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략⑥] ‘사람을 잇는다’는 애플, 공급망에서는 노동·환경 논란 계속

2025년 협력업체 시설 895곳 평가·240만명 권리교육…인도 Foxconn 채용 차별 재조사와 Tata 공장 오염 논란, iPhone 18 Pro 출시일 이탈리아 매장 파업까지

2026-09-25     임민정 기자

[KtN 임민정기자]뉴욕 사진전 ‘What Holds Us’가 택한 주제는 사람이다. 지미 친(Jimmy Chin)은 험준한 산에서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의 관계를 담았고, 잭 데이비슨(Jack Davison)은 사람의 몸과 점토가 맞닿는 순간을 촬영했다. 알렉스 프레이거(Alex Prager)는 군중 속 개인이 다시 각자의 생각으로 흩어지는 시간을 들여다봤다. 전시를 기획한 캐시 라이언(Kathy Ryan)은 점점 분절되는 세계에서 사람을 붙들고 연결하는 대상과 관계에 주목했다.

모든 작품은 iPhone 18 Pro로 촬영됐다. 사람과 연결을 이야기하는 전시가 신제품 판매가 시작된 9월 18일 문을 열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What Holds Us’는 애플이 제품에 붙이고 싶은 이미지와도 맞닿는다. 기술은 인간을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도구라는 서사다.

하지만 아이폰 한 대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시선을 넓히면 ‘연결’이라는 단어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아이폰에는 애플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뿐 아니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금속 부품을 만들고 완제품을 조립하는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가 연결돼 있다.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 공장 주변의 지역사회와 물, 에너지, 폐기물 문제도 따라붙는다.

애플이 문화 공간에서 말하는 인간의 관계와 세계 곳곳의 공급망에서 실제로 맺고 있는 관계를 따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애플의 전략⑥] ‘사람을 잇는다’는 애플, 공급망에서는 노동·환경 논란 계속. 사진=App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What Holds Us’에 등장하는 인체 작업에서는 얼굴과 손, 몸의 형태가 강하게 드러난다. 제품보다 인간을 먼저 내세운 전시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반면 아이폰을 실제로 만드는 사람들은 완제품 광고나 신제품 발표 무대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애플도 공급망의 노동과 인권 문제를 오랫동안 관리해 왔다. 2025년에는 협력업체 시설을 대상으로 895건의 평가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20% 이상을 사전 통보 없이 방문했다. 같은 해 협력업체 직원 240만명 이상이 직장 내 권리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애플은 평가 과정에서 경영진과 노동자를 면담하고 서류와 생산시설을 점검하며, 필요한 경우 신고가 접수된 뒤 24~48시간 안에 전문가를 현장에 보낸다고 밝히고 있다.

2025년 직접 면담과 익명 설문 등을 통해 근무 경험을 확인한 협력업체 직원도 65만5000명 이상이다. 직원 의견을 반영해 근무시설과 입사 과정, 직원 서비스 등에서 6900건이 넘는 개선이 이뤄졌다고 애플은 집계했다. 면담 이후 불이익을 받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4만2000명 이상에게 다시 연락했다고도 밝혔다.

강제노동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다. 애플은 모든 협력업체 평가에서 강제노동 여부를 살피고 있으며 2025년 공급망에서 강제노동으로 판정된 건은 0건이었다고 공개했다. 2019년 이후 강화된 채용 기준 관련 교육을 받은 협력업체 직원은 170만명 이상이다.

애플이 공급망을 방치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수치들이다. 20년에 걸쳐 협력업체 행동수칙을 운영해왔고 2025년에는 노동·인권과 산업안전, 환경, 책임 있는 원료 조달 등의 기준도 개정했다. 가장 심각한 위반이 발생하면 해당 협력업체를 중점 관리하고 시정이 끝날 때까지 신규 사업 수주를 제한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공개하는 관리 체계가 공급망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도에서는 애플의 생산 확대와 함께 노동과 환경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Foxconn의 아이폰 조립공장에서 기혼 여성이 채용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로이터는 2024년 인도 남부 Foxconn 공장의 채용 관행을 취재해 기혼 여성의 조립직 채용을 제한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Foxconn은 과거 일부 채용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으나 시정했다고 밝혔고, 의도적인 차별은 부인했다.

인도 국가인권위원회(NHRC)는 2025년 1월 기존 정부 조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재조사를 지시했다. 노동당국은 공장에 근무하는 여성 가운데 기혼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지만 NHRC는 일부 기혼 여성이 실제로 고용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채용 과정의 차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채용 관련 서류와 실제 모집 절차를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애플과 Foxconn은 해당 재조사 명령에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애플이 협력업체의 채용 과정은 자유롭고 공정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애플은 취업을 대가로 비용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국제이주기구(IOM)와 함께 윤리적 채용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식 기준이 엄격하더라도 실제 하청 생산현장에서 같은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의 전략⑥] ‘사람을 잇는다’는 애플, 공급망에서는 노동·환경 논란 계속. 사진=App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람의 몸을 전면에 둔 작품은 ‘What Holds Us’가 기술보다 인간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드러낸다. 그러나 글로벌 제조업에서는 인간을 중심에 놓는다는 말이 전시장보다 훨씬 복잡한 기준을 요구한다. 채용과 임금, 작업 강도, 안전, 노동자의 발언권까지 실제 근무 조건에서 확인돼야 한다.

