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로열티②] 판매자도 내고 경매사도 낸다…Bonhams가 설계한 ‘양방향 선택제’

판매자가 재판매대금 일부를 작가에게 배분하면 Bonhams도 같은 비율 매칭 의무 부과 대신 양측 참여 방식…작가 보상을 실제 경매 거래 안으로 편입 2026년 11월 20·21세기 미술 경매서 시작…미국 경매시장 첫 유형의 로열티 실험

2026-09-13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미술품 한 점이 경매에서 다시 팔릴 때 돈은 낙찰자에게서 판매자로 이동한다. 경매사는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작품을 만든 작가는 살아 있어도 통상적인 재판매의 자금 흐름에서는 직접적인 수취자로 남지 않는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와 스위즈 비츠(Swizz Beatz)의 더 딘 컬렉션(The Dean Collection), Bonhams가 만든 ‘The Deans’ Choice with Bonhams’는 바로 이 돈의 이동 경로에 작가를 다시 넣는다. 방식은 판매자에게만 부담을 지우지 않는 구조다. 판매자가 판매대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살아 있는 작가에게 배분하기로 선택하면 Bonhams도 같은 비율을 더한다.

프로그램이 ‘elective sale royalty’로 설계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에게 지급되는 로열티가 경매 낙찰과 동시에 일률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의 선택에서 시작되고 경매사가 그 선택에 동참한다. 더 딘 컬렉션과 Bonhams는 이를 ‘bilateral opt-in’, 즉 양쪽이 함께 참여하는 선택형 구조로 만들었다.

간단한 설계지만 기존의 재판매 흐름과는 차이가 크다. 판매자가 작가 몫을 정하는 순간 재판매대금의 일부가 현재 소유자에게만 귀속되지 않고 창작자에게도 연결된다. Bonhams가 동일한 비율을 추가하면서 작가 보상 비용도 판매자 한쪽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다. 작가 로열티를 시장에 넣는 순간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새로운 비용의 주체다. 판매자가 전부 부담하면 매각 대금이 줄어들고, 경매사가 전부 부담하면 거래를 중개하는 회사의 비용이 커진다. The Deans’ Choice는 판매자와 경매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작가 몫이 만들어지도록 비용을 나눴다.

판매자의 선택은 일종의 출발 신호가 된다. 작품을 매각하면서 일정 몫을 작가에게 돌려주겠다는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하고, Bonhams는 그 선택에 같은 비율로 참여한다. 따라서 작가 지원을 별도의 기부나 경매 이후의 자선 행위로 떼어놓지 않고 작품 거래 자체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달라진다.

[미술시장 로열티②] 판매자도 내고 경매사도 낸다…Bonhams가 설계한 ‘양방향 선택제’. 사진=bonhams1793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앨리샤 키스와 스위즈 비츠가 이 구조를 제안한 배경에는 음악 산업에서 경험한 로열티 체계가 있다. 두 사람은 곡을 만들면 그 곡이 살아 있는 동안 창작자와 가족에게 장기적인 수익이 돌아오는 음악의 구조를 언급하며, 미술에서도 작품이 다시 거래될 때 창작자가 경제적 관계에서 완전히 빠지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Bonhams가 받아들인 것은 음악의 로열티 제도를 그대로 옮긴 복제 모델은 아니다. 미술품 경매의 거래 방식 안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판매자와 경매사가 자발적으로 분담하는 구조로 바꿨다. 음악 저작물과 하나의 물리적 미술품은 유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은 미술시장에 맞춘 별도의 거래 장치에 가깝다.

작가 입장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최초 판매 이후 작품이 다시 시장에 나오더라도 창작자와 작품 사이에 경제적 연결이 남을 수 있다. 작가가 작품을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작업이 2차 시장에서 거래될 때 일정한 보상을 받을 통로가 생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다른 종류의 판단이 요구된다. 높은 가격에 작품을 매각하는 순간 수익 전부를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대신 일정 비율을 창작자에게 돌려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작품 가격 상승을 소유자의 자산 가치 증가로만 볼 것인지, 그 상승에 기여한 작가와 일부를 나눌 것인지가 실제 거래 절차의 일부가 된다.

