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DBY VINTAGE③] 워싱·페인트·수선까지 설계…‘낡음’을 만든 세 가지 가공

같은 데님에서 출발한 KABUKI·UKIYO·URUSHI, 탈색·페인트·덧댐으로 서로 다른 표면 완성 휘스커와 세로 페이딩에 머물지 않고 수선 흔적까지 디자인…빈티지와 갈리는 ‘만들어진 시간’

2026-09-26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청바지는 입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늙는다. 허벅지 앞쪽은 반복된 마찰로 밝아지고, 주름이 접히는 사타구니에는 굵고 가는 선이 겹친다. 무릎과 밑단이 먼저 닳기도 하고 주머니 가장자리만 유난히 희끗해지기도 한다. 천이 찢어지면 덧대고, 다시 해지면 먼저 수선한 자리까지 꿰맨다. 오래된 데님 한 벌에서 나타나는 색과 상처는 대부분 처음부터 계획한 무늬가 아니다.

니드바이 빈티지(NEEDBY VINTAGE)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흔적을 제작 단계로 가져왔다.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적용한 KABUKI, UKIYO, URUSHI 가공은 같은 기본 데님에서 출발한다. 이후 색을 빼고 페인트를 더하거나, 해진 흔적과 수선, 다른 데님을 겹치는 작업을 달리해 각기 다른 표면을 만든다. 빈티지 청바지에서 익숙한 휘스커와 세로 페이딩만 반복하지 않고 워싱 자체를 디자인 과정에 넣은 방식이다.

두 번째 회차에서 살펴본 원사와 직조가 데님의 바탕을 만든다면, 가공은 완성된 원단 위에 시간을 쌓는 단계다. FW26 원단은 경사에 링스펀 원사, 위사에 오픈엔드 원사를 사용해 부드러움과 건조한 질감을 함께 만들고 빈티지 셔틀 직기로 짰다. 여기에 탈색과 페인트, 덧댐, 수선이 겹치면서 같은 원단에서도 전혀 다른 인상이 만들어진다.

[NEEDBY VINTAGE③] 워싱·페인트·수선까지 설계…‘낡음’을 만든 세 가지 가공. 사진=NEEDBY VINTA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짙은 인디고 팬츠에는 허벅지와 무릎을 가로질러 밝은 얼룩과 페인트 자국이 넓게 번져 있다. 일정한 위치에 반복되는 전형적인 빈티지 워싱과 거리가 있다. 색이 빠진 부분과 남은 부분, 흩어진 밝은 자국이 겹치면서 오래 입은 데님을 정돈해 복제하기보다 여러 번의 작업이 더해진 옷처럼 보인다.

페인트 흔적은 실제 작업복의 오염을 연상시키지만 기능적인 필요로 생긴 것은 아니다. 제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치한 요소다. 빈티지 워크웨어에서 우연히 남았던 얼룩이나 작업 자국이 현대 데님에서는 색과 밀도를 조절할 수 있는 디자인 재료로 바뀐다.

디스트레스드 데님은 오래전부터 패션 시장에서 사용해 온 방식이다. 허벅지 앞쪽을 밝히고 사타구니에 고양이 수염처럼 뻗은 휘스커를 넣거나 무릎을 찢는 방식은 대량 생산 청바지에도 널리 쓰였다. NEEDBY VINTAGE가 범위를 넓힌 부분은 한 종류의 마모 효과를 반복하는 대신 서로 다른 시간에 생겼을 법한 흔적을 한 벌에 겹치는 데 있다.

[NEEDBY VINTAGE③] 워싱·페인트·수선까지 설계…‘낡음’을 만든 세 가지 가공. 사진=NEEDBY VINTA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밝게 탈색된 팬츠에서는 덧댐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허벅지와 무릎 주변에 색이 다른 데님 조각을 겹치고, 주변까지 강하게 마모시켰다. 패치가 깨끗한 장식처럼 떨어져 있지 않고 원래 원단의 탈색과 이어진다. 낡은 부분을 가리기 위해 천을 붙였는데 그 덧댐까지 다시 오래 입은 듯한 상태다.

