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rth Plinth의 이면②] 103만파운드 공공예산, 차발랄라 셀프의 경매가는 따로 움직였다

2020년 'Princess' 43만5000파운드 기록, Fourth Plinth 선정은 4년 뒤 2025년 재매각 작품은 이전 거래가 크게 밑돌아…공공 프로젝트의 명성과 시장 가격 사이 간극 9월 26일에는 'Lady in Blue' 연작 경매…추정가 2만~3만달러

2026-09-13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차발랄라 셀프(Tschabalala Self)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포스 플린스(Fourth Plinth)에 이름을 올리기 전부터 작품 가격은 수십만파운드까지 치솟아 있었다. 2017년작 'Princess'는 2020년 2월 런던 경매에서 43만5000파운드에 거래됐다. 당시 추정가 15만~25만파운드를 크게 웃돈 가격으로, Phillips는 새로운 작가 경매 기록으로 발표했다. 셀프가 'Lady in Blue'로 2026년 포스 플린스 작가가 된다는 발표는 그로부터 4년 뒤인 2024년 3월 나왔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 '네 번째 좌대'에 설치된 차발랄라 셀프의 조각 '레이디 인 블루'. 2026. (사진 출처: Photo by Jeff Spicer, PA Media Assignments)

런던광역정부(Greater London Authority·GLA)가 2024~2027년 포스 플린스 프로그램에 승인한 지출 규모는 최대 103만파운드다. 2026년 셀프의 작품과 2028년 안드라 우르수차(Andra Ursuţa)의 작품 제작·설치뿐 아니라 작가 선정, 시민 참여 프로그램, 학교 사업과 디지털 콘텐츠 운영 등이 포함된다. Arts Council England 지원금 최대 7만5000파운드와 외부 후원금 최대 25만파운드도 별도로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 한 명에게 돌아가는 지원 한도는 최대 23만파운드다. 작가비 3만파운드와 제작비 20만파운드로 나뉜다. 제작비가 한도를 넘으면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을 작가 측에서 마련해야 한다. 포스 플린스는 작품 한 점을 사들이는 미술관의 구입 예산과 달리 제작과 설치, 일정 기간의 공공 전시를 위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커미션 방식이다.

103만파운드는 셀프 한 사람의 작품값이 아니다. 2024~2027년 프로그램 전체를 운영하는 예산이다. 제작비와 작가비를 합친 두 명의 작가 지원 한도는 각각 23만파운드이며, 프로그램에는 별도로 설치와 프로젝트 관리 28만5000파운드, 작가 관련 운영비 6만파운드, 마케팅·참여 활동 13만5000파운드, 학교 프로그램 10만파운드, 시민 참여 활동 20만파운드 등이 편성돼 있다. 공공미술 한 점을 좌대에 올리는 비용과 시민에게 노출시키는 비용이 사업 예산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

트라팔가 광장이 제공하는 노출 규모는 일반적인 갤러리 전시와 비교하기 어렵다. GLA는 포스 플린스 작품이 하루 약 4만명의 관람객에게 노출되고 국제 언론과 미디어를 통한 도달 규모가 3억명 이상이라고 산정하고 있다. 미술관 입장권도, 사전 예약도 필요 없는 광장 한복판에서 작품을 2년 가까이 공개하는 방식이다.

셀프의 경매시장은 이런 대규모 공공 노출보다 훨씬 먼저 움직였다. 2019년 3월 Phillips 런던 경매에 나온 'Lilith'는 낮은 추정가 4만파운드의 세 배를 넘는 12만5000파운드에 팔렸다. 같은 해 6월 Christie's 런던에서는 2015년작 'Out of Body'가 37만1250파운드에 거래되며 당시 작가 경매 기록을 세웠다. 불과 몇 달 사이 최고 거래가가 크게 올라간 시기였다.

2020년 2월에는 'Princess'가 다시 기록을 바꿨다. 천과 아크릴, 플라셰(Flashe), 유화 물감, 인모를 함께 사용한 대형 작품으로 추정가 15만~25만파운드에 출품돼 43만5000파운드에 낙찰됐다. 포스 플린스 선정과 설치가 셀프의 경매시장 상승을 출발시킨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개 경매에서 가격 급등이 나타난 시기는 2024년 작가 선정 발표보다 여러 해 앞선다.

