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th Plinth의 이면①] 'Lady in Blue' 런던 2년 뒤 노르웨이로…공공미술 소유권의 이동

공공지원 최대 23만파운드·매각 시 제작비 환수…트라팔가 광장 떠난 작품의 두 번째 생애 2028년 포르네부 영구 설치 예정…공공 커미션에서 민간재단 소장품으로 이어지는 구조

2026-09-12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2026년 9월 10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포스 플린스(Fourth Plinth)에 차발랄라 셀프(Tschabalala Self)의 'Lady in Blue'가 올라섰다. 청색 드레스를 입고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여성을 청동으로 만든 작품이다. 2028년 8월 1일까지 런던 한복판에 머문 뒤 다음 행선지는 영국이 아닌 노르웨이 포르네부(Fornebu)다. 2년의 공공 전시를 마친 조각은 포르네부에 영구 설치될 예정이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 '네 번째 좌대'에 설치된 차발랄라 셀프의 조각 '레이디 인 블루'. 2026. (사진 출처: Photo by Jeff Spicer, PA Media Assignments)

'Lady in Blue'는 포스 플린스에 오른 16번째 커미션이다. 셀프는 2024년 3월 안드라 우르수차(Andra Ursuţa)와 함께 차기 작가로 선정됐다. 셀프의 작품이 2026년 먼저 설치됐고 우르수차의 신작은 2028년 자리를 넘겨받는다. 일정 기간 한 작품을 세운 뒤 교체하는 포스 플린스의 운영 방식에 따라 'Lady in Blue'도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2년 남짓만 볼 수 있다.

런던에서 내려온 뒤에도 작품의 수명은 계속된다. 영국 미술전문지 'The Art Newspaper'는 'Lady in Blue'가 포르네부의 한 민간재단에 매각됐으며, 재단이 작품을 일반에 계속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재단 명칭과 매입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셀프도 작품이 계속 공공에 공개된다는 데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라팔가 광장에서는 런던광역정부(Greater London Authority·GLA)가 운영하는 공공미술 커미션으로 만나는 작품이다. 포르네부로 이동하면 민간재단이 보유하면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작품으로 소유 형태가 바뀐다. 한 작품이 공공 커미션에서 출발해 민간 소장품으로 이동하면서도 공개 전시는 이어지는 구조다.

포스 플린스는 작품 매각 가능성을 사업 구조 안에 두고 있다. GLA가 2024년 승인한 2024~2027년 운영계획에는 전시가 끝난 조각이 판매될 경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매각을 통해 회수한 금액은 다시 포스 플린스 프로그램에 투입한다.

2026년과 2028년 커미션 작가에게 책정된 지원금은 1인당 최대 23만파운드다. 작가비 3만파운드와 제작비 20만파운드로 나뉜다. 제작비가 지원 한도를 넘어가면 초과분을 충당할 수 있다는 증빙도 필요하다. 재료비와 제작 서비스 비용 상승을 반영해 제작비 지원 한도는 직전 회차의 14만파운드에서 20만파운드로 높아졌다.

2024~2027년 포스 플린스 전체 사업에 승인된 GLA 지출은 최대 103만파운드다. 2026년과 2028년 작품 제작만을 위한 금액은 아니다. 설치와 프로젝트 운영, 작가 선정, 학교 프로그램, 전시와 시민 참여 사업 등이 함께 포함된다. Arts Council England 지원금은 최대 7만5000파운드, 별도 후원금은 최대 25만파운드까지 받을 수 있도록 승인됐다.

'Lady in Blue' 제작에는 셀프를 대리하는 런던 갤러리 Pilar Corrias도 지원자로 참여했다. 포스 플린스 프로그램 자체는 런던 시장 예산을 중심으로 Arts Council England와 Bloomberg Philanthropies의 지원을 받고 있다. 공공예산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에 문화지원기관과 민간 자금이 더해지고, 전시가 끝난 뒤 작품이 팔리면 공공 부문이 제작비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작품 매각과 제작비 환수는 규정에만 머문 적도 없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이 2012년 포스 플린스에 설치한 'Powerless Structures, Fig. 101'은 이후 덴마크 아르켄 현대미술관(ARKEN Museum of Modern Art)에 팔렸다. GLA는 커미션 계약에 따라 제작비 14만파운드를 돌려받았다.

당시 14만파운드 가운데 4만파운드는 포스 플린스 프로그램 운영에 다시 투입됐다. 나머지 10만파운드는 2015년 런던에서 열린 월드 시티즈 컬처 포럼(World Cities Culture Forum) 정상회의 개최비에 배정됐다. 공공지원으로 제작한 작품이 시장에서 새 소장처를 찾은 뒤 매각 대금 일부가 다시 공공 문화사업 재원으로 돌아간 전례다.

트라팔가 광장을 떠난 작품이 다른 기관의 소장품으로 자리 잡은 경우도 이어졌다.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의 'Nelson's Ship in a Bottle'은 2010년 포스 플린스에 설치된 뒤 그리니치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에 영구 전시됐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작품은 덴마크 아르켄 현대미술관으로 갔고,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의 'Hahn/Cock'은 미국 글렌스톤 미술관(Glenstone Museum) 소장품이 된 뒤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National Gallery of Art)에 장기 대여됐다.

포스 플린스의 출발부터 영구 기념물과는 거리가 있었다. 트라팔가 광장 북서쪽 네 번째 좌대는 원래 윌리엄 4세의 기마상을 위한 자리였지만 조성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비어 있었다. 1998년 현대미술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1999년 마크 월링거(Mark Wallinger)의 'Ecce Homo'가 첫 작품으로 설치됐다. 2000년 트라팔가 광장의 관리 책임이 런던 시장과 GLA로 넘어간 뒤에는 일정 기간 새로운 작품을 순환 설치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영구 소장을 전제로 작품을 구입하는 미술관과는 다른 방식이다. 작가에게 제작비와 작가비를 지급해 새 작품을 만들고, 트라팔가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공개한 뒤 작품은 다시 이동한다. 매각이 이뤄지면 제작비 환수 규정이 작동한다. 좌대는 다음 작가에게 넘어가지만 이전 작품은 다른 도시와 소장처에서 생명을 이어간다.

'Lady in Blue'도 같은 경로에 들어섰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셀프에게 런던은 초기 주요 전시가 열렸던 도시이고, 이번 작품은 일상의 도시 여성을 기념비적 크기로 세운 조각이다. 그러나 트라팔가 광장에서의 2년은 작품 전체 이력 가운데 한 구간에 해당한다. 포스 플린스에서 얻은 공공미술의 이력과 함께 조각 자체는 노르웨이로 이동한다.

민간재단의 명칭과 매입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Lady in Blue' 매각에 따른 GLA의 제작비 환수액과 런던에서 포르네부까지의 운송·설치 비용 부담 주체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행 포스 플린스 규정은 작품이 매각될 경우 GLA가 제작비를 회수하고 해당 수입을 프로그램에 다시 투입하도록 정하고 있다.

'Lady in Blue'의 런던 전시는 2028년 8월 1일까지 이어진다. 이후 포스 플린스에는 우르수차의 새 작품이 설치되고, 셀프의 청동 조각은 포르네부로 옮겨져 영구 전시된다. 트라팔가 광장의 네 번째 좌대는 다시 비워지고 채워지지만, 한때 그 자리를 차지했던 작품의 소유와 이동은 좌대 밖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