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유전체 건강③] 90억개 DNA 변이 지도 다음은 한국인 데이터…77만명 바이오빅데이터 구축

임상정보·전장유전체·공공데이터 연결해 정밀의료 연구 기반 확대…2028년 77만2000명,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계획에도 단계적 개방 포함

2026-09-21     조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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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조종식기자]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90억개의 단일염기변이에 분자적 영향 예측값을 붙였다면, 실제 의료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특정 변이가 한국인에게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어떤 질환이나 검사 수치와 함께 발견되는지, 같은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 어떤 임상적 차이가 나타나는지는 대규모 인구집단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AlphaGenome Atlas가 DNA 변화의 기능을 읽는 지도라면 환자의 진료기록과 유전체를 장기간 연결한 바이오빅데이터는 변이와 실제 건강 사이를 연구하는 기반이 된다.

한국에서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이 이 역할을 겨냥하고 있다. 2024년 시작한 사업은 참여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소변 등 검체와 임상정보, 의무기록,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 개인생성건강정보, 유전체와 오믹스 데이터를 함께 구축하는 범부처 연구개발 사업이다. 2024~2028년 1단계에서 77만2000명을 모집하고, 2029~2032년 2단계를 거쳐 누적 10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77만2000명 가운데 일반 국민은 58만5000명, 중증질환자는 14만명, 희귀질환자는 4만7000명으로 계획돼 있다. 모집된 검체에서는 전장유전체분석(whole-genome sequencing·WGS)을 수행하고, 생산된 유전체 데이터는 임상정보 등과 함께 데이터뱅크에 축적된다. 학계와 의료계, 산업계 연구자는 제공등급과 절차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lphaGenome 시대에 이런 인구집단 데이터가 갖는 의미는 AI 예측값의 양과는 다른 곳에 있다. AlphaGenome은 DNA 서열 하나가 바뀌었을 때 유전자 발현과 RNA 스플라이싱, 염색질 접근성 등 분자 기능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예측한다. Atlas에는 인간 유전체에서 가능한 약 90억개의 단일염기변이에 대한 예측값과 AlphaGenome Variant Impact(AVI) 점수가 미리 계산돼 있다. 데이터 규모는 1페타바이트에 달한다.

AI가 특정 변이의 분자적 영향을 강하게 예측한다고 해서 그 변이가 한국인에게 얼마나 흔한지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같은 변이가 실제 환자의 특정 질환이나 혈액검사 수치, 치료 반응과 얼마나 연관되는지도 별도의 인구·임상 데이터에서 연구해야 한다. 유전체 AI의 기능 예측과 국가 단위 바이오빅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이 여기에서 생긴다.

영국에서는 이미 비슷한 결합이 연구에 사용됐다. 엑서터대 연구진은 5만4000명 이상의 UK Biobank 전장유전체 자료에 AlphaGenome Atlas의 예측을 적용했다. 희귀한 비암호화 변이를 예상되는 분자 기능에 따라 묶어 분석한 결과 기존 방식보다 22% 많은 비암호화 유전 연관성을 발견했다. 한 분석에서는 526개의 원래 후보를 4개의 변이로 좁혔다. PLA2G7과 EGLN1처럼 혈중 단백질 수준과 연결되는 조절 변이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이 연구 방식은 유전체 데이터의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분석 구조를 보여준다. 수만명의 전장유전체에는 수억개 이상의 변이가 포함된다. 연구자는 먼저 사람에게서 발견된 변이와 건강·질환 정보를 연결하고, AI 예측을 이용해 실제 기능을 바꿀 가능성이 높은 변이를 압축할 수 있다. 이후 세포실험과 임상자료를 이용해 후보 변이의 작용을 더 세밀하게 확인하는 순서가 가능해진다.

한국인 유전체 자료가 별도로 축적돼 온 배경에는 인구집단에 따른 유전적 차이도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기존 상용 유전체 칩이 서양인 중심으로 설계돼 한국인 유전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인 특이 변이를 반영한 '한국인칩'을 개발했다. 현재도 한국인 형질 분석과 오믹스 데이터 생산, 중증만성질환 유전체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밀의료에서는 변이의 존재와 변이의 기능, 변이를 가진 사람의 건강정보가 서로 다른 정보를 제공한다. 한국인에게 특정 변이가 얼마나 흔한지는 인구집단 자료에서 계산되고, 환자의 임상정보와 결합하면 질환이나 신체 특성과의 연관성을 연구할 수 있다. AlphaGenome 같은 모델은 같은 변이가 유전자 발현이나 RNA 스플라이싱에 어떤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지 분자 수준의 정보를 더한다.

