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 Golf 구조조정] 1,400만달러가 말해주는 것…‘확장의 자본’에서 ‘버티는 자본’으로

4,960만달러 DIP 금융 중 일부 우선 승인…임금·복리후생·거래처 지급에 사용 PIF 지원으로 출범한 지 4년 만에 Chapter 11…선수 지급 의무와 자본구조 재조정 2027년 초 새 체제 목표…법원에서 확보한 것은 성장 자금보다 구조조정의 시간

2026-09-12     조종식 기자
사진=리브 골프(LIV Golf) 홈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조종식기자]LIV Golf가 미국 법원의 승인을 받아 1,400만달러를 우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또 한 번의 자금 조달처럼 보이지만 돈의 성격은 출범 당시와 전혀 다르다. 유명 선수를 끌어들이고 새로운 리그를 확장하기 위해 투입됐던 자본이 아니라, Chapter 11 절차 안에서 급여와 복리후생을 지급하고 거래처와 사업 파트너를 붙잡아 두기 위한 운영자금이다.

미국 뉴저지주 연방파산법원이 허용한 1,400만달러는 전체 4,960만달러 규모의 DIP(debtor-in-possession) 금융 가운데 일부다. BC Partners Credit이 뒷받침하는 자본 재편 과정에서 우선 필요한 현금을 공급하는 성격으로, LIV Golf는 이를 임직원 임금과 복리후생, 내부 프로그램, 주요 거래처와 사업 파트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다.

Chapter 11에 들어간 기업에서 현금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조직을 유지하고 계약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시간을 사는 수단에 가깝다. 법원의 이번 중간 승인이 LIV Golf에 제공한 것도 재무 정상화 자체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다.

1,400만달러를 확보했다는 사실과 재무구조가 안정됐다는 평가는 그래서 분리해야 한다. DIP 금융은 영업을 이어가기 위한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기존 채무와 지급 의무, 앞으로의 자본구조를 자동으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지금 확보한 돈은 회복의 결과라기보다 회복을 시도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 가깝다.

LIV Golf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변화의 폭은 더 선명해진다.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PIF)의 지원을 받아 출범한 LIV Golf는 처음부터 작은 실험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기존 남자 프로골프 질서에 맞서는 새로운 리그를 세우고, 유명 선수들을 확보하며 단기간에 시장의 시선을 끌어오는 방식이었다.

신생 스포츠 리그에서 선수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경기의 수준을 만들고, 방송과 스폰서십을 끌어오며, 관중이 리그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핵심 자산이다. LIV Golf가 출범 초기 유명 선수 확보에 큰돈을 투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2026년의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LIV Golf는 유명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할 수백만달러 규모의 의무를 안은 상태에서 Chapter 11 절차를 밟고 있고, 법원 감독 아래 향후 선수 참여 구조까지 협상하고 있다. 처음에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자본을 사용했다면, 지금은 그 선수들과의 관계를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 안에 다시 배치해야 하는 단계다.

이 변화는 LIV Golf의 구조조정을 일반 기업의 채무 조정보다 복잡하게 만든다. 선수에게 지급되는 돈을 크게 줄이면 재무 부담은 낮아질 수 있지만 리그의 경기력과 흥행력, 상업적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지급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 재무 재편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

법원 절차 안에서 선수 참여를 미래 구조에 맞게 조정하려는 이유도 여기 있다. Chapter 11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과정이 아니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계약과 자본구조를 다시 맞추는 절차다. LIV Golf에는 선수와의 관계가 곧 상품 자체의 경쟁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계약 조정의 무게가 더욱 크다.

거래처와 사업 파트너에 대한 지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법원이 허용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프로스포츠 리그는 경기만 열면 유지되는 사업이 아니다. 대회 운영과 방송 제작, 현장 서비스, 각종 상업 계약이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구조조정 기간에 지급이 막히면 재무 문제가 곧바로 사업 운영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DIP 금융은 바로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것을 막는다. 기업의 장기 가치가 훼손되기 전에 급여와 필수 비용을 지급해 조직을 유지하고, 채무 조정과 자본 재편을 마칠 때까지 영업 기반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LIV Golf가 확보한 1,400만달러도 공격적 투자보다 방어적 유동성에 가깝다. 신규 대회를 늘리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돈이 아니라 현재의 인력과 계약을 유지하면서 법원 안에서 다음 체제를 설계하기 위한 자금이다.

전체 4,960만달러 가운데 일부만 먼저 허용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중간 승인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단계적 조치다. LIV Golf가 2027년 초 새로운 체제로 넘어가려면 나머지 금융과 별개로 기존 지급 의무, 선수 계약, 향후 자본 구성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최고경영자 스콧 오닐(Scott O’Neil)은 이번 법원 결정을 조직 재편을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했다. 회사가 제시한 목표는 법원 감독 아래 Chapter 11 구조조정을 마치고 2027년 초 다음 단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 일정이 갖는 의미는 ‘파산에서 벗어난다’는 표현보다 사업의 기반을 다시 짠다는 데 가깝다. 기존 채무를 어떻게 조정하고, 선수들에게 어떤 참여 조건을 제시하며, 앞으로의 운영비를 어떤 자본으로 감당할지가 함께 결정돼야 한다.

LIV Golf의 상황은 막대한 후원 자본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스포츠 리그의 경제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낸다. 출범 자금은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리그를 계속 운영하려면 선수 비용과 상업 파트너, 조직 운영비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구조가 필요하다.

PIF의 지원으로 출범했던 LIV Golf가 이제 BC Partners Credit이 뒷받침하는 법정 금융을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한다는 사실은 자본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압축한다. 2022년의 자본이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한 공격 수단이었다면 2026년의 자본은 이미 만들어진 조직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비용 구조를 다시 짜기 위한 수단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재무 용어의 변화가 아니다. 스포츠 비즈니스가 성장 단계에서 구조조정 단계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신생 리그는 초기에 시장의 관심을 사는 데 돈을 쓸 수 있다. 유명 선수를 데려오고, 기존 질서와 다른 경기 방식을 내세우고, 빠르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자본을 집중한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선수 영입 규모보다 반복 가능한 수익과 비용 구조가 더 중요해진다. LIV Golf가 지금 법원 안에서 다루고 있는 것도 결국 이 두 번째 단계다.

1,400만달러의 중간 승인은 따라서 성공의 숫자라기보다 상태를 설명하는 숫자에 가깝다. LIV Golf가 당장 운영을 멈출 필요는 없어졌지만, 성장 전략이 다시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재무 부담을 감당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27년 초를 향한 재편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자금을 다시 투입하느냐보다 어떤 리그를 남기느냐다. 선수 비용과 계약 구조, 운영조직과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법원의 보호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자본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LIV Golf는 2022년 돈의 규모로 기존 골프 질서에 충격을 줬다. 4년 뒤 같은 리그를 설명하는 숫자는 4,960만달러의 DIP 금융과 그 가운데 먼저 허용된 1,400만달러다. 자본은 여전히 LIV Golf의 중심에 있지만 역할은 달라졌다. 시장을 흔들기 위해 쓰이던 돈이 이제는 리그가 멈추지 않도록 시간을 확보하는 돈으로 바뀌었다.

Chapter 11 이후 LIV Golf가 평가받게 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출범 당시 얼마나 많은 자본을 동원했는지가 아니라, 법원 안에서 다시 짠 선수 계약과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법원 밖에서도 스스로 운영되는 리그를 만들 수 있는지가 다음 단계의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