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vin Klein Underwear②] 오렌지빛 침실과 블루룸, 테야나 테일러를 달리 찍은 두 공간

따뜻한 침실과 차가운 블루 공간 교차…고든 폰 스타이너 연출 아래 조명·안무·음악으로 분위기 전환 티나 터너 ‘The Best’ 흐르는 영상, 같은 검은 언더웨어를 공간과 동작으로 다르게 구성

2026-09-25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침대 위에 누운 테야나 테일러(Teyana Taylor)의 몸에는 따뜻한 오렌지빛이 내려앉는다. 흰 침구와 짙은 목재, 피부색이 가까운 온도로 묶이면서 검은색 언더웨어만 또렷하게 갈린다. 반대편 블루 공간에서는 분위기가 급격히 차가워진다. 세로로 이어진 푸른 조명 앞에서 테일러는 허리를 깊게 젖히고 팔을 크게 뻗는다. 같은 인물과 같은 검은색 언더웨어를 두고 공간과 빛만 바꿨지만 광고가 만들어내는 인상은 크게 달라진다.

고든 폰 스타이너(Gordon Von Steiner)가 연출한 캘빈클라인(Calvin Klein) 2026년 가을 언더웨어 캠페인은 두 공간을 번갈아 사용한다. 따뜻한 침실에서는 누워 있거나 몸을 천천히 일으키는 자세가 많고, 어두운 블루룸에서는 상체와 허리를 크게 사용하는 동작이 이어진다. 제품과 인물을 바꾸지 않고 조명과 움직임의 크기로 광고의 리듬을 나눈 구성이다.

[Calvin Klein Underwear②] 오렌지빛 침실과 블루룸, 테야나 테일러를 달리 찍은 두 공간. 사진=Calvin Klein/Gordon Von Stein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침대에 누운 테일러는 몸을 길게 펴기보다 옆으로 기대어 있다. 흰 침구가 신체 주변을 넓게 감싸고, 짙은 목재 헤드보드가 화면 상단을 가로지른다. 조명은 피부와 방의 색을 부드럽게 연결한다. 검은색 브라와 브리프는 주변 색과 강한 대비를 이루지만 전체 분위기는 날카롭기보다 느리게 가라앉는다.

침실이라는 공간도 광고의 성격을 바꾼다. 언더웨어는 원래 신체와 가장 가까운 옷이고, 침실은 사적인 생활을 연상시키는 장소다. 캘빈클라인은 두 요소를 한 공간에 놓으면서 특별한 무대보다 일상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만 침대와 따뜻한 조명이 친밀한 이미지를 강화하는 만큼 신체를 가까이 바라보게 하는 전통적인 언더웨어 광고의 방식도 그대로 남아 있다.

테일러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침실의 역할도 달라진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던 몸이 팔과 허리를 크게 사용하면서 침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동작이 이어지는 공간이 된다. 광고는 침실을 정적인 장소로 고정하지 않고 안무가 이어지는 무대로 바꾼다.

[Calvin Klein Underwear②] 오렌지빛 침실과 블루룸, 테야나 테일러를 달리 찍은 두 공간. 사진=Calvin Klein/Gordon Von Stein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허리를 뒤로 크게 젖힌 자세에서는 몸의 곡선이 조명과 함께 강조된다. 한 손은 허리 가까이에 놓이고 다른 팔은 위쪽으로 뻗는다. 따뜻한 조명은 피부의 윤곽을 부드럽게 만들지만 동작 자체는 정적이지 않다. 목과 가슴, 허리, 골반으로 이어지는 선이 한 번에 꺾이면서 사진 전체에 긴장이 생긴다.

캠페인은 이런 동작을 통해 침실의 분위기를 단순한 휴식이나 친밀함에만 묶지 않는다. 누운 자세와 큰 동작을 한 공간 안에 함께 넣으면서 차분함과 긴장을 동시에 만든다. 같은 검은색 언더웨어도 몸의 방향과 조명의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보인다.

푸른 공간에서는 색과 자세가 한층 강하게 맞물린다. 배경에 반복되는 세로 조명은 몸의 움직임과 대조를 이룬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빛 앞에서 테일러의 허리와 팔은 곡선을 만들고, 몸을 크게 젖힐수록 배경의 규칙성과 신체의 움직임 사이에 차이가 커진다.

