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ry SS27④] 농구 쇼츠에 시퀸, 재킷엔 펄…Advisry가 바꾼 미국 스포츠웨어

메탈릭 니트와 광택 쇼츠로 넓어진 ‘AMERICA, STILL’ 경기장 옷과 장식복의 소재를 겹쳐 ‘transformation’을 실루엣과 표면으로 전개

2026-09-22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농구 쇼츠가 런웨이에 올라왔지만 익숙한 운동복의 표면은 아니었다. Advisry의 2027 봄·여름 컬렉션 ‘AMERICA, STILL’에서 키스 헤런(Keith Herron)은 시퀸을 입힌 농구 쇼츠, 펄 장식 재킷, 메탈릭 니트 스웨터를 꺼냈다. 미국 스포츠웨어에서 가장 일상적인 품목과 빛을 강하게 반사하는 장식 소재가 한 컬렉션 안에서 만났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짙은 블루 니트와 광택이 강한 블루 쇼츠의 조합은 상·하의를 비슷한 색으로 묶으면서 표면에서 차이를 만든다. 상의는 촘촘한 조직감이 드러나는 반면 쇼츠는 빛을 받을 때마다 표면의 명암이 크게 달라진다. 무릎 부근까지 내려오는 넉넉한 길이와 흰 양말, 검은 신발을 더해 스포츠웨어의 기본적인 비례는 남겼다.

농구 쇼츠는 미국 복식에서 특별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대중적인 옷이다. 경기장에서 출발했지만 일상복과 스트리트웨어로 범위를 넓혀 왔고, 넉넉한 품과 무릎 주변에서 끝나는 길이는 오래된 스포츠웨어의 문법에 속한다. 헤런은 형태를 완전히 새로 만들기보다 익숙한 쇼츠의 표면에 시퀸과 광택을 더했다.

변화는 소재에서 먼저 일어났다. 활동성과 관리 편의성을 전제로 하는 스포츠웨어에 장식성이 강한 표면을 입히자 같은 실루엣도 다른 용도를 암시한다. 경기나 일상에 가까웠던 쇼츠가 조명 아래에서 강한 존재감을 갖고, 장식복에 익숙한 반짝임은 편안한 스포츠웨어의 형태 안으로 들어온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은색 니트와 검은 쇼츠를 맞춘 착장에서는 색보다 질감 차이가 두드러진다. 상의 전면에는 그래픽이 들어가고,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쇼츠에는 반짝이는 표면이 이어진다. 붉은 가방과 붉은 신발을 더하면서 블랙 중심의 착장 사이에 강한 색을 제한적으로 배치했다.

시퀸을 드레스나 이브닝웨어에 집중시키지 않고 쇼츠에 사용하는 방식은 ‘AMERICA, STILL’에서 반복되는 복종의 이동과도 맞닿는다. 트렌치코트와 데님, 수트와 타탄을 거쳐온 컬렉션에서 스포츠웨어 역시 원래의 용도에 고정되지 않는다. 옷의 기본적인 형태는 알아볼 수 있도록 남겨 놓고 표면과 소재, 함께 입는 품목을 바꾸는 방식이다.

니트도 같은 변화를 겪는다. 메탈릭 니트 스웨터는 편안한 풀오버라는 익숙한 형식을 유지하면서 빛을 받아들이는 표면을 강조한다. 니트 특유의 부드러운 조직과 금속성 광택이 한 벌 안에서 만나면서 촉감과 시각적 인상이 엇갈린다.

초반부터 등장한 니트웨어에는 색의 대비도 반복된다. 오렌지와 블루, 마젠타와 오렌지, 그린과 레드처럼 채도가 높은 색이 소매와 몸판을 나눠 차지하거나 스트라이프로 이어졌다. 차분한 중간색에 머무르지 않고 강한 색을 여러 조합으로 겹치면서 컬렉션 전체의 색 범위를 넓혔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렌지색 몸판에는 짙은 블루 소매가 붙고, 하의는 상의와 가까운 오렌지 톤으로 이어진다. 넓고 둥근 소매와 무릎 부근에서 끝나는 하의가 맞물리면서 상체와 하체 모두 여유 있는 부피를 만든다. 스포츠웨어와 니트웨어에서 익숙한 편안한 비례를 사용하면서 색 대비와 표면 조직으로 시선을 분산시켰다.

