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of Errors, 바늘로 만든 페인트②] 프린트 대신 265만 스티치…그래픽이 생산공정으로 들어갔다
재킷 150만·카펜터 진 115만 스티치…페인트 자국 전체를 자수로 구현 색면 안에 서로 다른 패턴까지 삽입…인쇄 그래픽을 반복적인 바늘 작업으로 전환
[KtN 박인경기자]House of Errors의 Fall/Winter 2026 ‘The Paint Collection’에서 재킷과 카펜터 진에 들어간 스티치를 합하면 265만에 이른다. Embroidered Paint Workwear Jacket에는 150만 스티치, Embroidered Carpenter Jeans에는 115만 스티치가 사용됐다. 두 제품의 페인트 자국은 프린트나 염색이 아니라 자수로 만들어졌다.
페인트 스플래터를 옷에 올리는 방식부터 달라졌다. 그래픽을 원단 표면에 인쇄하는 대신 바늘땀을 반복해 색을 만들고, 각각의 색 안에는 다시 서로 다른 패턴을 넣었다. 멀리서는 물감이 튄 형태가 먼저 들어오지만 가까이에서는 작은 무늬가 겹겹이 드러난다. 하나의 페인트 자국을 완성하기 위해 색과 패턴을 동시에 자수로 쌓은 구조다.
재킷 한 벌에 들어간 150만 스티치는 단순한 장식의 규모를 넘어선다. 자수가 로고나 패치처럼 일부 면적에 머무르지 않고 몸판과 소매를 가로질러 그래픽 전체를 구성한다. 카펜터 진에서도 여러 색의 페인트 자국이 넓게 이어지면서 115만 스티치가 사용됐다.
그래픽을 자수로 바꾸는 순간 디자인은 곧바로 생산공정과 맞닿는다. 인쇄에서는 하나의 이미지로 처리할 수 있는 색면도 자수에서는 바늘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실을 놓아야 한다. 색 안에 다른 무늬를 넣을수록 자수 데이터에는 더 많은 경로가 필요하고, 완성된 옷에는 그 경로만큼 바늘땀이 쌓인다.
House of Errors가 페인트 자국 안에 넣은 대비 패턴은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등 각각의 색은 단순한 단색 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까이에서 구분되는 작은 패턴이 색 내부를 채우면서 페인트 그래픽 자체가 자수 설계도로 바뀐다.
자수는 원단 위에 실을 계속 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프린트처럼 색을 표면에 입히는 방식과 달리 실이 물리적으로 쌓이면서 두께와 질감이 생긴다. The Paint Collection에서 페인트 자국은 시각적인 색뿐 아니라 손으로 만졌을 때 느껴지는 표면 구조까지 갖게 된다.
재킷에는 브라운 코듀로이 칼라와 YKK 지퍼가 더해졌고, 컬렉션을 위해 별도로 제작한 하드웨어를 사용했다. 카펜터 진에도 같은 맞춤형 하드웨어가 적용됐다. 페인트 자수가 제품 전면의 시각적 중심을 맡고, 칼라와 지퍼, 금속 부품은 워크웨어 재킷과 카펜터 팬츠의 기본 구조를 유지한다.
워크웨어라는 선택도 자수 방식과 맞물린다. 페인트가 묻은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실제 물감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한 실로 다시 만든 것이다. 우연히 튄 듯한 자국을 반복 가능한 자수 패턴으로 바꾸면서 작업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흔적을 계산된 그래픽으로 전환했다.
The Paint Collection은 재킷과 카펜터 진에서 멈추지 않는다. 회색 Embroidered Paint Hoodie, Vintage Paint Cap 두 종류, 크림과 그레이 색상의 Knitted Wall Paint Rugby 두 종류, Paint Splatter Tee까지 모두 8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같은 페인트 모티프도 제품에 따라 구현 방식은 달라진다. 재킷과 카펜터 진에서는 고밀도 자수가 중심에 놓이고, Knitted Wall Paint Rugby에서는 니트 조직 안으로 페인트 이미지를 옮겼다. 하나의 그래픽을 모든 제품에 같은 방식으로 복제하기보다 옷의 구조에 맞춰 표현 방식을 달리한 셈이다.
출발점은 House of Errors의 6주년 컬렉션이었다. 당시 한 제품에 사용했던 페인트 자수 아이디어가 FW26에서는 8개 제품으로 확대됐다. 한 벌의 실험이 컬렉션 단위로 확장되면서 자수는 장식 기법을 넘어 제품군 전체를 묶는 제작 방식이 됐다.
265만이라는 숫자도 이 과정에서 나온다. 재킷과 팬츠 두 제품만으로 250만 스티치를 넘어섰고, 페인트 자국 안에는 다시 색별 패턴이 들어갔다. 옷에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그렸는지가 제품의 성격을 결정하는 구성이다.
스트리트웨어에서 그래픽은 오랫동안 티셔츠와 후디, 재킷의 정체성을 만드는 가장 빠른 수단 가운데 하나였다. 로고와 일러스트, 사진과 타이포그래피를 인쇄해 같은 이미지를 여러 제품에 적용하는 방식이 익숙했다. House of Errors는 페인트 그래픽을 실로 옮기면서 이미지 자체보다 이미지를 만드는 공정을 전면으로 끌어냈다.
The Paint Collection에서 페인트는 한 번 찍어낸 색면이 아니다. 자수 데이터에 따라 반복되는 바늘땀이 쌓이고, 각각의 색 안에 별도의 무늬가 생기며, 완성된 표면에는 실의 두께가 남는다. 재킷 150만, 카펜터 진 115만이라는 숫자는 바로 그 제작 방식에서 나온 결과다.
FW26에서 House of Errors가 선택한 방식은 그래픽과 제조의 거리를 좁혔다. 페인트 자국을 그리는 일이 곧 자수 경로를 설계하는 일이 되고, 색을 더하는 일이 바늘땀을 늘리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The Paint Collection의 265만 스티치는 옷 위의 그림을 생산공정 자체로 바꾼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