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DBY VINTAGE②] 오카야마에서 다시 짠 1970년대 데님…실과 직기에서 시작된 FW26
경사에는 링스펀, 위사에는 오픈엔드 원사 조합…빈티지 셔틀 직기로 건조하고 입체적인 질감 구현 EDO에는 서스펜더 버튼·셀비지 구조, ISE에는 20세기 초 워크셔츠의 비례와 포켓 흔적 재구성
[KtN 박인경기자]1965년 일본산 청바지 생산이 시작된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 고지마에는 염색과 직조, 봉제, 워싱을 맡는 업체들이 모여 있다. 완성된 청바지 한 벌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실과 원단에서 봉제와 후가공까지 데님 제조의 여러 단계가 한 지역에 축적돼 왔다. 니드바이 빈티지(NEEDBY VINTAGE)가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꺼낸 1970년대 데님의 거친 질감도 워싱보다 앞선 원사와 직조에서 시작한다.
오카야마의 섬유산업은 청바지보다 오래됐다. 에도시대부터 면직물 생산이 발달했고, 고지마에는 교복과 작업복을 만들며 쌓은 봉제 기술이 남았다. 이바라시는 한때 일본 국내 청바지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했으며, 현재도 고지마와 이바라를 중심으로 데님 원단과 완제품 생산이 이어지고 있다. 염색과 제직, 봉제, 워싱을 서로 다른 지역으로 보내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연결할 수 있는 생산 구조가 오카야마 데님의 기반이 됐다.
고지마에서는 새 청바지에 사용감을 만드는 가공도 일찍 발달했다. 1960년대 중반 뻣뻣한 새 청바지를 세탁해 일본 소비자의 체형과 취향에 맞추는 방식이 등장했고, 이후 워싱과 색 빠짐을 제품의 일부로 다루는 기술이 지역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새 데님을 오래 입은 것처럼 만드는 작업이 최근의 빈티지 유행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제조 기술과 연결돼 있는 셈이다.
NEEDBY VINTAGE는 2026년 가을·겨울 시즌에서 후가공만으로 오래된 청바지의 표면을 만들지 않았다. 1970년대 데님에서 느껴지는 거칠고 입체적인 질감을 원단 단계부터 다시 구성했다. 경사에는 링스펀(ring-spun) 원사를, 위사에는 오픈엔드(open-end) 원사를 사용하고 빈티지 셔틀 직기(shuttle loom)로 원단을 짰다.
링스펀과 오픈엔드는 같은 면사를 만드는 방식부터 다르다. 링스펀은 회전하는 스핀들을 이용해 섬유에 꼬임을 주는 전통적인 방적법으로, 부드러운 촉감을 내는 데 강점이 있다. 오픈엔드는 로터 안에서 섬유를 모아 실을 만드는 방식으로 링스펀보다 생산 공정이 간결하고 실의 표면 구조도 달라진다. 데님에서는 어떤 원사를 경사와 위사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완성된 원단의 촉감뿐 아니라 세탁과 마찰 뒤 나타나는 색과 표면에도 차이가 생긴다.
NEEDBY VINTAGE는 두 원사의 성질을 한쪽으로 통일하지 않았다. 세로 방향으로 놓이는 경사에는 링스펀을 넣어 부드러움과 탄탄함을 확보하고, 가로로 교차하는 위사에는 오픈엔드를 사용해 건조하면서도 입체적인 촉감을 더했다. 두껍고 무거운 원단만으로 빈티지의 거친 맛을 만드는 대신 실의 구조가 다른 두 원사를 섞어 표면에 깊이를 주는 방식이다.
허리선 가까이 잡힌 데님에서는 색의 농도만큼 원단 표면의 미세한 굴곡이 눈에 들어온다. 짙은 부분과 옅어진 부분 사이에 단순한 명암 차이만 남지 않고 실이 교차하며 만드는 거친 결이 함께 나타난다. 오래된 데님의 인상을 워싱 자국 몇 개로 표현하기보다 원단 자체의 표정을 먼저 만드는 접근과 맞닿아 있다.
셔틀 직기를 다시 사용하는 이유도 같은 곳에 있다. 셔틀 직기는 위사를 실은 셔틀이 원단 양쪽을 오가며 실을 이어 넣는다. 원단 가장자리가 끊기지 않고 직조되면서 셀비지(selvedge)가 만들어진다. 오늘날 데님 생산에는 에어제트와 레이피어 같은 현대식 직기가 널리 쓰이지만 오래된 셔틀 직기는 폭과 조직, 표면감이 다른 데님을 짜는 데 활용되고 있다. 빈티지 데님을 재현하는 원단 생산에서도 셔틀 직기가 여전히 사용된다.
셀비지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데님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의 굵기와 꼬임, 경사와 위사의 밀도, 염색과 직조 방식이 함께 원단의 성격을 만든다. NEEDBY VINTAGE가 FW26에서 셔틀 직기를 택한 이유도 가장자리에 셀비지 표시를 남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링스펀과 오픈엔드 원사를 한 원단 안에서 교차시키면서 현대식으로 지나치게 균일한 표면보다 미세한 굴곡과 입체감을 살리는 쪽에 무게를 뒀다.
