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재편③] AI·반도체 투자 커지는데 돈값도 오른다…한국 첨단산업 자금조달 비용

2027년 제조 AI·메가프로젝트 3.7조원, 과기정통부 AI 예산 9.4조원…은행 기업대출 금리 4%대, 시설투자 금융 54.4조원 공급

2026-09-21     김상기 기자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상기기자]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데이터센터, 제조업 AI 전환에 재정을 집중하는 시기에 기업이 조달하는 돈의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2027년 정부안에서 제조업 AI 전환과 메가프로젝트 관련 산업통상부 예산은 3조7261억원으로 올해보다 128.5% 늘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예산안은 9조4211억원으로 84.3% 증가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까지 올라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9월 기준금리를 3.75~4.00%로 인상했다. 첨단산업 투자 규모가 커지는 동안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도 다시 높은 금리에 적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투자 확대와 금리 상승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경제활동이 견조하게 확장되고 있으며 생산성 증가세가 강하고 자본투자도 활발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판단 아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성장과 투자 확대가 이어져도 물가가 높은 상태에서는 통화긴축이 병행될 수 있다는 흐름이다.

9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말 연방기금금리 전망 중앙값은 4.1%, 2027년 말도 4.1%로 제시됐다. 2028년 말 전망도 3.9%로 장기 전망치 3.2%보다 높다. 대규모 설비와 데이터센터처럼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투자는 초기 사업비뿐 아니라 앞으로 적용될 금리와 회사채 발행비용, 차입 기간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산업정책은 반대로 투자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올해 산업부는 피지컬 AI 개발에 4022억원,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에 2200억원을 배정했다. 제조 공정에 AI와 로봇을 결합하고 공장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피지컬 AI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이 산업정책 안으로 들어왔다.

내년 정부안에서는 제조업 AI 전환 투자가 더 커졌다. 산업부의 2027년 예산안은 13조2573억원으로 올해보다 40.5% 늘었고, 제조업 AI 전환(M.AX)과 메가프로젝트에는 3조7261억원이 배정됐다. 관련 예산 증가율은 128.5%다. 첨단산업 육성에도 1조2421억원이 편성됐다. 아직 국회 심의를 앞둔 정부안이지만 AI를 기존 제조업에 적용하는 지출의 증가 폭은 다른 산업정책 분야보다 크다.

과기정통부의 2027년 예산안에서도 AI 관련 지출이 크게 늘었다. 전체 예산안 29조6000억원 가운데 AI 분야에 9조4211억원이 배정됐다. 올해보다 84.3% 증가한 규모로 과기정통부 전체 예산안의 31.8%를 차지한다. 반도체와 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AIDC)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는 올해 2981억원의 약 2.7배인 7956억원이 편성됐다. 10MW급 AI데이터센터 테스트베드와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산업 현장 실증도 포함됐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투자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사업보다 설비투자의 비중이 크다. 반도체 생산시설에는 제조장비와 클린룸, 전력·용수 설비가 필요하고 데이터센터에는 서버뿐 아니라 전력망과 냉각설비가 들어간다. 제조 AI 역시 소프트웨어 도입만으로 끝나지 않고 센서와 로봇, 생산설비 교체가 함께 필요한 공장이 적지 않다. 투자 기간이 길고 초기 투입자금이 클수록 조달금리의 변화는 총사업비에 반영된다.

기업 금융시장에서는 대출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잔액은 2065조3000억원으로 3개월 동안 30조6000억원 늘었다. 제조업 대출은 8조4000억원, 서비스업은 19조9000억원 증가했다. 용도별로는 운전자금이 23조8000억원, 생산설비와 사업장 등에 투입되는 시설자금이 6조9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대출을 늘렸다. 2분기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 증가액은 16조5000억원, 중소기업은 11조4000억원이었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기업부문의 은행 차입 규모도 확대된 것이다.

대출금리는 4%대를 유지하고 있다. 7월 예금은행의 신규 기업대출 평균금리는 연 4.20%였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4.18%,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22% 수준이었다. 한 달 전인 6월에는 기업대출 평균금리가 4.27%까지 올라 2025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38%까지 상승했다.

