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로열티③] 음악은 평생 로열티, 미술은 재판매 뒤 단절…‘창작자의 시간’을 다시 잇다
앨리샤 키스·스위즈 비츠, 음악의 장기 수익 구조를 미술품 2차 시장에 접목 작품 소유권은 이동해도 창작자의 기여는 남아…가격 상승과 작가 보상의 시간차 조명 The Deans’ Choice, 11월 Bonhams 경매서 가동…미국 미술시장에 새로운 분배 방식 제시
[KtN 임민정기자]음악 한 곡은 발표된 뒤에도 계속 살아간다. 다시 재생되고 공연되고 이용될 때마다 창작자와 수익의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미술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 소유자가 바뀌고 가격이 크게 올라가도, 살아 있는 작가가 그 재판매 수익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와 스위즈 비츠(Swizz Beatz)가 Bonhams와 함께 만든 ‘The Deans’ Choice’는 서로 다른 두 창작 산업 사이의 간극에서 출발했다. 두 사람은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이면서 더 딘 컬렉션(The Dean Collection)을 운영하는 미술 컬렉터다. 음악에서는 익숙했던 장기 로열티의 개념을 미술품의 2차 거래와 연결하면서, 작품을 만든 사람과 작품의 시장 가치가 언제까지 경제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를 거래 구조 안으로 끌어들였다.
두 사람이 직접 제시한 비교는 단순했다. 음악에서는 곡을 쓰면 그 곡의 생애 동안 로열티를 받을 수 있고, 그 수익은 창작자와 가족에게 장기적인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술에서는 같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이 훨씬 높은 가격에 다시 거래되는 순간에도 그 상승분과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대비시켰다.
2018년 케리 제임스 마셜(Kerry James Marshall)의 1997년작 ‘Past Times’가 소더비에서 2,100만달러에 팔린 거래는 두 사람이 문제를 인식한 계기가 됐다. 당시 작품은 살아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작품으로 높은 기록을 세웠지만, 마셜에게 해당 재판매의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작품의 가격이 작가 없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작가가 이후 어떤 작업을 발표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전시에 참여하는지, 비평과 수집의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얻는지가 작품의 시장 가치와 함께 움직인다. 작품은 소유자의 자산이 되지만 그 자산의 의미와 가격을 키우는 시간에는 창작자의 활동이 계속 개입한다.
그럼에도 소유권이 넘어간 순간 창작자의 경제적 관계는 약해질 수 있다. 작품을 처음 팔았을 때 받은 금액과 수년 뒤 2차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기더라도, 그 차익은 현재 작품을 가진 사람의 거래에서 발생한다. 작가는 작품의 저자이지만 시장에서는 더 이상 해당 거래의 판매자가 아니다.
음악과 미술의 차이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음악은 하나의 창작물이 반복적으로 이용될 수 있고, 키스와 스위즈 비츠가 경험한 로열티 구조에서는 그 이용이 창작자의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술품은 하나의 물리적 작품이 소유자를 바꾸며 거래되기 때문에 경제적 관계가 작품의 소유권과 더 강하게 결합돼 있다.
The Deans’ Choice는 두 산업을 같은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기보다, 음악에서 당연하게 여겨온 하나의 원칙을 미술시장에 질문처럼 던진 프로그램에 가깝다. 창작물이 계속 경제적 가치를 생산한다면 그 가치를 만든 사람의 몫도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창작자의 권리는 단순히 작품을 만든 순간에 끝나는 보상으로만 남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 가치가 커지는 작품일수록 창작자의 기여 역시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전제된다. 작품의 가격이 커졌다는 사실을 시장의 성공으로만 볼 것인지, 그 가격을 가능하게 한 창작자에게도 경제적 연결을 남길 것인지가 달라지는 셈이다.
The Deans’ Choice가 선택한 방식은 법적 권리를 새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래 안에서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판매자가 재판매 대금 일부를 작가에게 배분하기로 선택하면 Bonhams가 같은 비율을 더하는 구조다. 판매자와 경매사가 함께 참여하면서 작가에게 돌아가는 몫을 만든다.
이 구조는 음악 로열티와 완전히 같지 않다. 음악에서는 창작물의 이용이 반복될 때 수익이 발생하는 반면, 이번 프로그램은 미술품이 다시 판매되는 특정 거래에서 작가의 몫을 만드는 방식이다. 자동적으로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판매자의 선택이 먼저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변화는 창작자가 2차 시장의 경제적 관계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는 전제를 흔든다는 데 있다. 작품의 소유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창작자의 존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거래 절차 안에 들어간다.
앨리샤 키스와 스위즈 비츠의 위치가 특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미술시장의 외부에서 제도를 비판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작품을 사는 컬렉터이자 창작물을 만들어 로열티를 받아온 음악가다. 소유자와 창작자의 입장을 동시에 경험한 사람들이 두 시장의 경제 구조를 비교했다는 점에서 The Deans’ Choice의 논리가 선명해진다.
컬렉터의 역할도 달라진다. 작품을 구입하고 보존하며 가치 상승을 기다리는 사람에서, 작품이 다시 팔릴 때 창작자와 경제적 관계를 어떻게 남길 것인지 선택하는 사람으로 범위가 넓어진다. 소유권을 가진 사람의 권리만큼 그 작품을 만든 사람과의 관계도 거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방향이다.
경매사의 위치 역시 변한다. Bonhams는 판매자의 결정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비율을 보태면서 직접 비용을 부담한다. 작가 로열티를 시장 밖의 기부가 아니라 경매회사가 참여하는 거래 조건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자선적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The Deans’ Choice가 미국에서 이와 같은 형태의 첫 미술 경매 로열티 메커니즘으로 소개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살아 있는 작가에게 2차 시장 수익을 연결하자는 선언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경매에서 판매자와 경매사가 부담을 나누는 절차를 만들었다.
2026년 11월 Bonhams의 20·21세기 미술 경매에서 시작되는 프로그램은 미술품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간 자체를 바꾼다. 작품을 처음 판매한 순간만이 아니라 이후 가격이 상승하고 다시 시장에 나오는 시간까지 창작자와 연결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케리 제임스 마셜의 ‘Past Times’가 2,100만달러에 거래된 뒤 남은 것은 높은 낙찰 기록만이 아니었다. 작품 가격이 커지는 시간과 작가가 경제적 보상을 받는 시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사실도 함께 남았다.
앨리샤 키스와 스위즈 비츠가 음악의 로열티에서 가져온 것은 제도의 외형보다 ‘창작자는 자신의 창작물이 살아 있는 동안 경제적 관계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가깝다. The Deans’ Choice는 그 원칙을 미술품 재판매라는 전혀 다른 시장에 옮긴다.
작품의 소유자는 계속 바뀔 수 있다. 낙찰가도 계속 달라질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이 바꾸려는 것은 바로 그 변화 속에서도 창작자와 작품 사이의 경제적 연결을 완전히 끊지 않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