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ry SS27②] Advisry SS27, ‘택시 드라이버’에서 꺼낸 도시의 긴장…트렌치·데님·가죽으로 만든 1970년대

트래비스 비클에서 출발한 디스트레스드 데님과 드롭 숄더 트렌치 낮아진 어깨선·길어진 아우터·거친 표면으로 바꾼 Advisry의 미국 복식

2026-09-20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긴 트렌치코트 아래로 데님 재킷과 데님 하의가 겹쳐진다. 코트는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지만 안쪽 데님은 짧게 끊긴다. 단정하게 몸을 감싸는 전통적인 트렌치코트와 달리 어깨는 낮고 품은 넉넉하다. Advisry의 2027 봄·여름 컬렉션 ‘AMERICA, STILL’에서 키스 헤런(Keith Herron)이 불러온 1970년대는 복고적인 재현보다 길이와 비례, 거친 소재를 통해 나타났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헤런이 선택한 인물 가운데 하나는 영화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의 트래비스 비클(Travis Bickle)이다. 컬렉션에는 디스트레스드 데님 미니드레스, 드롭 숄더 트렌치코트, 버클을 사용한 가죽 재킷이 들어갔다. 미국 사회의 불안과 긴장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를 돌아보면서 영화 속 인물을 하나의 복식 표본으로 복제하는 대신 데님과 아우터, 가죽이라는 익숙한 옷의 형태를 바꿨다.

트렌치코트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부분은 어깨다. 어깨선을 정확히 맞추기보다 아래로 내려뜨리면서 상체의 윤곽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긴 길이와 넓은 품까지 더해지면 군복에서 출발한 트렌치코트 특유의 단단한 직선은 한층 부드러워진다. 허리선을 강하게 조이거나 상체를 각지게 세우는 대신 몸 주변에 여유 공간을 남기는 방식이다.

카멜 톤의 긴 코트 안에 들어간 데님은 아우터와 길이뿐 아니라 표면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매끈하게 떨어지는 코트와 워싱된 데님의 질감이 겹치면서 한 벌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이 놓인다. 클래식 아우터와 일상적인 데님을 같은 색조로 정돈하지 않고 소재의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1970년대 미국과 데님의 연결은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Advisry는 익숙한 소재 자체보다 데님을 다루는 방법을 바꿨다. 디스트레스드 가공을 사용해 표면을 고르게 정돈하지 않고, 미니드레스처럼 다른 복식 형태로 옮겼다. 청바지를 중심으로 굳어진 데님의 이미지를 드레스와 레이어링으로 넓히면서 워크웨어와 캐주얼웨어의 기억도 함께 남겼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짧은 검은색 드레스에서는 긴 아우터와 반대되는 비례가 나타난다. 상체를 밀착시키고 다리선을 크게 드러내면서 실루엣이 몸 가까이 붙는다. 허리와 골반 주변에는 절개와 입체적인 구조가 집중돼 있다. 긴 코트가 몸 주변의 공간을 넓혔다면 짧은 드레스는 옷의 길이를 과감하게 줄여 신체와 의복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긴 트렌치와 짧은 드레스를 나란히 놓으면 ‘AMERICA, STILL’이 1970년대를 하나의 실루엣으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선명해진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외투와 허벅지 위에서 끊기는 드레스가 같은 컬렉션에 들어가고, 느슨한 어깨와 밀착된 몸통이 번갈아 나타난다. 시대적 분위기를 특정 아이템 하나로 설명하기보다 서로 충돌하는 비례를 계속 이어가는 방식이다.

가죽도 같은 흐름에 놓였다. 헤런은 버클을 더한 가죽 재킷을 주요 요소로 사용했다. 가죽은 트렌치보다 단단하고 데님보다 표면의 긴장감이 강하다. 여기에 금속 버클이 들어가면서 여밈 자체가 장식으로 드러난다. 기능을 위해 붙는 부속을 숨기지 않고 옷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로 전면에 남겼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붉은색 가죽 착장에서는 소재의 광택과 색이 먼저 들어온다. 상의는 몸 가까이 붙고 하의 역시 무릎 아래에서 끊기면서 길이를 짧게 조절했다. 허리 주변에는 타탄이 더해져 매끄러운 가죽과 직물의 질감이 충돌한다. 검은색이나 갈색에 익숙한 가죽 아우터의 이미지를 강한 적색으로 바꾸면서 소재의 존재감도 커졌다.

‘택시 드라이버’에서 끌어온 요소를 단순히 밀리터리 재킷이나 1970년대 남성복으로 좁히지 않은 점도 Advisry의 선택을 보여준다. 긴 트렌치와 데님, 가죽은 모두 미국의 일상복과 밀접하지만 컬렉션에서는 남성복의 전형적인 조합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미니드레스와 긴 외투, 데님과 가죽, 낮은 어깨와 몸에 붙는 실루엣이 교차하면서 성별과 복종(服種)의 경계도 느슨해진다.

트래비스 비클이라는 인물 역시 컬렉션 전체를 지배하는 캐릭터로 사용되지 않았다. ‘AMERICA, STILL’에는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와 맬컴 X(Malcolm X),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까지 서로 다른 미국의 기억이 들어와 있다. 트래비스 비클이 담당하는 부분은 도시가 품었던 불안과 고립, 거칠어진 일상의 감각에 가깝고, 헤런은 이를 배우의 외형이나 영화 의상을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 대신 소재와 비례로 가져왔다.

트렌치코트가 길어지고 어깨가 내려가며, 데님 표면은 매끈하게 정돈되지 않는다. 가죽에는 버클이 남고 짧은 드레스는 신체의 선을 직접 드러낸다. Advisry가 1970년대를 바라보는 방식은 특정 시대의 유행을 다시 꺼내는 데 머물지 않는다. 미국 옷장에서 오래 사용돼 온 트렌치와 데님, 가죽의 형태를 조금씩 비틀면서 당시의 도시적 긴장을 현재의 실루엣으로 옮긴다.

‘AMERICA, STILL’은 이후 타탄과 체커보드 수트, 케이프, 시퀸 농구 쇼츠와 진주 장식 재킷까지 소재와 복식의 범위를 넓힌다. 트래비스 비클에서 출발한 트렌치와 데님, 가죽은 그 변화에 앞서 컬렉션의 낮은 온도를 만든다. 거칠어진 표면과 내려간 어깨, 길게 늘어진 코트가 1970년대 미국을 바라보는 키스 헤런의 첫 복식 언어로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