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악산업②] 6970만달러 음반 수출 넘어…중국 K-팝 소비, 팝업·굿즈로 확장

2025년 대중국 K-팝 음반 수출 16.6% 증가…전체 수출의 23%로 일본 이어 2위 엔하이픈·지드래곤·세븐틴·아이들·NCT 중국 주요 도시서 IP 팝업 확대 제니 'Ruby' 팝업 상하이 첫날 220만위안…팬미팅은 상업성 공연으로 분류돼 승인 필요

2026-09-13     전성진 기자
BTS 지민, 中 선전 118m 메가스크린 생일 서포트…‘대륙 스케일’ 팬심 폭발  사진=2025 10.22  빅히트 뮤직/  중국 팬베이스 ‘지민바차이나(JIMINBAR_CHINA)’  엑스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2026년 여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청두, 항저우, 선전에는 K-팝 음반 매장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캐릭터와 굿즈를 앞세운 공간이 잇따라 들어섰다. 엔하이픈은 공식 캐릭터 ENCHIN 팝업스토어를 6월부터 8월까지 5개 도시에서 열었고, 지드래곤(G-DRAGON)과 IPX가 만든 조앤프렌즈(ZO&FRIENDS)는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선전에서 캐릭터 조아(ZOA)의 중국 첫 테마전시회를 선보였다. 중국에서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이 음반 구입과 공연 관람을 넘어 캐릭터, 굿즈, 한정판, 팝업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다.

2025년 한국의 K-팝 음반 수출액은 약 3억1740만달러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중국 수출액은 약 6970만달러로 16.6% 늘었다. 전체 음반 수출의 약 23%가 중국으로 향했고, 일본 약 806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했다. 전체 수출 증가율보다 중국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는 점에서 중국 팬덤의 음반 구매력이 다시 커진 흐름도 읽힌다.

다만 2026년 중국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음반 판매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팝업스토어는 온라인이나 현장에서 입장을 예약하고 한정 수량의 굿즈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수량과 기간, 장소를 제한해 팬이 직접 공간을 찾아가도록 만드는 구조다. 음반을 배송받는 소비와 달리 방문 자체가 팬 활동의 일부가 된다.

7~8월에는 세븐틴 공식 캐릭터 팝업스토어가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에서 열렸다. 아이들(i-dle)의 '미니니베이비(minini baby)' 팝업도 상하이로 이어졌고, NCT의 'SWEET Dreamiez'는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 광저우, 시안, 창사까지 중국 5개 도시에서 운영됐다. 한두 개의 대도시에 한정됐던 K-팝 IP 소비가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매출 규모가 공개된 팝업도 등장했다. 중국 캐릭터 IP 유통기업 미니소(MINISO)는 블랙핑크 제니의 2025년 앨범 'Ruby'를 주제로 2026년 3~4월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상하이 매장은 개점 첫날 매출 220만위안을 기록했다. 음악 앨범의 이미지를 상품과 공간으로 다시 구성하고 현장에서 즉시 매출을 만드는 방식이 중국 유통기업의 사업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지드래곤의 조앤프렌즈도 음악과 캐릭터 IP의 결합을 보여준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팝업을 연 뒤 선전에서는 조아 캐릭터를 앞세운 테마전시가 열렸다. 중국을 거친 팝업은 홍콩과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어졌다. 아티스트 한 사람의 음악 활동에서 출발한 캐릭터가 도시별 팝업과 전시를 순회하는 별도의 IP로 움직이는 구조다.

중국 음악시장의 팬덤 소비 확대는 K-팝에만 나타나는 변화도 아니다. 아이치이(iQIYI), 빌리빌리(bilibili), 망고TV 등 중국 플랫폼은 팬사인회를 생중계하거나 라이브방송을 통해 팬미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텐센트 QQ뮤직은 팬과 아이돌이 서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고백편지(表白信)'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음악을 재생하는 플랫폼 안에 팬과 아티스트가 지속적으로 만나는 기능이 들어간 셈이다.

