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전체 건강②] AVI 점수, 90억개 DNA 변이 선별…질병 확률과 다른 ‘분자 영향’ 지표
유전자 발현·RNA 스플라이싱·단백질 영향 한 수치로 압축…이재명 정부 의료 AI 실증 확대, 임상 진입 땐 성능·효과 검증과 허가 체계 작동
[KtN 조종식기자]사람의 유전체에서 발견된 수많은 변이를 한꺼번에 검토해야 할 때 연구자는 어떤 변이부터 살펴봐야 할까.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지난 9월 공개한 AlphaGenome Atlas에는 약 90억개의 단일염기변이마다 AlphaGenome Variant Impact(AVI) 점수가 붙는다. 유전자 발현과 RNA 스플라이싱, 염색질 접근성, 단백질 변화 등 서로 다른 분자적 영향을 하나의 수치로 압축해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변이를 먼저 추릴 수 있도록 만든 지표다.
1편에서 다룬 AlphaGenome Atlas가 인간 유전체 전반에 펼쳐진 ‘변이 지도’라면 AVI는 90억개의 좌표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검색 장치에 해당한다. AlphaGenome의 유전자 조절 효과 예측과 단백질 아미노산 변화의 영향을 예측하는 AlphaMissense 정보를 결합해 단백질을 만드는 코딩 영역과 비암호화 영역을 함께 다룬다. 유전체의 약 2%에 해당하는 단백질 코딩 영역뿐 아니라 나머지 98%에 걸친 변이까지 같은 체계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변이 선별 작업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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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I가 숫자 하나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점수와 함께 어떤 분자 과정이 결과에 영향을 줬는지를 보여주는 세부 정보도 제공한다. 특정 변이에서 RNA 스플라이싱 변화가 크게 예측됐는지, 유전자 발현이나 염색질 접근성 변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는지 등을 다시 내려가 살펴볼 수 있다. 변이의 순서를 먼저 정한 뒤 실험에서 확인할 생물학적 기능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유전체 분석에서는 이런 압축 과정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장유전체검사(whole-genome sequencing·WGS)는 한 사람의 DNA 전반에서 매우 많은 차이를 찾아낸다. 희귀한 변이가 발견돼도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질환과 연결할 수 없으며, 환자의 증상과 유전 양상, 변이 위치와 기능, 기존에 축적된 임상정보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비암호화 영역까지 분석 범위가 넓어질수록 의료진과 연구자가 비교해야 하는 후보 수도 늘어난다.
AVI는 이 과정에서 ‘어느 변이를 먼저 볼 것인가’를 수치화한다. 높은 AVI 점수는 특정 변이가 분자 기능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뜻한다. 개인에게 질병이 생길 확률이나 특정 질환의 중증도를 표시하는 수치는 아니다. 같은 점수를 받은 변이라도 한쪽은 RNA 스플라이싱, 다른 쪽은 유전자 발현이나 단백질 기능 변화가 주요 요인일 수 있다. 점수 아래에 놓인 세부 예측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다.
희귀질환 연구에서는 실제 후보 선별에 AVI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와 GREGoR Consortium 연구진은 기존 분석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환자의 변이를 다시 검토하면서 AVI를 이용했고, DNM1 유전자와 관련된 비암호화 변이를 높은 우선순위로 선별했다. AlphaGenome은 해당 변이가 잘못된 스플라이스 부위를 만들어 비정상적으로 연장된 단백질을 생성할 가능성을 예측했고, 후속 실험에서 스플라이싱 변화가 확인됐다.
AVI가 겨냥하는 범위는 희귀질환 한 환자의 원인 규명에 머물지 않는다. 5만4000명 이상의 UK Biobank 전장유전체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AlphaGenome Atlas의 예측을 이용해 희귀 비암호화 변이를 기능별로 묶어 분석했고, 기존 분석보다 비암호화 영역에서 22% 많은 유전적 연관성을 찾아냈다. 개인의 변이를 한 개씩 해석하는 작업과 대규모 인구집단에서 질환·신체 특성과 관련된 변이군을 찾는 작업에 같은 예측 지도가 활용되기 시작한 셈이다.