Bonhams의 역할도 중개자에 머물지 않는다. 판매자가 선택한 만큼 경매사가 같은 비율로 부담하기 때문에 회사 역시 작가 보상의 비용 주체가 된다. 경매사가 단순히 판매자의 결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몫을 추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 운영자도 분배 관계 안에 들어온다.

여기서 선택형이라는 성격은 프로그램의 강점이면서 동시에 범위를 결정하는 조건이다. 모든 거래에 자동 적용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작가에게 로열티가 지급되는지는 판매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참여가 없는 거래에서는 같은 보상 구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선택형 구조의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강제 규칙을 새로 만드는 대신 현재의 경매 절차 안에서 판매자와 경매사가 실제로 비용을 나눌 수 있는 통로를 먼저 만들었다는 데 무게가 있다. 작가 로열티를 추상적인 윤리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낙찰대금이 움직이는 순간의 거래 조건으로 옮겼다.

구체적인 로열티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은 점도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여준다. 판매자가 어느 정도를 배분할지 선택하고, Bonhams가 같은 비율로 맞추는 방식이어서 참여 의사와 보상 규모가 연결된다. 작가에게 얼마가 돌아갈지는 작품의 낙찰가격뿐 아니라 판매자가 어느 수준으로 참여하느냐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구조는 미술품 가격이 높을수록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동일한 비율이라도 거래금액이 커지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절대금액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경매 가격이 더 이상 판매자와 경매사의 경제적 성과만으로 끝나지 않고, 살아 있는 창작자에게도 일부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더 딘 컬렉션이 케리 제임스 마셜(Kerry James Marshall)의 ‘Past Times’를 출발점으로 언급한 배경도 같은 구조다. 1997년 제작된 작품이 2018년 소더비에서 2,100만달러에 거래됐지만 마셜은 해당 재판매에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했다. 작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동안 창작자는 시장의 가치 상승과 경제적으로 분리돼 있었다.

The Deans’ Choice는 이 단절을 판매자와 경매사의 공동 부담으로 메우려는 방식이다. 작가에게 직접 비용을 청구할 필요도 없고, 구매자에게 새로운 부담을 전부 넘기는 구조도 아니다. 작품을 내놓는 판매자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경매사가 작가의 몫을 함께 만든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로열티가 거래 이후의 부수적인 행위가 아니라 경매 구조 안으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작가 지원을 위해 별도의 작품을 기부하거나 수익금을 사후에 전달하는 방식과 달리, 작품이 재판매되는 순간 발생한 경제적 가치의 일부를 해당 작품의 창작자와 직접 연결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좋은 컬렉터’라는 개인의 도덕성보다 거래의 설계가 중요해진다. 누군가의 선의가 일회성 기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와 경매사가 반복해서 선택할 수 있는 절차로 들어가야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1월 Bonhams의 20·21세기 미술 경매는 그 구조가 실제 거래에서 작동하는 첫 무대가 된다. The Deans’ Choice는 미국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첫 미술 경매 로열티 메커니즘으로 소개됐다.

판매자가 작가의 몫을 선택하고, 경매사가 같은 비율을 보탠다는 원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돈이 이동하는 순서를 바꾸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지금까지 작품을 만든 사람과 작품을 되파는 시장 사이에 끊겨 있던 경제적 연결을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다시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에서 로열티를 둘러싼 논의가 실제 힘을 갖는 지점도 결국 여기다. 작품 가격이 얼마까지 오르는가만큼, 그 가격이 만들어낸 돈이 누구에게 어떻게 나뉘는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The Deans’ Choice가 건드린 것은 낙찰가 자체가 아니라 낙찰 이후 돈이 흘러가는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