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글로벌전략②] 수출 70억달러 시대, 제품 뒤를 받치는 ‘규제 전문인력’
2028년 화장품 안전성 평가 단계 도입…연구개발·품질관리·해외 규제 대응 연결 필요성 확대 ASEAN 공통기준에도 국가별 행정체계 달라…김주덕 교수, 아시아 5개국 규제당국자 실행계획 논의 참여
[KtN 박준식기자] 2028년부터 국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제도 시행에 앞서 올해 6월에는 안전성 평가 보고서의 항목과 작성 원칙, 국내외 기준 활용 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됐고, 7월에는 기업의 자료 작성과 상담을 지원하는 별도 체계도 가동됐다. 화장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능력에 안전성 자료를 만들고 국내외 규제를 해석하는 전문성이 더해지는 흐름이다.
2026년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했다. 역대 상반기 최대 규모다. 미국 14억5000만달러, 중국 10억1000만달러, 일본 5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주요 시장의 외형도 커졌다. 수출지역이 넓어질수록 하나의 제품이 거쳐야 하는 규제 환경도 복잡해진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는 원료와 배합, 사용조건을 살펴야 하고 제조 과정에서는 품질관리 체계가 따라붙는다. 해외 출시 단계로 넘어가면 국가별 제품 분류와 성분 제한, 표시·광고, 제품 통보와 제출자료가 추가된다. 판매 이후에는 안전정보와 이상사례 관리까지 이어진다.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해외사업을 연결하는 규제 대응 능력이 수출기업의 일상적인 업무로 들어오는 배경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국가별 대응이 더 뚜렷하다. 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은 ASEAN Cosmetic Directive(ACD)를 공유하지만 실제 제품 통보와 시장 감시, 사후관리는 각국 규제기관이 담당한다. 공통된 기술기준을 적용하면서도 기업은 판매국의 행정절차와 담당기관을 별도로 상대해야 한다.
9월 성남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개도국 화장품 규제당국자 초청 연수('26-'29), 1차년도 초청연수’에서도 국가별 실행계획(Action Plan)이 주요 일정으로 다뤄졌다. 인도네시아는 식약당국 BPOM을 중심으로 1년간 추진할 계획을 마련했고, 참가국 규제담당자들은 자국의 행정체계와 연결한 실행방안을 놓고 발표와 논의를 이어갔다.
화장품 규제를 실제 행정에 적용하려면 법령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원료와 제조공정을 이해하고 안전성 자료를 검토할 수 있어야 하며, 제품이 시장에 나온 뒤 발생하는 문제까지 연결해서 다뤄야 한다. 수출기업에서도 연구개발 부서가 정한 처방과 품질관리 부서의 자료, 해외사업 부서가 파악한 현지 규정이 서로 맞물려야 제품 출시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전문인력의 확보가 비용과 직결된다. 완성된 제품을 놓고 해외 규정을 뒤늦게 검토하면 성분이나 표시를 다시 조정하거나 추가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각 시장의 규정 변경을 추적하고 제품 개발 단계에 반영할 수 있는 인력의 중요성도 커진다.
국내에서 안전성 평가 제도 준비가 본격화되는 시점도 이런 변화와 겹친다. 안전성 평가는 제품의 성분 목록을 정리하는 작업과 다르다. 원료의 특성과 사용량, 노출 조건 등을 종합해 제품이 소비자에게 안전한지를 판단하고 관련 근거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2026년 마련된 안전성 평가 자료 작성 가이드라인에도 보고서 항목과 기재 원칙, 국내외 기준을 활용하는 방법이 포함됐다.
산업 현장의 변화는 대학과 전문인력 교육에도 이어지고 있다. 제품개발과 화장품학 지식에 해외 규제와 안전관리 역량을 연결하는 교육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아시아 5개국 규제당국자 연수에는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일반대학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도 참여했다. 김 교수는 국가별 실행계획 발표와 검토 과정에 함께했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화학공학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1988년 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에 입사했다. 애경산업 화장품연구소를 거쳐 1995년부터 대학에서 화장품 분야 교육을 이어왔으며, 2026년 3월 서울사이버대 일반대학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화장품학특론’을 맡고 있다.
정부와 공공 분야에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화장품산업발전협의회 위원장, 보건복지부 화장품발전기획단장,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위해평가 자문위원과 화장품 분야 정책자문위원, 연구개발사업 전문위원 등을 맡았다. 제품 연구에서 대학 교육, 위해평가와 산업정책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온 경력이다.
기업 연구소와 대학, 규제정책을 거친 경력은 현재 K-뷰티가 요구하는 전문인력의 범위와 맞닿아 있다. 연구개발 단계의 기술을 이해하면서 안전성과 품질관리 기준을 다루고, 해외에서는 국가별 제도까지 연결해야 하는 업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도 변화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8년부터 안전성 평가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 기업 내부에서 제품 정보를 관리하고 평가자료를 작성하는 업무의 비중이 커진다. 해외 수출까지 고려하면 국내 기준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ASEAN 등 주요 시장의 제도 변화도 함께 추적해야 한다.
상반기 수출 70억달러라는 숫자 뒤에는 이런 인력 구조의 변화가 자리한다. 제품의 경쟁력을 만드는 연구개발 인력과 시장을 확보하는 해외사업 인력 사이에서 성분, 안전성, 품질과 국가별 규제를 연결하는 전문성이 필요해지고 있다.
동남아 5개국 규제담당자들이 실행계획을 마련하고 국내 전문가들과 관련 내용을 논의한 이번 연수도 전문인력과 제도 교류가 넓어지는 흐름에 놓여 있다. 국내에서는 안전성 평가 체계가 새로 구축되고, 해외에서는 국가별 규제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시장이 늘고 있다. K-뷰티의 수출 기반도 생산설비와 브랜드, 유통망에서 연구개발과 안전관리, 해외 규제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인력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