희귀질환에서는 세 정보가 특히 촘촘하게 연결될 수 있다. 환자에게서 드문 변이가 발견되면 국내 인구집단에서의 빈도를 확인하고 환자의 증상과 가족력, 기존 임상보고를 비교한 뒤 해당 변이가 실제 유전자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AlphaGenome Atlas가 비암호화 변이의 작용 경로까지 예측하면서 기존에 해석하기 어려웠던 후보를 세포실험 대상으로 좁힐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

암과 만성질환에서는 한 사람의 원인 변이를 찾는 방식과 연구 구조가 달라진다. 수만명 이상의 유전체와 질병 이력, 검사값을 분석해 특정 변이 또는 변이군이 질환 위험이나 생체지표와 통계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연구가 중심이 된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가 임상정보와 유전체뿐 아니라 공공데이터와 개인생성건강정보까지 연계하도록 설계된 것도 이런 분석 범위를 넓히기 위한 구조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의료 AI와 바이오데이터는 보건의료 정책의 한 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9월 확정된 123대 국정운영 계획에는 AI·바이오헬스를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과 단계적 개방, 헬스케어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공개가 추진 내용으로 제시됐다. 사업 자체는 2024년 시작됐으며 현 정부는 기존 구축 사업의 확대와 데이터 활용을 국정운영 계획에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

예산도 확대됐다. 질병관리청의 2026년 사업계획에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Ⅱ에 199억원이 편성됐다. 인체자원을 보관하는 바이오뱅크 확충과 함께 희귀·난치질환 연구 기반도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국가 통합 바이오빅데이터 구축과 보건의료 연구자원의 공유·개방을 미래의료 연구 역량 확보 사업으로 두고 있다.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는 참여자의 동의가 전제가 된다. 참여자는 임상정보와 검체를 제공하고, 검체에서는 DNA·혈청·혈장 등의 인체자원과 전장유전체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2026년 참여자 설명자료와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 인체유래물 기증 동의서는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거쳐 운영되고 있다. 연구자는 제공등급에 따른 절차를 거쳐 데이터뱅크의 자료를 이용한다.

건강 데이터가 많아진다고 곧바로 정밀의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질병명 아래에서도 발병 시기와 중증도, 치료 반응이 다르고 유전적 요인과 생활환경이 함께 작용한다. 유전체 서열과 진료정보의 표준화, 장기 추적, 데이터 품질, 서로 다른 의료기관 자료의 연결 수준에 따라 연구 결과의 정밀도도 달라진다.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데이터의 상호운용성과 데이터 통합 활용을 별도의 연구개발 영역으로 두고 있는 배경이다.

AlphaGenome 자체도 사람의 질병을 직접 예측하는 시스템은 아니다. DNA 변이가 분자생물학적 과정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 모델이며, 실제 질환과의 연결에는 환자와 인구집단에서 축적된 임상정보가 추가된다. 영국 연구에서 AlphaGenome Atlas가 UK Biobank와 결합되면서 비암호화 변이를 찾는 능력이 높아진 것도 AI 모델과 실제 인구집단 데이터를 함께 사용한 결과였다.

한국의 유전체 연구 기반도 한 종류의 데이터에 머물지 않는다. 국립보건연구원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을 비롯한 코호트와 질환 레지스트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인 특화 DNA 칩과 오믹스 데이터를 생산해 왔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는 여기에 더 큰 규모의 임상·유전체·공공데이터를 개인 단위에서 연결하는 구조를 더한다.

구글 딥마인드가 90억개의 가능한 DNA 변이에 기능 예측값을 붙인 2026년, 한국에서는 77만2000명을 목표로 한 바이오빅데이터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인간 유전체에 존재할 수 있는 변이를 미리 계산하고, 다른 하나는 실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유전체와 건강정보를 축적한다. 두 종류의 데이터가 연구 현장에서 결합되면 변이를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한국인에서의 빈도와 질환 연관성, 예상되는 분자 기능을 한층 촘촘하게 분석할 수 있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1단계 사업은 2028년까지 77만2000명 모집을 목표로 진행된다. 이후 2029~2032년 2단계에서 누적 100만명 규모로 확대하는 일정이 잡혀 있다. AlphaGenome Atlas가 유전체 변이 해석의 계산 범위를 90억개까지 넓힌 가운데, 국내 정밀의료에서는 대규모 한국인 임상·유전체 데이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축적하고 연구에 연결하느냐가 다음 단계의 기반으로 들어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