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재편①] 연준 3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강한 경기 속 물가 대응 재개

기준금리 3.75~4.00%로 25bp 인상, 12대0 만장일치…10년물 국채 5%선 오르내려, 연말 정책금리 전망 4.1%

2026-09-19     김상기 기자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다. 소비와 투자, 고용이 버티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웃돌자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2024년부터 두 차례 이어졌던 금리 인하 국면도 방향이 바뀌었다. 금융시장에서는 9월 한 차례의 인상보다 연준이 높은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자산가격과 자금조달 비용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월 15~16일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다. 표결 결과는 12대0이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내놓은 미국 경제 진단은 비교적 견조했다. 경제활동은 탄탄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고 국내 지출도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성 증가세는 강하고 자본투자는 활발하며 고용 증가도 노동력 증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실업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판단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4%, 전년 같은 달보다 3.4% 올랐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전년 대비 근원 물가 상승률은 낮아졌지만 월간 물가 흐름에서는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사이 3.9% 올라 전체 CPI 월간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연준의 경제전망에서도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상향됐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 중앙값은 6월 2.2%에서 9월 2.3%로 높아졌다. 실업률 전망은 4.3%에서 4.1%로 낮아졌고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은 3.3%에서 3.4%로 올라갔다. 경기와 고용 전망은 개선됐지만 물가가 2% 목표로 돌아가는 속도는 예상보다 더뎌졌다.

금리 전망은 더 큰 폭으로 움직였다. FOMC 참가자들이 제시한 2026년 말 정책금리 중앙값은 4.1%로 올라갔다. 2027년 말 중앙값도 4.1%다. 현재 정책금리 목표 범위의 중간값이 3.875%인 점을 감안하면 18명의 전망 제출자 가운데 16명이 연말까지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의 추가 인상에 해당하는 금리 수준을 제시했다.

9월 회의를 앞둔 시장은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었다. 발표 당일에는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의 발언과 향후 금리 전망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단기 국채 수익률이 오르고 달러가 강세를 보였으며 주식시장은 장중 약세로 돌아섰다. 워시 의장은 사전에 정해진 금리 경로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물가 안정에 대한 연준의 의지를 강조했다.

하루 뒤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달라졌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를 넘어섰던 수준에서 9월 17일 4.939%로 내려왔다. 뉴욕 증시도 반등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61%, S&P500은 1.1%, 나스닥은 1.7% 상승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장기 국채금리 안정이 함께 작용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는 향후 정책금리 전망 변화가 크게 반영돼 있다. 장기 국채 수익률은 앞으로 예상되는 단기금리와 장기 보유에 필요한 기간 프리미엄을 포함한다. 물가와 재정적자, 국채 공급이 기간 프리미엄에 영향을 주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경로가 높아지면 장기채 수익률도 함께 압력을 받는다.

연준의 9월 결정 직후 나타난 장·단기 금리 움직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줬다. 정책금리 변화에 민감한 단기물은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반영했고 장기물은 이미 높아진 수익률과 향후 물가 전망을 다시 반영하며 상승폭을 조정했다. 금리 인상 직후 장기채 수익률이 반드시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닌 이유다.

채권시장이 연준의 물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장기금리에 영향을 준다. 연준이 높은 물가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강해지면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에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재정 부담이 커지면 장기 국채 보유에 필요한 위험 보상은 높아진다. 9월 금리 인상 뒤 미국 채권시장은 두 요인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연준의 결정은 미국 정치 일정과도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낮은 금리를 공개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워시 의장이 주재한 9월 FOMC에서는 12명의 투표권자가 모두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도 FOMC는 물가상승률과 경기·고용 지표를 근거로 금리를 올렸다.

9월 점도표는 높은 금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경로도 담았다. 연말과 2027년 말 정책금리 전망 중앙값이 모두 4.1%에 놓였다. 각 위원이 당시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적정 금리를 제시한 수치인 만큼 향후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6월보다 높은 금리 경로가 제시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기준금리는 이미 상승 국면에 들어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7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높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안정 위험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4.00%, 한국 기준금리가 3.00%로 올라서면서 양국의 금리 환경도 다시 달라졌다. 미국 국채금리는 글로벌 채권과 외환시장의 기준 가격으로 작용하고, 달러 가치와 국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와 성장,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등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고려해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은 같은 시기에 투자와 성장동력 확충에 재정을 배치하고 있다.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에는 ‘AI 3대 강국 도약’, ‘기초가 탄탄한 과학기술’, ‘혁신으로 도약하는 산업 르네상스’, ‘성장을 북돋는 금융혁신’이 혁신경제 전략으로 포함됐다. 정부가 재정과 산업정책을 통해 투자를 늘리는 동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00%로 올라선 상태다.

9월 FOMC가 남긴 수치는 3.75~4.00%의 기준금리에 그치지 않는다. 연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로 높이고 실업률 전망을 4.1%로 낮추면서도 정책금리를 올렸다. 18명의 정책 전망 제출자 가운데 16명은 연내 추가 인상에 해당하는 금리 수준을 제시했다. 미국에서는 경기 회복과 높은 물가가 동시에 이어지고, 한국에서는 기준금리 3.00%와 정부의 투자 확대 정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의 금리 경로는 환율과 채권시장뿐 아니라 가계 대출과 기업의 자금조달, 정부의 재정 운용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