점수가 만들어내는 효율과 임상 판단은 서로 다른 층위에 놓인다. 유전체 변이의 분자적 영향이 크다는 예측만으로 질환의 원인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어떤 조직에서 해당 유전자가 작동하는지, 환자의 증상과 일치하는지, 가족 내에서 변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세포나 동물모델 실험에서 예상한 변화가 재현되는지 등이 함께 검토된다.
AlphaGenome 자체의 성능 평가에서도 분석 대상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올해 1월 'Nature'에 실린 연구에서 AlphaGenome은 변이 효과 예측 26개 평가 가운데 25개에서 당시 비교 대상 모델과 같거나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스플라이싱 관련 평가에서는 7개 벤치마크 중 6개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지만, 대규모 스플라이싱 실험 데이터를 이용한 MFASS 평가에서는 Pangolin의 정밀도-재현율 곡선 아래 면적(auPRC)이 0.54, AlphaGenome은 0.51로 Pangolin이 앞섰다. 하나의 AI 모델이 모든 종류의 유전체 변이와 실험 조건에서 같은 성능을 보이는 구조는 아니다.
입력 범위도 정해져 있다. AlphaGenome은 최대 100만 염기쌍의 DNA 서열을 한 번에 분석해 유전자 발현과 전사 시작, 스플라이싱, 염색질 접근성, 전사인자 결합 등을 예측한다. 긴 DNA 구간을 함께 읽으면서 염기 수준의 예측을 내놓는 능력이 강점이지만, 실제 인간의 유전체에는 단일염기변이뿐 아니라 삽입·결실, 큰 구조변이와 여러 변이가 함께 작용하는 조합이 존재한다. 세포와 조직, 발달 단계에 따라 같은 유전적 변화의 생물학적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도 임상 해석에 포함된다.
AVI와 같은 변이 점수가 연구실을 넘어 의료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검증 과정의 무게도 달라진다. 환자에게 적용되는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AI 소프트웨어는 연구자가 후보를 찾는 도구와 달리 실제 사용 목적에 맞는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는 2025년 1월 24일부터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시행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의료기기의 분류·등급 지정과 임상시험, 허가·심사 절차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디지털의료기기 심사·검토 결과의 공개 대상과 절차를 정한 업무 지침도 개정했다.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서도 의료 AI는 산업 육성과 실제 의료기관 검증을 함께 추진하는 분야로 들어갔다.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는 '의료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이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부터 의료기관에서 AI 솔루션의 성능과 효과를 검증하는 의료 AI 실증 20개를 지원하고, AI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의료데이터 이용권 지원도 2025년 8개에서 올해 40개로 늘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디지털의료기기 인허가 규제를 조정하는 절차도 진행했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 이후 축적된 허가·인증·심사 현황을 반영해 임상시험 등의 평가에 제출하는 자료 요건을 조정하는 방향이다. AI 의료기기의 개발과 실증이 확대되는 동시에 진료에 사용하는 제품에는 별도의 허가·심사 체계가 적용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AlphaGenome Atlas는 현재 연구자가 유전체 변이를 탐색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자원으로 제공되고 있다. 비상업적 연구자는 웹사이트와 API를 이용할 수 있으며, Atlas에는 사전에 계산된 변이 효과와 AVI 점수, 각 점수에 영향을 준 세부 기능 정보가 함께 들어 있다. 유전체 연구자가 직접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지 않아도 필요한 변이를 검색해 분석할 수 있는 방식이다.
90억개의 DNA 변이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넣는 기술 다음에는 수십억개의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줄여나갈지가 남는다. AVI는 변이마다 예상되는 분자적 영향을 계산해 검토 순서를 정하고, 유전자 발현이나 RNA 스플라이싱 등 후속 실험의 방향을 좁힌다. 국내에서는 의료기관의 AI 실증과 디지털의료기기 허가 체계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유전체 AI가 연구 단계에서 환자 진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높은 점수 자체보다 어떤 생물학적 변화가 예측됐는지, 환자의 임상정보와 일치하는지, 실제 실험과 임상 검증에서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가 의료 판단을 구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