짙은 인디고 셔츠의 칼라와 앞여밈 주변에서는 촘촘한 조직과 굵은 봉제선이 함께 드러난다. 색을 크게 빼지 않은 상태에서도 원단의 밀도와 솔기 주변의 높낮이가 옷의 인상을 만든다. 강한 디스트레스 가공이 없어도 원사와 조직, 봉제만으로 데님의 표정을 달리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2026년 가을·겨울에 새로 들어온 EDO는 원단에서 시작한 접근을 바지 구조까지 넓혔다. 기존 TOKYO를 바탕으로 스트레이트 실루엣을 다시 조정하고 허리에는 서스펜더 버튼을 넣었다. 벨트루프가 일반화되기 전 초기 데님에서 사용되던 방식을 현재의 바지로 옮겼다. 셀비지 데님을 사용하고 위사에는 오픈엔드 원사를 적용했다. 염색에는 환경 부담을 줄이는 i-Next 기술이 들어갔다.
EDO에서 과거의 요소는 장식으로만 남지 않는다. 서스펜더 버튼을 추가하면서 허리선의 인상이 달라지고, 스트레이트 레그와 가벼운 원단이 함께 배치된다. 과거의 청바지를 당시 비례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현재 입을 수 있는 무게와 실루엣으로 다시 조정했다. 오래된 부자재 하나를 붙여 ‘복고풍’을 만드는 방식보다 원단과 허리 구조, 바지의 폭을 함께 손본 데 가깝다.
짙은 데님 셔츠는 몸통과 소매를 넉넉하게 잡으면서 앞여밈과 포켓, 솔기를 굵게 드러낸다. 장식이 많지 않은 만큼 원단 색과 봉제선, 포켓의 위치가 전체 비례를 결정한다. 오래된 작업복을 가져올 때 낡은 효과보다 구조를 먼저 살피는 FW26의 방향과 연결되는 착장이다.
ISE는 청바지가 아닌 20세기 초 작업복 셔츠로 시선을 옮긴다. 두 개의 가슴 포켓을 배치한 워크셔츠를 바탕으로 포켓 주변의 색 빠짐을 강조하고, 가벼우면서 유연한 자체 개발 셔츠 원단을 사용했다. 가슴 부분에는 패치워크가 더해졌다. 단독 셔츠로 입거나 재킷 아래에 겹쳐 입을 수 있도록 비례도 조정했다.
중간 농도의 블루 데님 셔츠는 상체에 지나치게 달라붙지 않고 허리 아래까지 여유 있게 내려온다. 가슴 포켓과 앞여밈, 소매의 봉제선이 단순한 형태 안에서 비중 있게 남는다. 청바지만으로 빈티지 데님을 설명하지 않고 셔츠와 재킷까지 작업복의 구조를 넓혀가는 제품 구성이 드러난다.
워크웨어는 원래 움직임과 내구성을 먼저 고려한 옷이었다. 큰 포켓과 단순한 직선형 재단, 겹쳐 입기 쉬운 비례가 오랜 시간 반복된 이유도 작업 과정과 연결돼 있었다. ISE에서는 기능 때문에 생긴 구조를 그대로 보존하는 대신 오늘날의 레이어링에 맞춰 길이와 폭을 다시 잡았다. 포켓 주변에 남는 마모도 실제 수년간의 작업이 만든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제작 단계에서 옷의 일부로 배치했다.
밝게 워싱된 데님 셔츠는 소매를 걷고 팬츠 위에 자연스럽게 내려 입을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다. 셔츠 한 장으로 입었을 때의 비례와 아우터 아래에 들어갈 수 있는 두께를 함께 조정한 구성이 눈에 띈다. 오래된 워크셔츠의 외형을 그대로 복사하기보다 현재 옷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손본 방향이다.
오카야마 생산 기반의 강점은 원단과 봉제, 가공 가운데 하나만 유명하다는 데 있지 않다. 고지마와 이바라에는 염색과 직조, 봉제, 워싱에 이르는 관련 업체가 집중돼 있다. 원사의 선택과 직조 결과를 확인한 뒤 봉제와 워싱을 조정하고, 완성된 원단이 의도한 질감을 내지 못하면 앞 단계로 돌아가 다시 손볼 수 있는 제조 환경이 형성돼 있다.
NEEDBY VINTAGE의 FW26에서는 오카야마가 배경 설명에 머물지 않는다. 링스펀과 오픈엔드 원사를 섞고 셔틀 직기로 짠 뒤 셀비지 구조를 살리는 작업, 셔츠용 원단을 별도로 개발하고 워싱과 패치워크를 더하는 과정이 지역에 축적된 생산 기술과 맞물린다. 빈티지 데님의 인상을 최종 워싱 한 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여러 공정을 이어 붙이는 방식이다.
1970년대의 질감을 다시 만드는 일도 오래된 청바지 한 벌을 그대로 복제하는 작업과는 다르다. 당시 사용했던 원사의 거친 성질을 가져오되 현재의 착용감을 위해 경사와 위사의 조합을 달리하고, 셔틀 직기의 조직감을 이용하면서 무게는 낮춘다. 초기 데님에 있던 서스펜더 버튼은 남기되 실루엣은 다시 손본다. 20세기 초 워크셔츠의 포켓 구조를 가져오면서 원단과 비례는 현재의 옷에 맞춘다.
니드바이 빈티지가 FW26에서 되짚은 과거는 특정 연도의 복제품이 아니다. 1970년대 데님의 원사와 촉감, 초기 청바지의 허리 구조, 20세기 초 작업복 셔츠의 포켓과 비례가 한 시즌 안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들어왔다. 오카야마에 남은 직조와 봉제, 워싱 기술은 과거의 형태를 보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입을 수 있는 데님으로 다시 조합되는 생산 기반으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