[Calvin Klein Underwear②] 오렌지빛 침실과 블루룸, 테야나 테일러를 달리 찍은 두 공간. 사진=Calvin Klein/Gordon Von Stein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의자를 짚고 상체를 뒤로 깊게 젖힌 자세는 캠페인에서 가장 큰 동작 가운데 하나다. 세로로 이어진 푸른 빛이 화면을 일정하게 나누는 가운데 테일러의 몸은 한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따뜻한 침실에서 피부와 주변 공간이 가까운 색으로 묶였던 것과 달리 블루룸에서는 검은색 언더웨어와 피부, 푸른 조명이 강하게 갈린다.

블루룸의 조명은 테일러의 신체를 더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팔과 복부, 허리의 윤곽이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선명해지고, 큰 동작이 들어갈수록 인물과 배경의 대비도 커진다. 따뜻한 공간에서 사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블루 공간에서는 공연이나 무대에 가까운 긴장감이 생긴다.

영상의 시작도 블루룸과 연결된다. 테일러는 어두운 푸른 공간에서 비를 바라보다 움직이기 시작한다. 갑작스럽게 춤을 시작하는 흐름은 제품 설명보다 인물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먼저 보여준다. 광고는 브라의 구조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대신 테일러가 움직이는 과정을 따라가며 제품을 계속 노출한다.

티나 터너(Tina Turner)의 ‘The Best’는 이런 전환에 리듬을 더한다. 음악이 깔린 가운데 정적인 자세와 큰 동작이 번갈아 나오고, 침실과 블루룸이 교차한다. 한 공간에서 제품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대신 음악과 편집, 안무를 함께 움직이면서 광고의 속도를 조절한다.

음악 선택도 테일러라는 인물과 잘 맞물린다. 노래가 가진 강한 박자와 보컬의 힘이 큰 동작을 끌어올리고, 테일러는 팔과 허리, 상체를 넓게 사용하면서 음악의 리듬을 신체로 받아낸다. 다만 영상의 중심은 노래 자체보다 테일러의 움직임에 있다. ‘The Best’는 장면을 설명하기보다 동작의 속도와 분위기를 밀어주는 역할에 가깝다.

고든 폰 스타이너의 연출은 공간을 둘로 나누면서도 제품과 인물은 바꾸지 않았다. 따뜻한 방과 푸른 방, 누운 자세와 큰 동작, 부드러운 빛과 강한 대비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같은 검은색 언더웨어를 여러 분위기 안에 놓는다. 의상을 계속 바꾸는 패션 화보와 달리 공간과 움직임이 변주의 역할을 맡는다.

광고에서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따뜻한 침실에서는 피부와 침구, 목재가 가까운 색으로 묶이며 테일러가 방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블루룸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분리되고, 몸의 윤곽과 움직임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신체를 어떻게 바라보게 할 것인지가 조명과 공간에서 갈린다.

캘빈클라인이 선택한 두 공간에는 언더웨어 광고의 오래된 요소와 최근의 영상 문법이 함께 들어 있다. 침대와 피부, 검은색 속옷은 익숙한 조합이다. 여기에 세로 조명과 안무, 음악을 결합하면서 정적인 화보에서 영상 중심의 캠페인으로 범위를 넓혔다.

테야나 테일러의 몸도 두 공간에서 같은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침실에서는 눕고 앉으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되고, 블루룸에서는 몸 전체를 크게 사용한다. 제품은 같지만 공간이 바뀔 때마다 자세와 조명, 카메라가 인물을 다르게 구성한다.

캠페인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제품의 변화가 아니라 공간과 움직임의 변화다. 따뜻한 침실에서는 인물과 주변을 가까운 색으로 묶고, 블루룸에서는 신체와 배경을 강하게 갈라놓는다. 테일러가 같은 검은색 언더웨어를 입은 채 두 공간을 오가면서 캘빈클라인은 한 제품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반복해 보여준다. 고든 폰 스타이너의 FW26 영상은 언더웨어를 바꿔가며 시선을 끄는 대신 빛과 색, 음악, 안무를 움직여 한 사람의 몸을 여러 방식으로 다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