인도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는 또 다른 협력업체 Tata Electronics에서는 환경 문제가 불거졌다. 타밀나두주 오수르에서 아이폰 부품을 생산하는 Tata 공장과 관련해 주 오염관리위원회는 올해 5월 인근 농지의 지하수 오염 문제를 지적했다. 공장 내 빗물저장 연못이 넘치면서 폐수가 주변 농지와 우물에 영향을 줬다는 판단이었다.

Tata는 외부 기관 검사 결과 시설이 환경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후 지역 보건당국은 농민들이 제기한 피부질환과 농지 오염 민원을 토대로 별도 조사에 들어갔다. 인근 수원에서 대장균과 높은 총용존고형물 수치가 확인됐지만 각각의 오염원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이어졌다. 애플은 관련 로이터 보도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Tata 공장은 애플이 중국에 집중됐던 생산망을 인도로 넓히는 과정에서 비중이 커진 곳이다. 생산지역 다변화는 지정학적 위험과 관세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새로운 생산기지에서도 기존과 같은 노동·환경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라온다.

애플은 올해 5월 인도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환경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도 발표했다. 현지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CleanMax와 함께 10억루피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플라스틱 오염 저감과 친환경 사업 지원에 나섰다. 2030년 전체 탄소발자국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의 일부다.

환경 투자가 진행되는 동시에 주요 공급업체 공장에서는 오염 의혹에 대한 규제기관의 조사도 진행된 셈이다. 두 사실 가운데 하나만으로 애플 공급망 전체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공급망의 규모가 세계 60여개국 수천 개 시설에 걸쳐 있는 만큼 공식적인 환경투자와 개별 사업장의 문제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공급망을 둘러싼 문제는 협력업체 공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iPhone 18 Pro 판매가 시작된 9월 18일 이탈리아에서는 Apple Store 직원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17개 매장의 직원 1600여명이 대상이었으며 인력 부족과 늘어난 업무 부담, 기간제 계약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애플은 매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자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과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과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 등도 언급했다. 신제품 출시일에 매장 앞에서는 새 아이폰을 기다리는 고객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직원들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탈리아 매장 파업과 인도 생산현장의 문제를 같은 성격으로 묶을 수는 없다. 한쪽은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소매점 직원의 노동조건이고 다른 한쪽은 독립된 협력업체의 채용·환경 관리 문제다. 다만 제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회사와 실제 생산·판매 과정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까지 포함해야 애플이라는 거대한 사업 구조가 완성된다는 점에서는 맞닿는다.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브랜드의 책임이 사라지는 시대도 아니다. 애플은 스스로 협력업체에 높은 노동·인권·환경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위험을 평가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시정을 요구한다. 따라서 협력업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논란은 해당 업체의 문제인 동시에 애플이 내세운 관리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 작동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애플이 가진 구매력도 중요하다. 아이폰 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부품업체와 조립업체에는 애플 수주가 큰 사업이 된다. 글로벌 브랜드가 가격과 납기, 품질 기준을 강하게 요구할수록 공급업체가 노동과 환경 기준을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개별 협력업체의 노동·환경 논란을 모두 애플의 가격 협상이나 납기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연결할 공개 근거는 없다. 공급망에서 벌어진 구체적인 위반과 애플의 구매 관행 사이의 인과관계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애플이 압박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은 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애플이 자신의 영향력을 어디까지 책임의 범위로 받아들이느냐다. 공급망 행동수칙과 불시점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서 그칠지, 문제를 일으킨 협력업체의 개선 과정과 지역사회 피해까지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할지도 평가 대상이 된다.

[애플의 전략⑥] ‘사람을 잇는다’는 애플, 공급망에서는 노동·환경 논란 계속. 사진=Appl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What Holds Us’의 전시장에서는 여러 사진이 하나의 벽 안에서 관계를 만든다. 작품은 각기 다르지만 큐레이션은 서로 떨어진 이미지들을 ‘연결’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묶는다. 애플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도 세계 곳곳에 흩어진 기업과 노동자, 공장과 자원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하는 과정이다.

전시장 안의 연결은 아름답게 정리할 수 있다. 산업의 연결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수백 곳의 공장에서 노동조건을 지켜야 하고, 물과 폐기물을 관리해야 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의 경계를 정해야 한다.

애플은 2025년 공급망에서 240만명이 넘는 직원에게 권리교육을 실시했고 895차례 시설 평가를 진행했다. 강제노동으로 확인된 건은 없었다고 공개했다. 동시에 인도에서는 Foxconn 채용 관행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재조사가 지시됐고 Tata Electronics의 환경 문제에 대한 당국 조사도 이어졌다. 2026년 iPhone 18 Pro 출시일에는 이탈리아 애플스토어 직원들이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서로 다른 사실을 한쪽으로만 모으면 애플 공급망의 실제 모습을 놓치기 쉽다. 엄격한 관리제도와 투자도 존재하고, 제도가 막지 못한 논란과 외부 조사도 존재한다. 기업이 공개한 수치와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뉴욕에서는 지금 ‘What Holds Us’가 인간을 붙드는 관계를 이야기한다. 아이폰을 만드는 산업의 관계는 전시장보다 훨씬 넓다. 소비자와 브랜드의 연결뿐 아니라 애플과 협력업체, 노동자와 공장, 생산시설과 지역사회까지 포함한다.

애플이 ‘사람을 중심에 둔다’는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계속 확장하려면 공급망에서 요구되는 기준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제품을 얼마나 세련되게 보여주는가와 별개로, 세계 곳곳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과 지역사회가 애플이 내세운 노동·환경 기준 안에서 실제로 보호되고 있는지가 브랜드의 또 다른 얼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