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khaus Latta x J.Crew②] ‘누구나 입는 옷’의 가격표…75~650달러가 만든 접근성의 층위
예술가·운동선수·뮤지션·학자 한 집에 배치한 하우스파티 캠페인 같은 컬렉션을 서로 다른 몸과 방식으로 착용…획일적인 프레피 이미지에서 거리 27피스 한정판에 75~650달러 가격대…문화적 개방성과 상품의 희소성이 한 컬렉션에 공존
[KtN 박인경기자]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와 J.Crew가 9월 15일 선보이는 27피스 컬렉션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캠페인의 문은 넓게 열려 있다. 예술가와 운동선수, 음악가, 학자가 한 집에 모이고, 같은 컬렉션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입는다. 브랜드가 내세운 방향 역시 누구나 입고 각자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 맞춰져 있다.
상품의 문은 조금 다르다. 컬렉션은 한정판이고 가격은 75달러에서 650달러까지다. 한 벌의 옷을 바라보는 문화적 접근성과 실제 구매에 필요한 경제적 조건이 같은 자리에 놓인다.
하우스파티라는 설정은 전통적인 프레피 광고의 질서를 느슨하게 만든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착장을 완성하기보다 여러 인물이 같은 공간을 점유한다. 니트와 셔츠, 재킷, 팬츠는 사람마다 다른 비율로 조합되고, 어느 한 착장이 기준처럼 제시되지 않는다.
J.Crew가 오랫동안 구축해온 미국식 프레피웨어에는 일정한 생활양식의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단정한 셔츠와 니트, 재킷, 치노 팬츠는 옷의 종류만이 아니라 그것을 입는 사람의 태도와 환경까지 함께 상상하게 만들었다. 이번 캠페인은 그 연관을 약하게 만든다. 클래식한 옷을 남겨두되, 입는 사람과 조합의 범위를 넓힌다.
옷은 그대로인데 착용자를 둘러싼 규칙이 달라진 셈이다.
회색 계열 니트를 입은 여러 인물은 같은 옷이 하나의 인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의의 길이와 하의의 형태, 자세와 액세서리에 따라 같은 계열의 니트도 전혀 다른 무게를 갖는다. 스타일을 하나의 완성형으로 제시하기보다 옷을 입는 사람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패션에서 다양성은 오랫동안 ‘누가 광고에 등장하는가’의 문제로 다뤄졌다. 모델의 성별과 연령, 인종, 체형을 넓히는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Eckhaus Latta와 J.Crew의 캠페인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옷을 입는 규칙 자체를 느슨하게 한다. 다양한 사람을 한 줄에 세우는 것보다, 같은 옷을 서로 다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둔다.
그러나 이미지의 개방성과 상품의 접근성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27피스 컬렉션에는 75달러짜리 제품과 650달러짜리 제품이 함께 존재한다. 가격의 폭은 넓지만 동시에 소비자가 들어갈 수 있는 위치도 층위별로 나뉜다. 어떤 사람에게는 비교적 접근 가능한 협업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고가의 한정 상품이다.
75달러라는 최저 가격은 컬렉션 전체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반면 650달러라는 상단 가격은 같은 협업 안에 보다 높은 소비 수준을 설정한다. 하나의 컬렉션이 단일한 소비자를 가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지불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여러 단계로 받아들이는 구조다.
패션 브랜드가 가격대를 넓게 가져가는 이유도 여기서 읽힌다.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대신 진입 가능한 상품과 고가 상품을 한 컬렉션 안에 동시에 놓으면, 문화적 참여와 실제 구매를 서로 다른 수준으로 설계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누군가는 비교적 낮은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며, 누군가는 최고가 상품까지 접근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가 ‘산다’와 ‘사지 않는다’의 두 단계로만 나뉘지 않는 것이다.
한정판이라는 조건은 또 다른 경계를 만든다. 수량과 판매 기간이 제한된 협업에서는 가격 외에도 시간이 소비 조건으로 작동한다. 구매 의사가 있어도 판매 시점을 놓치거나 재고가 소진되면 상품에 접근할 수 없다.
포용적인 이미지와 희소한 상품이 함께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패션은 더 많은 사람에게 문화적으로 열리면서 동시에 소유의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다. 캠페인은 참여의 범위를 넓히고, 상품은 제한된 조건을 통해 특별함을 유지한다.
겉으로는 상반돼 보이지만 현대 협업 시장에서는 두 논리가 충돌하지 않고 함께 움직인다.
침실에 누워 있거나 편하게 기대 있는 인물은 옷을 전시하는 대신 생활 속으로 밀어 넣는다. 몸을 반듯하게 세우고 옷의 선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카탈로그식 연출보다 일상의 태도가 먼저 들어온다.
이런 구성은 ‘누구나 입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화한다. 옷을 특정 장소나 특정 계층의 복장으로 고정하지 않고 개인의 생활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물건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션에서 ‘누구나’는 언제나 조건부다. 옷을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문화적 자유와 상품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경제적 자유는 다르다. 전자는 캠페인이 만들 수 있지만 후자는 가격과 수량, 유통 구조가 결정한다.
Eckhaus Latta와 J.Crew의 협업은 바로 그 차이를 드러낸다. 캠페인에서는 사람 사이의 위계가 낮아지고 착용 방식도 자유로워졌다. 상품으로 이동하면 75~650달러의 가격대와 한정판이라는 조건이 다시 등장한다.
포용성도 이 지점에서 단순한 가치 선언을 넘어 상업 전략의 일부가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모습을 브랜드 이미지 안에서 발견할수록 브랜드가 연결될 수 있는 소비자 집단 역시 넓어진다. 다양성은 문화적 표현이면서 동시에 시장 확대의 언어가 될 수 있다.
J.Crew처럼 오랜 프레피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에는 이런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 기존의 전형적인 고객 이미지를 유지한 채 상품만 바꾸는 것보다, 같은 옷을 입는 사람의 범위를 넓히는 편이 브랜드의 사회적 인상을 더 크게 바꾼다.
Eckhaus Latta x J.Crew 컬렉션은 9월 15일 출시된다. 남녀 27피스, 75~650달러라는 숫자는 이번 협업의 소비 구조를 단순하게 보여준다. 캠페인은 옷을 입는 사람의 범위를 넓혔고, 시장은 가격과 희소성을 통해 다시 경계를 만든다.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입을 수 있다는 자유와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소유할 수는 없다는 현실이 한 컬렉션 안에 함께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