금리 1%포인트의 차이는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금액도 커진다. 1000억원을 전액 차입해 단순 계산할 경우 연간 이자비용 1%포인트는 10억원에 해당한다. 1조원에서는 100억원이다. 실제 기업의 조달구조는 자기자본과 은행 대출, 회사채, 정책금융 등이 섞이고 상환 일정과 금리 조건도 달라지지만 대규모 시설투자일수록 조달금리가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기업 규모에 따라 조달 방식에도 차이가 난다. 대기업은 회사채와 은행대출, 해외채권 등 여러 경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은행대출과 정책금융의 비중이 높다. 6월 은행 대출금리에서도 대기업은 4.17%, 중소기업은 4.38%로 0.21%포인트 차이가 났다. 7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22%로 낮아졌지만 대기업보다 높은 수준은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기업의 시설투자 자금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인 54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공공기관 투자와 정책금융 공급 규모도 전년보다 20조원 늘렸고, 수출금융은 365조원에서 377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중소·중견기업에 공급하는 시설투자자금도 1조원 증액했다. 높은 시장금리 속에서 민간기업의 설비투자를 금융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재정·산업정책과 함께 배치됐다.

올해 전체 정책금융 공급계획은 633조8000억원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AI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올해 경제성장전략에 포함했고, 첨단산업 투자를 위한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국부펀드 조성 방안도 제시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제조와 팹리스를 함께 육성하고 2027~2031년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정책금융의 역할도 단순한 공급액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금리는 대출 만기와 신용등급, 담보, 보증 조건에 따라 달라지고 대규모 프로젝트에서는 민간 금융과 정책금융이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정책자금이 투입돼도 나머지 자금을 높은 시장금리로 조달하면 전체 자본비용은 올라갈 수 있다.

시설투자와 운전자금의 성격도 다르다. 2분기에 늘어난 산업대출 30조6000억원 가운데 시설자금은 6조9000억원이었다. AI와 반도체 같은 장기 투자의 확대 여부를 살펴볼 때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보다 시설자금이 얼마나 늘고 어느 산업으로 향하는지가 더 직접적인 지표가 된다.

미국의 높은 장기금리도 국내 기업의 조달 환경과 연결된다.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5%를 넘어섰다. 17일에는 4.939%로 내려왔지만 5% 안팎의 높은 수준이 이어졌다. 달러 채권을 발행하는 국내 기업에는 미국 국채금리가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국내 채권시장도 글로벌 금리와 환율 움직임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에서도 AI 투자는 성장과 금리 사이에 놓여 있다. 연준은 9월 성명에서 생산성 증가와 자본투자를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으로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AI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미국의 성장과 기업이익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거론되는 한편 높은 국채금리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기술기업의 자금조달과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도 함께 반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투자 확대의 규모가 이미 예산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피지컬 AI 4022억원과 AI 팩토리 2200억원에 이어 2027년 정부안에서는 산업부의 제조 AI·메가프로젝트 예산이 3조7261억원, 과기정통부 AI 예산이 9조4211억원으로 제시됐다. 기업 설비투자 지원 자금은 올해 54조4000억원 규모로 공급되고 있다.

동시에 국내 기업대출 금리는 4%대에 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다. 미국 연준도 3.75~4.00%로 금리를 올리면서 2027년 말 정책금리 전망 중앙값을 4.1%로 제시했다. AI·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가 수년 동안 이어지는 사업인 만큼 착공 시점의 지원금뿐 아니라 대출금리와 회사채 발행금리, 정책금융 조건이 실제 투자비를 결정하게 된다.

2027년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산업부는 제조 AI 전환과 메가프로젝트에 3조7261억원, 과기정통부는 AI 분야에 9조4211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한국은행의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는 오는 9월 30일 발표된다. 첨단산업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과 정책금융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대출·채권 금리가 어느 수준에서 형성되는지는 내년 AI·반도체 설비투자 집행 속도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다음 경제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