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전체 건강①] AlphaGenome Atlas, 90억개 DNA 변이 예측…희귀질환 진단 후보 압축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국내 평균 9.2년…단백질 만드는 2% 넘어 비암호화 영역까지 AI 분석, DNM1 변이 스플라이싱 영향 실험으로 확인

2026-09-19     조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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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조종식기자]희귀질환 환자가 증상을 처음 겪은 뒤 병명을 확인하기까지 국내에서 평균 9.2년이 걸린다. 질병관리청이 2025년 희귀질환 진단지원사업 검사 결과를 분석한 수치다.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DNA를 폭넓게 읽을 수 있게 됐지만, 검사에서 발견된 수많은 변이 가운데 실제 질환과 연관된 변이를 골라내는 과정에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과 분석이 필요하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9월 8일 공개한 'AlphaGenome Atlas'는 유전체 검사 이후의 해석 영역을 대규모 인공지능(AI) 예측으로 넓혔다. 인간 유전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약 90억개의 단일염기변이(single-nucleotide variant)에 대해 유전자 발현과 RNA 스플라이싱, 염색질 접근성 등 분자 수준의 변화를 미리 계산했다. 데이터 규모는 1페타바이트(PB)로,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데이터베이스 AlphaFold Database보다 30배 이상 크다.

인간 유전체 한 세트는 약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된다. DNA를 구성하는 A·C·G·T 가운데 한 위치의 염기가 다른 세 종류 중 하나로 바뀐다고 계산하면 가능한 단일염기 치환은 약 90억개에 이른다. 각각의 변이를 사람의 세포와 조직에서 하나씩 실험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확인하기에는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 AlphaGenome Atlas는 가능한 변이에 대한 분자 효과 예측을 먼저 계산해 연구자가 필요한 변이를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Atlas의 기반이 된 AlphaGenome은 지난해 6월 처음 공개됐고 연구 결과는 올해 1월 28일 국제학술지 'Nature'에 실렸다. 모델은 한 번에 100만 염기쌍(1Mb)의 DNA 서열을 입력받아 인간에서 5930개의 유전체 신호를 예측한다. 유전자 발현과 전사 시작, RNA 스플라이싱, 염색질 접근성, 히스톤 변형, 전사인자 결합, 염색질 접촉 등 11개 유형을 함께 다룬다. 인간과 생쥐의 유전체 자료로 학습했으며 변이 효과 예측 26개 평가 가운데 25개에서 당시 비교한 외부 모델과 같거나 높은 성능을 보였다.

희귀질환 연구에서는 단백질을 직접 만드는 유전체 영역 밖의 변이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인간 유전체 가운데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영역은 약 2%다. 나머지 비암호화 영역에는 유전자가 어느 세포에서 언제, 얼마나 작동할지 조절하는 다양한 요소가 자리한다. 질병이나 신체 특성과 연관된 변이 가운데 상당수도 비암호화 영역에서 발견된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안에서 염기 하나가 바뀌면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비암호화 영역에서는 해석 경로가 훨씬 복잡하다. 단백질 서열을 직접 바꾸지 않더라도 유전자 발현량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고, RNA가 잘리고 다시 연결되는 스플라이싱에 영향을 주거나 전사인자가 DNA에 결합하는 방식과 염색질 구조를 바꿀 수 있다. 같은 변이라도 세포와 조직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유전체 검사에서 변이가 발견됐다는 사실과 질환의 원인이 밝혀졌다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다. 사람마다 상당한 수의 유전적 차이를 갖고 있고, 희귀하게 나타난 변이 가운데 상당수는 질병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의료진과 연구자는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 변이의 위치, 기존 임상 보고, 분자 기능 등을 함께 살펴 질환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좁혀야 한다.

AlphaGenome Atlas에는 이런 선별을 위한 AlphaGenome Variant Impact(AVI) 점수가 들어갔다. AVI는 AlphaGenome의 유전자 조절 예측과 단백질 변이의 영향을 예측하는 AlphaMissense의 정보를 결합해 각 변이의 잠재적 영향을 하나의 수치로 나타낸다. 점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도 함께 제공해 RNA 스플라이싱, 유전자 발현, 염색질 접근성 가운데 어떤 분자 기능에서 변화가 크게 예측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점수 하나로 압축된 정보는 희귀질환 연구에서 후보 변이를 정리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미국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의 로라 코빌(Laura Covill), 앤 오도넬-루리아(Anne O'Donnell-Luria) 연구진과 GREGoR Consortium은 기존 연구에서 원인을 밝히지 못한 희귀질환 변이를 AVI로 분석했다. 수많은 후보 가운데 DNM1 유전자에 영향을 주는 변이가 높은 우선순위에 올랐다. DNM1은 뇌전증성 뇌병증(epileptic encephalopathy)과 강하게 연관된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AlphaGenome은 해당 변이가 잘못된 스플라이스 부위를 만들고, 정상보다 길어진 단백질이 생성되는 분자적 영향을 예측했다. 연구진이 실험으로 확인한 결과 예상한 스플라이싱 변화가 나타났으며, 인접한 다른 변이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발견됐다. 기존 유전체 분석에서 지나쳤던 변이가 AI 점수를 통해 다시 선별됐고, 분자 수준에서 예상한 작용 방식도 후속 실험으로 이어졌다.