수선 흔적을 디자인에 사용하는 방식은 빈티지 데님의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오래된 청바지에서는 원단이 약해진 뒤 실제 필요에 따라 덧댐과 바느질이 들어간다. 수선을 반복하면 처음 생산됐을 때 없었던 선과 면이 생기고, 다른 색의 데님이 원래 원단과 함께 낡아간다. NEEDBY VINTAGE는 수십 년을 기다리지 않고 이런 층을 처음부터 제품에 배치한다.

사시코(sashiko)나 보로(boro)에서 연상되는 반복 수선의 미감도 오늘날 패션에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 다만 전통적인 수선은 닳은 직물을 오래 사용하기 위한 생활 기술에서 출발했다. 새 옷에 적용한 스티치와 패치는 같은 기능적 배경을 그대로 갖지는 않는다. 오래된 옷의 수선 흔적을 미적으로 차용하는 만큼 실제 내구성과 장기간 착용까지 함께 이어지는지가 새 제품에서는 더 중요해진다.

[NEEDBY VINTAGE③] 워싱·페인트·수선까지 설계…‘낡음’을 만든 세 가지 가공. 사진=NEEDBY VINTA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게 물든 데님 재킷에서는 다른 방식의 노화가 나타난다. 몸판과 소매 전체를 균일하게 밝히지 않고 솔기와 가장자리, 자주 마찰될 법한 부분의 색을 달리했다. 어두운 바탕색이 남아 있어 밝은 블루 데님보다 색 변화가 선명하지 않지만, 봉제선 주변과 접히는 부분의 미세한 차이가 표면을 만든다.

데님이 오래돼 보이려면 반드시 크게 찢거나 강하게 탈색할 필요는 없다. 오래 입은 재킷에서는 봉제선처럼 원단이 겹친 부분과 소매 안쪽, 포켓 가장자리의 색이 서로 다른 속도로 변한다. 어두운 데님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전체 인상을 좌우한다. NEEDBY의 가공 범위가 강한 페인트와 패치에만 머물지 않는 대목이다.

같은 기본 데님에서 여러 결과를 만드는 방식은 생산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원단 종류를 계속 바꾸지 않고 후가공을 달리하면 실루엣과 원단의 기본 성질을 유지한 채 제품의 표면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데님 가공 업계에서도 같은 원단과 핏에 서로 다른 피니싱을 적용하면 소비자가 전혀 다른 제품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개발 과정과 샘플 수를 조정하고 있다.

[NEEDBY VINTAGE③] 워싱·페인트·수선까지 설계…‘낡음’을 만든 세 가지 가공. 사진=NEEDBY VINTA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중간 농도의 블루 데님 재킷에서는 전체를 거칠게 손상시키기보다 포켓과 앞여밈, 솔기 주변에 색 차이를 남겼다. 팬츠의 강한 페인트나 덧댐과 비교하면 가공 강도가 낮다. 한 컬렉션 안에서도 ‘빈티지’라는 말을 하나의 색과 한 종류의 손상으로 통일하지 않고 여러 단계로 나눈다.

가공의 강도를 달리하면 스타일링 범위도 달라진다. 큰 패치와 페인트가 들어간 팬츠는 옷 자체가 강한 인상을 만들지만, 색 빠짐을 절제한 재킷은 다른 셔츠나 팬츠와 함께 입기 쉽다. 오래된 작업복에서 가져온 미감을 모든 제품에 같은 농도로 사용하는 대신 실루엣과 용도에 따라 표면을 조절한 것이다.

