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재편②] 한국 기준금리 3%·추경 26조…통화 긴축과 재정 확대 동행

한은 7·8월 연속 인상, 가계신용 2019.8조원…이재명 정부 727.9조원 본예산에 추경 집행, 내년 정부안 820.9조원

2026-09-20     김상기 기자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한국 경제에서 재정과 금리가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올려 3.00%까지 높였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총지출 727조9000억원의 본예산을 집행하는 가운데 지난 4월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했다. 물가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통화 긴축과 민생·산업을 지원하는 재정 확대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 27일 다시 3.00%로 인상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이어졌던 2.50% 수준에서 두 달 만에 0.50%포인트가 올라갔다. 8월 결정에서는 수출과 내수 회복에 따른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이 금리 인상의 근거로 제시됐다.

한국은행의 8월 경제전망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3%로 제시했다. 5월 전망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수출과 투자를 끌어올리고 소득 여건 개선과 함께 소비 회복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 성장률 전망은 2.9%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은 올해 2.7%, 내년 2.3%로 제시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은 올해와 내년 모두 2.5%로 상향됐다.

실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다. 7월 2.8%에서 상승폭이 0.3%포인트 커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수는 3.4%, 생활물가지수는 3.2% 올랐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2%를 웃도는 물가 흐름이 이어진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3.00%까지 올라왔다.

금리 인상에는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흐름도 함께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통화정책도 물가와 성장뿐 아니라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등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살피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하며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으로 24조9000억원 늘었고 카드 사용액 등을 포함한 판매신용은 128조5000억원으로 9000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가 전체 가계신용 확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7월과 8월에는 증가 속도가 낮아졌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늘었다. 금융위원회 집계에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5월 9조3000억원, 6월 8조3000억원, 7월 6조4000억원 증가한 뒤 8월에는 2조6000억원 늘었다. 같은 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3000억원으로 7월 3조6000억원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도 3조5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

대출을 새로 받는 가계가 만나는 금리도 이미 움직였다.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연 4.64%로 한 달 전보다 0.14%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48%로 0.12%포인트 상승했고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5.97%로 0.25%포인트 뛰었다. 전체 은행 대출금리가 같은 기간 4.27%로 0.04%포인트 낮아진 것과 다른 흐름이다.

가계가 체감하는 금리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당일 한꺼번에 나타나지 않는다. 신규 대출은 금융채와 코픽스 등 시장금리 변화를 먼저 반영하고 기존 변동금리 대출은 약정된 금리 재산정 주기에 따라 이자율이 바뀐다. 7월 가계대출 금리가 이미 상승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렸고, 9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까지 기준금리를 3.75~4.00%로 인상하면서 국내 시장금리에도 해외 금리라는 변수가 추가됐다.

재정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본예산 총지출은 727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673조3000억원보다 8.1% 늘었다.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에는 AI와 신산업 등 미래투자, 민생 지원과 지역경제 관련 지출이 포함됐다. 국회 심의를 거쳐 정부안보다 1000억원 줄어든 규모로 확정됐다.

3월 말에는 중동전쟁과 국제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고 4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기존 사업 6000억원을 줄여 다른 지출에 배정하면서 전체 추경 규모를 유지했고 추가 국채 발행은 하지 않았다.

추경 가운데 10조1000억원은 고유가 부담 완화 대책에 배정됐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과 피해지원금, 대중교통 지원 등을 포함했다. 민생 안정 분야에는 2조8000억원을 편성해 취약계층 지원과 청년 창업·일자리, 물가 대응에 투입했고 산업 피해와 공급망 대응에도 2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재정 집행 속도도 높였다. 정부는 추경 가운데 25조원을 집행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민생 체감도가 높은 10조5000억원 규모 사업은 상반기 신속집행 대상으로 분류했다. 해당 사업의 상반기 집행 목표는 85% 이상으로 잡았다.

재정 지출과 금리 인상이 가계에 전달되는 경로는 서로 다르다. 고유가 피해지원이나 취약계층 지원, 교통비 지원은 정부 지출을 통해 가계의 비용을 낮추거나 소득을 보완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금융시장을 거쳐 대출과 예금 금리에 반영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가진 가계에는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예금 보유자에게는 수신금리 상승으로 전달될 수 있다.

소비 회복과 물가도 두 정책이 만나는 영역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과 투자뿐 아니라 소비 회복도 성장률 전망을 높인 배경으로 꼽았다. 동시에 소득 여건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을 올렸다. 경기 회복이 강해질수록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을 통화정책에서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고유가와 취약계층 부담, 산업 피해 등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같은 경제 안에서 물가와 금융안정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있다. 재정의 지출 대상과 기준금리의 적용 범위가 다른 만큼 가계와 기업이 받는 영향도 소득, 부채 규모, 대출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2000조원을 넘어선 가계신용은 금리 인상의 전달 속도를 높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대출 잔액이 클수록 금리가 재산정되는 과정에서 가계 전체의 이자지출 변화도 커질 수 있다. 8월 금융당국이 은행권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출시를 유도하고 금융권의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상황을 점검하기로 한 것도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조치다.

주택시장에서는 대출 총량과 금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8월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2조6000억원까지 낮아졌지만 주택담보대출은 4조3000억원 늘었다. 기타대출이 1조7000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증가폭을 낮췄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가계대출과 주택가격을 추가 금리 결정의 금융안정 변수로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재긴축은 국내 정책 환경에 또 하나의 조건을 더했다. 연준은 9월 기준금리를 3.75~4.00%로 올렸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다. 미국 금리 상승은 달러와 글로벌 채권금리를 통해 원화 환율과 국내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은 해외 금리만을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국내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재정 확대 방향은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도 이어졌다. 정부가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7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어난 규모다. 미래성장 투자와 청년 지원, 양극화 대응 등이 주요 지출 분야로 제시됐다. 2027년도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규모가 결정된다.

한국은행의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10월 22일 열린다. 9월 보고서에는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물가·경기와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정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8월 소비자물가는 3.1%, 6월 말 가계신용은 2019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8월에도 주택담보대출이 4조3000억원 증가했다.

2026년 한국 경제에서는 재정지출 확대와 기준금리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727조9000억원의 본예산과 26조2000억원의 추경을 집행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3.00%까지 높였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820조9000억원으로 국회에 넘어가는 가운데 다음 기준금리 결정은 10월 22일 예정돼 있다. 재정이 어디에 투입되고 금리 상승분이 가계와 기업의 이자비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하반기 소비와 투자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