2024년 3월 포스 플린스 작가 선정 이후에도 경매가격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해 9월 뉴욕 Phillips에 출품된 'Bodega Cat with Stripes'는 추정가 1만5000~2만달러에서 2만320달러에 거래됐다. 작품의 크기와 재료, 제작연도, 출처가 서로 달라 과거의 대형 회화와 가격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포스 플린스 선정 직후 모든 작품에 일률적인 가격 상승이 붙은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2025년에는 같은 작품이 다시 시장에 나왔을 때 가격이 크게 내려간 거래도 있었다. 2016년작 'Partners'는 2021년 홍콩 경매에서 17만8400달러에 거래됐지만 2025년 4월 상하이에서는 3만8100달러에 팔렸다. 같은 작품의 재매각이라는 점에서 크기나 제작연도 차이를 제거하고 볼 수 있는 거래다. 4년 사이 가격은 이전 거래가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대 방향의 거래도 있다. 2022년작 'Half Full'은 2025년 Phillips에서 추정가 12만~18만달러로 출품돼 15만4800달러에 거래됐다. 셀프의 경매가격은 수만달러대부터 10만달러를 훌쩍 넘는 수준까지 작품별 격차가 크다. 회화와 종이 작업, 에디션, 작품 규모와 제작 시기, 전시 이력과 출처가 가격을 나누기 때문에 개별 낙찰가 몇 건만으로 작가 전체의 가격 상승이나 하락을 단정하기 어렵다.

포스 플린스가 직접적으로 늘리는 것은 경매가격보다 작가에게 붙는 공공·기관 이력이다. 셀프는 2024년 핀란드 에스포 현대미술관(EMMA)의 'Around the Way', 뉴욕 하이라인 프로젝트와 FLAG Foundation 전시에 참여했고, 2025년에는 멜버른 Australian Centre for Contemporary Art와 상하이 Longlati Foundation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26년에는 뉴욕 New Museum의 커미션 'Art Lovers'와 포스 플린스 'Lady in Blue'가 같은 해 이어졌다.

셀프와 런던 미술시장의 연결도 포스 플린스 이전부터 이어졌다. 2017년 영국에서 첫 개인전이 열렸고, 같은 해 Pilar Corrias에서 개인전 'Bodega Run'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두 번째 갤러리 개인전 'Thigh High'가 열렸다. 현재 Pilar Corrias가 소개하는 셀프의 회화와 조각은 공개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구매 문의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2025년작 회화 여러 점과 2022년 청동 조각 'Seated Woman 1'도 같은 방식으로 소개된다.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구조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갤러리에서 작가의 신작을 판매하는 1차 시장 가격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다. 반면 경매에서 기존 소장자가 작품을 다시 파는 2차 시장은 추정가와 낙찰가가 공개된다. 포스 플린스와 같은 대형 공공 프로젝트가 작가의 기관 이력과 국제 노출을 확대하더라도, 효과가 어느 시점에 어떤 가격으로 반영되는지를 하나의 숫자로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Lady in Blue' 자체도 공공 전시와 시장이 맞닿아 있다. 작품 제작에는 셀프와 오랫동안 협업해온 Pilar Corrias가 지원자로 참여했다. 동시에 포스 플린스 커미션은 런던 시장 예산과 Arts Council England, 민간 후원이 결합된 공공 프로그램 안에서 진행됐다. 공공기관이 작가를 선정해 대규모 노출을 제공하고 상업 갤러리가 작가의 시장을 관리하는 두 경로가 한 작가의 활동 안에서 나란히 존재한다.

'Lady in Blue' 공개 직후에는 작품 이름을 공유하는 또 다른 셀프의 작업이 경매에 나온다. 2022년작 종이 작업 'At Home - Lady in Blue in Sunroom'은 오는 9월 26일 뉴욕 Phillips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에나멜과 색연필로 제작한 121.9×91.4㎝ 작품으로 추정가는 2만~3만달러다. 트라팔가 광장에 청동 조각이 공개된 지 16일 만에 'Lady in Blue'라는 이름을 가진 작업이 2차 시장에 등장하는 일정이다.

셀프의 공개 경매 최고가 기록은 포스 플린스 작가 선정보다 앞서 형성됐고, 선정 이후 거래에서는 상승과 하락이 함께 나타났다. 반면 기관 전시와 공공 프로젝트는 2024년 이후에도 유럽과 미국에서 이어졌다. 포스 플린스의 103만파운드 사업비가 직접 만드는 것은 특정 작품의 낙찰가가 아니라 제작 기회와 2년 가까운 공공 노출, 런던이라는 도시가 부여하는 전시 이력이다. 셀프의 다음 공개 시장 가격은 9월 26일 뉴욕 경매에 나오는 'At Home - Lady in Blue in Sunroom'에서 다시 숫자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