KABUKI, UKIYO, URUSHI라는 세 이름도 서로 다른 완성도를 구분하기 위한 가공 체계로 쓰인다. 공개된 설명에서 세 방식은 모두 동일한 기본 데님을 사용하며 탈색과 페인트, 수선, 덧댐 등 여러 공정을 달리한다. 각 이름별 세부 공정표와 작업 순서를 나눠 제시하기보다 완성된 표면의 차이로 제품군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NEEDBY VINTAGE③] 워싱·페인트·수선까지 설계…‘낡음’을 만든 세 가지 가공. 사진=NEEDBY VINTAG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한 블루 팬츠에서는 허리와 포켓 주변의 짙은 부분이 남고 허벅지 방향으로 색이 크게 빠진다. 색이 일정하게 옅어지는 일반 워싱과 달리 부분별 농도 차이가 크다. 주름이 생기고 손이 자주 닿는 자리에서 먼저 색이 빠진 오래된 데님의 특징을 새 원단 위에 다시 배치했다.

자연적인 에이징과 공장에서 만든 에이징은 출발부터 다르다. 실제 빈티지의 마모는 착용자의 체형과 걸음걸이, 세탁 습관, 직업과 생활환경까지 영향을 받는다. 같은 모델을 같은 시기에 구입해도 몇 년 뒤 모습이 달라진다. 계획된 워싱은 그 우연성을 그대로 복원할 수 없다.

반대로 제작 단계에서는 자연적인 착용만으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특정 위치의 인디고를 더 많이 빼고, 다른 농도의 데님을 겹치며, 페인트와 수선을 원하는 밀도로 조절할 수 있다. 우연히 생겨나는 흔적을 기다리는 대신 오래된 데님에서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요소를 골라 새로운 실루엣에 배치한다.

빈티지 애호가에게 두 옷의 가치는 쉽게 합쳐지지 않는다. 오래된 청바지에서는 생산 연대와 당시 원단, 부자재에 실제 착용 이력까지 더해져 한 벌의 희소성이 생긴다. 제작 당시부터 넣은 마모와 수선은 외관이 비슷하더라도 같은 시간을 갖지 않는다. NEEDBY VINTAGE의 접근도 실제 빈티지를 대체하기보다 빈티지에서 형성된 색과 질감의 문법을 새 데님으로 옮기는 쪽에 가깝다.

가공이 많아질수록 제조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항목도 늘어난다. 데님 업계에서는 탈색과 워싱 과정에 들어가는 물과 에너지,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레이저와 오존, 효소 등을 활용하는 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Cotton Incorporated는 레이저 가공과 오존·효소 표백 등을 데님 피니싱 단계의 자원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유럽의 데님 가공 기술업체 Jeanologia는 레이저와 오존, e-Flow 등을 결합한 공정에서 전통적인 워싱에 비해 물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시한다. 자사 Laundry 5.Zero 시스템은 물 사용량을 최대 85% 절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NEEDBY VINTAGE의 실제 생산 공정을 뜻하는 수치는 아니지만, 복잡한 빈티지 가공이 늘어날수록 업계에서 물과 에너지 사용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빈티지 가공의 경쟁도 결국 얼마나 낡아 보이느냐만으로 갈리지는 않는다. 여러 공정을 겹치면서도 원단의 촉감과 실루엣을 유지해야 하고, 한 시즌의 강한 이미지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제 착용 뒤 생기는 새로운 마모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흔적 위에 소비자의 시간이 다시 쌓이기 때문이다.

NEEDBY VINTAGE의 FW26는 같은 데님에 하나의 정답을 두지 않았다. 페인트가 넓게 흩어진 팬츠, 다른 데님을 덧댄 강한 수선, 어두운 재킷의 절제된 페이딩, 밝은 팬츠의 큰 색 차이가 한 컬렉션 안에 공존한다. KABUKI·UKIYO·URUSHI도 같은 원단에서 시작해 워싱과 탈색, 수선과 겹침을 달리한다. 새 데님을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낡아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흔적 자체를 디자인 재료로 바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