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RERROR FW26①] 도자기의 곡선을 옷의 구조로…ADERERROR, ‘부피’와 ‘균형’을 다시 짜다
둥근 아우터·유선형 드레스·절제된 테일러링으로 도자기의 조형 원리 전환 클레이·유약 계열 색보다 먼저 읽히는 것은 몸과 옷 사이의 거리 장식적 동양성 대신 곡선·팽창·수축으로 접근한 FW26 ‘Time After Time’
[KtN 박인경기자]도자기의 형태는 표면보다 부피에서 시작한다. 흙을 쌓거나 돌리면서 바깥쪽 곡선을 만들지만, 그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안쪽의 비어 있는 공간이다. 입구가 좁아지고 몸통이 불어나며 다시 바닥으로 수렴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균형이 만들어진다.
ADERERROR의 2026 가을·겨울 메인 컬렉션 ‘Time After Time’은 도자기를 옷 위에 문양으로 얹기보다 이런 조형 원리를 실루엣으로 옮기는 데 집중했다. 둥글게 부풀린 아우터, 아래로 흘러내리는 곡선, 몸을 직접 감싸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남기는 재킷과 드레스가 반복된다. 옷의 표면에 ‘전통’을 그려 넣는 대신 몸을 둘러싸는 외곽선을 바꿨다.
검은 실루엣은 허리 부근에서 한 차례 좁아진 뒤 아래로 내려가며 다시 넓어진다. 상체와 하체를 직선적으로 연결하지 않고 중간에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항아리나 병의 윤곽을 그대로 모방한 형태라기보다, 하나의 물체가 위에서 아래로 부피를 조절하는 방식을 의복의 구조 안에 넣은 구성이다.
검은색을 사용한 것도 형태를 읽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장식이나 패턴이 개입하지 않으면서 어깨에서 허리, 밑단으로 이어지는 선이 더 선명해진다. 몸의 굴곡을 그대로 따라가는 드레스보다 옷 자체가 독립적인 외곽을 갖는다.
옷과 몸 사이에 남는 공간도 중요하다. 몸을 가늘게 보이게 하거나 특정한 비율로 정리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신체 바깥에 또 하나의 형태를 만든다. 도자기가 내부의 빈 공간을 품으면서 외부 형태를 완성하듯, 이번 컬렉션의 일부 실루엣은 몸과 원단 사이의 여백을 통해 부피를 만든다.
재킷과 스커트의 조합에서는 단단함과 유연함이 나뉜다. 상체는 절제된 테일러링으로 비교적 고정된 구조를 유지하지만, 하단부는 곡선을 그리며 퍼진다. 직선적인 재킷과 둥근 스커트가 맞물리면서 한 착장 안에서도 서로 다른 형태의 긴장이 생긴다.
전통적인 테일러링이 어깨와 허리, 골반의 위치를 분명하게 잡아 신체의 비율을 정돈한다면 ‘Time After Time’은 그 기준점을 조금씩 움직인다. 어깨선은 몸보다 넓어지고, 허리는 반드시 강조되지 않으며, 밑단은 예상보다 크게 벌어진다. 재단은 절제됐지만 실루엣은 정적이지 않다.
이런 접근은 ‘동양적 미감’을 장식 언어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눈에 띈다. 자수와 전통 문양, 직접적인 역사적 복식 인용보다 그릇이 가진 곡률과 물성, 균형의 감각이 앞에 놓인다. 문화적 이미지를 표면에서 소비하기보다 사물을 만드는 방식에서 조형 원리를 끌어온 셈이다.
청록 계열 드레스에서는 색과 부피가 함께 움직인다. 어깨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선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몸통에서 밑단으로 갈수록 넓게 퍼지며 공간을 만든다. 짧은 소매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넓은 실루엣이 신체의 세부적인 굴곡을 감추면서 하나의 큰 형태를 남긴다.
청록색은 흙빛 중심의 팔레트에서 다른 역할을 한다. 클레이와 브라운 계열이 재료의 물성을 떠올리게 한다면 옅은 블루와 터쿼이즈는 유약이 흙의 표면을 변화시키는 순간에 가깝다. 흙의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보다 소성 이후 색이 달라진 도자기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방향이다.
그러나 색이 컬렉션의 중심을 독점하지는 않는다. 청록 드레스에서도 가장 먼저 남는 것은 색보다 실루엣의 폭이다. 원단이 몸을 따라 내려가기보다 자체적인 외형을 유지하며, 신체보다 옷의 윤곽이 먼저 완성된다.
넓은 검은 팬츠와 재킷을 조합한 착장에서는 같은 조형 언어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하의가 다리의 선을 따라 좁아지지 않고 아래까지 큰 부피를 유지하면서 상체와 하체 사이의 균형을 다시 설정한다.
특히 넓은 팬츠는 ‘오버사이즈’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단순히 옷의 치수를 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일 때 원단 자체가 별도의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여유를 남겼다. 정지했을 때와 걸을 때의 외곽선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도자기와 의복은 재료의 성격부터 다르다. 도자기는 불을 거친 뒤 형태가 고정되지만 옷은 움직이는 몸을 따라 계속 변한다. ADERERROR는 이 차이를 없애지 않는다. 단단한 사물의 곡선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고정된 형태가 움직이는 재료를 만났을 때 생기는 변형을 택했다.
이 때문에 둥근 실루엣도 완전한 대칭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한쪽으로 떨어지는 재킷의 선, 불규칙하게 남는 하의의 부피,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밑단이 고정된 도자기와 다른 리듬을 만든다.
검은 재킷과 넓은 하의에서는 위아래의 부피가 다시 나뉜다. 상체의 구조는 비교적 간결하고 단단한 반면 하체는 원단을 넉넉하게 남겨 움직임을 허용한다. 몸 전체를 하나의 길고 날씬한 선으로 정리하지 않고 각각 다른 크기의 덩어리를 연결한다.
FW26에서 반복되는 ‘둥근 형태’는 여성적인 곡선이나 장식적인 부드러움과도 거리가 있다. 남녀 착장 모두에서 넓은 어깨와 부풀린 하의, 완만하게 퍼지는 밑단이 반복된다. 곡선이 특정 성별의 신체를 강조하는 장치보다 옷 자체의 구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 지점에서 도자기 모티프는 꽤 구체적인 디자인 언어가 된다. 그릇의 외곽선을 그대로 옷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팽창과 수축, 단단함과 흐름, 내부와 외부 사이의 거리를 의복의 비례로 바꾼다.
ADERERROR가 이번 시즌 사용한 절제된 테일러링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장식을 줄일수록 옷의 선과 부피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형태를 강조하기 위해 더 많은 요소를 추가하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외곽선 자체를 전면에 남겼다.
‘Time After Time’에서 도자기는 그래서 하나의 이미지보다 구조에 가깝다. 흙이나 유약을 닮은 색만으로 컬렉션을 설명하기보다, 몸 주변에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의 폭을 조절하는 방식이 더 오래 남는다.
FW26 메인 컬렉션은 ADERERROR 공식 온라인과 한국·중국·일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둥근 아우터와 유선형 드레스, 절제된 테일러링이 이어지는 이번 구성에서 도자기는 옷 위에 붙은 상징으로 머물지 않는다. 단단한 그릇이 가진 부피와 균형을 움직이는 몸 위에서 다시 조정한 것이 ‘Time After Time’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