2025년 서비스를 시작한 웨이보의 '웨이보 기우기(微博奇遇记)'는 온라인 관계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옮겼다. 2026년 8월 광저우에서 열린 행사에는 스타 26명이 참여했고 팬미팅과 IP 테마 전시, 몰입형 체험, 팬클럽 마켓이 함께 운영됐다. 팬이 한 번의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대신 여러 형태의 소비와 체험을 같은 공간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팬과 아티스트의 접점은 브랜드 마케팅과도 연결된다. QQ뮤직의 '고백편지'에서는 에스파 닝닝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홍보한 활동이 진행됐다.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encent Music Entertainment·TME)는 2025년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론진(Longines), 중국 가수 황쯔훙판(黄子弘凡)과 브랜드 곡 '애재분초간(爱在分秒间)'을 제작했다. 음원을 광고에 사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팬 접점, 음악 제작을 하나의 브랜드 협업으로 묶는 방식이다.

온라인 음악 플랫폼도 팬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내고 있다. TME는 우시와 항저우에 '뮤직큐(MUSICQ)'를 열고 정식 라이선스를 받은 아티스트 굿즈와 음악 감상, 팬미팅, 팬사인회, 아티스트의 1일 점장 이벤트를 한 공간에 배치했다. 황쯔훙판 방문 당시 약 5만명이 매장을 찾았고, 아이돌 그룹 뻔푸소년 CIIU의 팬사인회와 다이멍의 1일 점장 행사, 쉬양위줘의 신곡 발표회도 이어졌다.

매출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TME의 2026년 2분기 라이브 콘서트와 아티스트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0% 이상 증가했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음원 구독료만 받는 데서 벗어나 공연과 굿즈, 오프라인 이벤트를 직접 매출로 연결하고 있다는 의미다.

팬덤 소비가 커질수록 중국 시장의 제도적 조건도 함께 봐야 한다. 중국에서 팬미팅은 별도의 자유로운 팬 행사가 아니라 현행 정책상 '상업성 공연'에 해당한다. 개최하려면 관할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 행사는 콘서트나 음악회 명목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아 팬미팅만을 분리한 시장 규모 통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K-팝 기업에는 팝업과 굿즈가 공연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팬 접점이 될 수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자료에는 개별 K-팝 팝업의 인허가 체계나 수익배분 구조, 한국 기획사와 중국 운영사 사이의 계약 조건까지 제시돼 있지 않다. 중국 내 팝업 증가를 곧바로 공연 활동 확대와 같은 흐름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국 내 팬덤 소비가 커지면서 현지 유통기업의 역할도 확대됐다. 미니소 같은 캐릭터 상품 유통기업뿐 아니라 팝업 운영사와 플랫폼, 쇼핑몰이 아티스트 IP를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들어온다. 온라인 예약부터 공간 운영, 상품 판매까지 중국 현지 사업자가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음악을 만든 기획사의 경쟁력만으로 시장 성과가 결정되지 않는다.

팬덤의 소비 시간도 길어졌다. 과거 음반 발매와 콘서트가 소비를 집중시키는 시점이었다면 팝업스토어와 캐릭터 상품, 팬사인회, 온라인 커뮤니티는 활동기 사이에도 팬과 아티스트의 접점을 유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는 중국 음악 소비가 음반·콘서트 중심에서 팝업스토어와 팬미팅 등 '상시적 팬 접점'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아티스트 자체가 하나의 IP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 향한 K-팝 음반 수출은 2025년 6970만달러까지 늘었지만 2026년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음반 숫자 밖에 더 넓게 퍼져 있다. 엔하이픈의 캐릭터는 중국 5개 도시를 돌았고, NCT 팝업도 5개 도시로 확장됐다. 제니의 앨범을 활용한 팝업은 상하이에서 개점 첫날 220만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팬덤을 음반 구매자로만 보던 시장에서 캐릭터와 공간, 한정 상품, 온라인 상호작용까지 소비 대상으로 바뀌면서 중국 K-팝 시장의 매출 접점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