 호르무즈에 가야만 확보할 수 있는 국가적 이익, 군사적 투입이 실제 통항 안전에 미치는 효과, 장병과 교민에게 추가되는 위험, 이란과의 관계 변화, 미군과의 작전·정보 공유 범위가 공개돼야 한다.

전쟁지역에 군대를 보내는 결정은 동맹국의 요구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항행의 자유’라는 원칙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현재 숫자로 확인되는 것은 호르무즈 불안이 만든 경제적 손실과 높아진 군사적 위험이다. 파병이 손실을 얼마나 줄이고 대한민국의 안전과 이익을 얼마나 늘릴지는 아직 숫자로 제시되지 않았다.

현지조사단 보고서가 NSC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정부가 입증해야 할 대상은 파병 가능성이 아니라 파병의 필요성이다. 국군을 전쟁지역으로 보내야만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병력과 군사자산 투입보다 위험을 줄일 다른 수단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국가의 판단 순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