펄 장식은 재킷의 성격도 바꾼다. 진주는 전통적으로 주얼리와 정장, 격식을 갖춘 여성복과 자주 연결돼 왔지만 ‘AMERICA, STILL’에서는 재킷의 표면을 구성하는 장식으로 이동했다. 장신구를 별도로 더하는 대신 옷 자체에 장식을 결합해 소재의 일부처럼 다룬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밝은 색 재킷은 표면 전체에 입체적인 장식을 촘촘하게 더했고, 하의에는 깊은 블루의 넉넉한 팬츠를 배치했다. 상의는 짧고 몸 가까이 정리된 반면 팬츠는 폭과 길이를 크게 가져가 상·하체의 비례를 벌렸다. 허리 주변의 붉은색이 두 색 사이에 들어가면서 흰색과 블루 중심의 조합에 선명한 경계를 만든다.

장식이 많아져도 실루엣 전체가 이브닝웨어로 이동하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재킷 아래에는 넉넉한 팬츠가 놓이고, 다른 착장에서는 광택 쇼츠에 양말과 낮은 신발을 맞춘다. 펄과 시퀸, 메탈릭 효과를 사용하면서도 옷의 기본 구조는 스포츠웨어와 일상복 가까이에 남아 있다.

헤런이 ‘transformation(변화)’이라는 단어를 배치한 지점도 여기에서 구체화된다. 한 옷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해체하는 대신 농구 쇼츠는 농구 쇼츠의 길이와 품을 유지하고, 니트 스웨터와 재킷 역시 익숙한 형태를 남긴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시퀸과 펄, 메탈릭 조직처럼 기존 품목과 다른 성격의 소재다.

Advisry SS27 'AMERICA, STILL' Is a Three-Act Ode to American Resilience. 사진=Advisr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회색 재킷과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쇼츠를 맞춘 착장은 같은 색조 안에서 상·하의를 연결한다. 재킷은 목까지 올라오는 단정한 형태를 갖추고, 쇼츠는 넓은 폭으로 떨어진다. 검은 양말과 회색 신발까지 색을 좁혀 사용하면서 실루엣의 길이와 소재 차이가 더욱 또렷하게 남는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나누는 방식도 느슨하다. 쇼츠와 니트, 수트와 드레스, 장식 재킷이 한 런웨이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펄이나 시퀸 역시 특정 성별의 옷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복종 자체보다 소재와 비례를 바꾸는 데 집중하면서 전통적인 스포츠웨어와 장식복의 구분도 함께 흐려졌다.

‘AMERICA, STILL’의 초반에 등장한 디스트레스드 데님과 트렌치코트가 거친 표면과 낮은 어깨선을 만들었다면, 뒤로 갈수록 빛을 받아 달라지는 소재가 늘어난다. 체커보드와 타탄이 반복 패턴으로 옷 전체를 채운 뒤에는 시퀸과 펄, 메탈릭 니트가 표면 자체의 밝기를 높였다. 실루엣뿐 아니라 소재가 컬렉션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맡았다.

1970년대를 현재와 연결한 헤런은 미국 패션의 상징을 성조기나 웨스턴웨어 하나로 압축하지 않았다. 트렌치와 데님, 테일러링과 체크, 농구 쇼츠와 니트처럼 미국의 일상에서 오래 사용돼 온 옷을 가져와 서로 다른 소재와 조합했다. 시퀸 농구 쇼츠와 펄 장식 재킷은 그 접근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운동복의 실루엣은 남고 표면은 반짝이며, 격식을 갖춘 장식은 일상적인 재킷과 니트로 이동한다. ‘AMERICA, STILL’에서 변화는 새로운 복종을 발명하는 방식보다 이미 익숙한 미국의 옷을 다른 소재로 다시 입히는 과정에 가깝다. Advisry SS27의 시퀸과 펄, 메탈릭 니트는 스포츠웨어와 장식복 사이에 놓였던 경계를 옷의 표면부터 다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