희귀질환에서 전장유전체검사(whole-genome sequencing·WGS)가 확대될수록 이런 해석 과정의 비중은 커진다. 검사 범위가 넓어지면 단백질을 만드는 영역뿐 아니라 비암호화 영역까지 수많은 변이가 함께 발견된다. 원인 후보를 넓게 찾을 수 있는 대신 의료진과 연구자가 검토해야 할 정보도 급격히 늘어난다. AlphaGenome Atlas는 발견된 변이마다 분자적 영향을 미리 계산해 연구자가 우선 검토할 후보와 관련 생물학적 기능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비암호화 변이에 대한 활용 가능성은 희귀질환을 넘어 인구 규모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진은 5만4000명 이상의 UK Biobank 전장유전체 자료에 AlphaGenome Atlas를 적용했다. 희귀 변이를 예상되는 분자 효과에 따라 묶어 분석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22% 많은 비암호화 유전 연관성을 찾아냈다. 분석에는 노화와 연관성이 보고된 PLA2G7, 세포의 산소 감지에 관여하는 EGLN1 관련 조절 변이도 포함됐다.

국내에서는 희귀질환 환자의 유전자 검사와 결과 해석 지원 범위가 올해 더 넓어졌다. 질병관리청의 2026년 희귀질환 진단지원사업 대상은 1150명으로 지난해 810명보다 42% 늘었다. 지원 대상 질환은 1389개로 확대됐으며 유전성 희귀질환이 확진되면 부모와 형제에 대한 가족검사도 추가로 지원한다. 미진단 희귀질환 의심환자에게 유전자 검사와 결과 해석을 제공해 조기진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희귀·난치질환 부담 완화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에 포함됐다. 의료 AI도 별도의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의료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이 바이오헬스 분야 정책으로 제시됐고,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의료기관에서 AI 솔루션의 성능과 효과를 검증하는 20개 실증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 희귀질환 진단 확대와 세계 유전체 연구의 AI 활용은 모두 검사 이후의 '해석' 역량을 더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환자의 DNA를 더 넓게 읽을수록 발견되는 변이의 수도 늘어난다. 임상 증상과 일치하는 변이를 찾고, 실제 세포에서 어떤 기능을 바꾸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진단의 정확도와 연구 속도를 좌우한다.

AlphaGenome의 성능에도 범위가 있다. Nature 연구는 주로 단일염기변이의 기능적 영향을 평가했고, 실제 사람의 유전체에는 삽입·결실(indel), 구조변이, 여러 변이가 함께 작용하는 조합도 존재한다. 올해 4월 'Cell Research'에 실린 분석도 AlphaGenome이 단일염기 치환 예측에서 진전을 보였지만 실제 유전체에 존재하는 보다 복잡한 변이를 다루는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짚었다.

세포와 조직에 따른 차이도 남아 있다. AlphaGenome은 다양한 세포·조직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종류의 유전체 신호를 동시에 예측하지만, 개인에게 실제로 나타날 질환이나 증상을 직접 예측하는 모델은 아니다. AlphaGenome Atlas는 비상업 연구용으로 공개됐으며 임상 사용을 위한 검증이나 승인을 받은 상태도 아니다.

90억개의 변이를 계산한 AlphaGenome Atlas가 의료 연구에 가져온 변화는 데이터의 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전장유전체검사로 발견된 수많은 변이 가운데 어느 변이를 먼저 살펴볼지, RNA 스플라이싱과 유전자 발현 가운데 어떤 기능을 실험으로 검증할지 정하는 과정에 AI가 들어왔다. 국내에서는 올해 희귀질환 진단지원 대상이 1150명으로 확대됐고, 해외에서는 비암호화 영역까지 포함한 유전체 변이 해석 도구가 빠르게 정교해지고 있다. 희귀질환 진단에서 유전체를 읽는 기술에 이어 읽어낸 변이의 기능을 얼마나 정확하게 좁혀내느냐가 또 하나의 의료 기술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