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 영화 예고편도 아동 기준 적용…한준호, 영화비디오법 개정안 발의

예고편은 현행 ‘전체관람가·청소년 관람불가’ 2단계…아동 연령·정서발달과 폭력·공포·약물·모방위험 반영 2026년 상반기 박스오피스 톱10 중 전체·12세 관람가 7편…영등위도 저연령층 예고편 관리체계 정비 착수

2026-09-24     박준식 기자
영화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지난 7월 유치원생 아이들과 전체관람가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은 한 보호자는 본편이 시작되기 전 괴물과 총격 장면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 예고편이 나오자 아이들의 눈을 가렸다. 지난해 1월 전체관람가 어린이 영화를 찾았던 또 다른 보호자도 본편 앞에 붙은 공포영화 예고편을 문제로 지적했다. 영화 자체는 ‘전체관람가’를 골랐지만 관객이 좌석에 앉은 뒤 본편 시작 전 마주하는 영상까지 같은 기준으로 관리되지는 않는 극장 관람 구조가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9월 22일 대표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본편보다 앞서 재생되는 예고편의 상영 조건을 손질하는 내용이다. 한 의원을 포함한 의원 17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현행법상 예고편영화는 ‘전체관람가’ 또는 ‘청소년 관람불가’ 두 등급으로 나뉘며, 청소년 관람불가 예고편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상영 전후에만 틀 수 있다.

개정안은 예고편 등급을 새로 세분화하는 방식이 아니다. 전체관람가 판정을 받은 예고편을 전체관람가 본편의 상영 전후에 배치할 때 추가 조건을 두는 구조다. 아동의 연령과 정서적 발달 수준, 폭력성·공포·약물·모방위험의 표현 정도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맞는 예고편만 상영하도록 제29조를 고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될 경우 시행 시점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로 규정했다.

현행 제도가 아동 보호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원칙에는 예고편과 광고영화의 경우 관객이 선택의 여지 없이 보게 되고 강렬한 표현이 짧은 시간 안에 집중되는 특성을 감안하도록 돼 있다. 예고편이 일반 영화와 다른 매체적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등급 심사 단계부터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예고편 등급은 전체관람가와 청소년 관람불가 두 단계뿐이다. 전체관람가 범주 안에서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 청소년 사이의 정서발달 차이를 상영 편성에 따로 연결하는 법적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극장가의 최근 흐름은 저연령 관객을 둘러싼 관람환경 논의를 더 구체적으로 만든다. 2026년 상반기 영화 등급분류 편수는 1,916편으로 전년 동기 1,626편보다 17.8% 늘었다. 전체관람가는 112편에서 151편으로 34.8%, 12세이상관람가는 141편에서 189편으로 34.0% 증가했다. 상반기 박스오피스 1~10위 가운데 ‘토이 스토리 5’, ‘슈퍼 마리오 갤럭시’, ‘왕과 사는 남자’, ‘프로젝트 헤일메리’ 등을 포함해 전체관람가 또는 12세이상관람가 작품이 7편을 차지했다. 극장 흥행 상위권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자가 함께 선택할 수 있는 작품군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CJ CGV가 올해 2분기 세전이익 9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예고편 물량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광고물 등급분류는 전체적으로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국외영화 예고편은 2,2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상영관을 찾은 관객에게 노출될 수 있는 신작과 장르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공포·액션·판타지부터 애니메이션까지 각기 다른 작품이 같은 시기 극장에서 홍보되는 만큼 본편의 관람등급과 사전 예고편의 표현 강도를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지가 현장 편성의 문제로 남게 된다.

애니메이션 시장의 변화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본지는 2025년 애니메이션 시장이 디즈니·픽사 중심의 전통적인 구조에서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웹툰 기반 IP, 글로벌 스트리밍 작품이 함께 경쟁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인사이드 아웃 2’ 같은 대형 가족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웹툰 원작, 게임과 결합한 IP까지 관객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난 흐름이다. 한국 극장시장에서도 ‘사랑의 하츄핑’ 흥행이 배급사의 실적 변화에 반영될 만큼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와 나란히 극장 사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애니메이션은 곧 어린이 영화’라는 구분도 더 이상 모든 작품에 적용하기 어렵다. 어린이를 주 관객으로 삼는 가족 애니메이션과 성인 팬덤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강한 액션과 공포 표현을 사용하는 장르물이 동시에 극장과 온라인 시장에 공급된다. 보호자가 전체관람가 본편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본편 전후의 모든 영상이 어린 아동에게 같은 수준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K-트렌디뉴스가 추적해 온 애니메이션 IP의 다변화는 예고편 규정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한 극장 민원을 넘어 변화한 영화 유통 구조와 맞닿아 있음을 드러낸다.

입법에 앞서 영화관 현장의 운영체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9월 11일 멀티플렉스 등 영화산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전체관람가 본편 상영 전 공포나 폭력 표현이 포함된 예고편이 저연령층에게 노출되는 문제를 논의했다. 영등위는 상영 때 주의가 필요한 예고편 정보를 별도로 분류·관리하고 영화산업계가 사전에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영등위와 업계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별도 채널도 운영할 방침이다.

행정적 관리와 법률 개정은 적용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영등위가 추진하는 방안은 예고편 정보를 극장에 미리 제공해 상영 편성 단계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 개선에 가깝다. 한준호 의원 개정안은 전체관람가 본편과 결합되는 전체관람가 예고편에 대통령령상 기준을 법률로 부과한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폭력성과 공포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약물과 모방위험을 어떤 수준에서 구분할지, 아동의 연령과 정서발달 요소를 세부 기준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하위 규정에서 구체화될 부분이다. 법률안 자체에는 네 가지 표현 요소와 아동의 연령·정서발달이라는 판단 기준까지 명시돼 있다.

한준호의원. 사진=2025 06.20  델리민주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한준호 의원은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하며 “전체관람가라는 표시를 믿고 아이와 영화관을 찾은 부모가 본편이 시작될 때까지 아이의 눈을 가려야 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2026년 극장가는 한쪽에서 전체관람가와 12세이상관람가 영화의 공급과 흥행 비중이 커지고, 다른 쪽에서는 장르와 국적, IP가 다른 예고편이 한 상영관 안에서 경쟁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9월 들어 영등위의 현장 관리체계 정비에 이어 국회에서 법률 개정안까지 발의되면서 ‘전체관람가’가 본편 한 편의 등급에 머물지 않고 관객이 좌석에 앉아 마주하는 상영 전후 영상까지 어디까지 포괄해야 하는지가 제도 논의의 범위로 들어왔다. 개정안은 세부 상영기준을 대통령령에 맡기고 공포 후 6개월의 시행 준비기간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