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vin Klein Underwear④] 테야나 테일러까지…캘빈클라인 속옷 광고, 유명인의 몸을 전면에 세운 44년

1982년 토마스 힌트나우스에서 마크 월버그·저스틴 비버·정국·제러미 앨런 화이트로 이어진 광고 계보 FW26 테야나 테일러 캠페인, 신체 중심의 오래된 형식에 춤과 퍼포먼스 더해

2026-09-27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1982년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광고에 등장한 인물은 브라질 출신 올림픽 장대높이뛰기 선수 토마스 힌트나우스(Tomás Hintnaus)였다. 브루스 웨버(Bruce Weber)가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흰색 브리프를 입은 힌트나우스의 몸이 크게 담겼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빌보드까지 올라간 이미지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의 첫 광고로 기록됐다. 속옷보다 착용자의 신체가 먼저 기억되는 광고 방식도 이때부터 브랜드의 역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44년 뒤 같은 자리에 테야나 테일러(Teyana Taylor)가 섰다. 검은색 브라와 브리프, 크게 드러나는 신체, 유명인의 이름이라는 기본 구조는 낯설지 않다. 달라진 부분은 테일러가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시간보다 춤추고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이다. 2026년 가을 Perfectly Fit Custom Lift 캠페인은 캘빈클라인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신체 중심의 언더웨어 광고에 한 공연자의 기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캘빈클라인 광고에서 유명인의 몸은 오래전부터 제품 못지않은 자산이었다. 1990년대 초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와 케이트 모스(Kate Moss)가 등장한 캠페인은 이런 방식을 대중문화 안에 깊게 각인시켰다. 상의를 벗은 월버그와 마른 체형의 모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미지는 속옷과 청바지 광고를 넘어 당시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논쟁까지 불러왔다. 제품을 설명하기보다 인물의 신체와 태도가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캘빈클라인이라는 이름이 적힌 허리 밴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옷 안에 감춰지던 속옷의 일부가 청바지 위로 드러나면서 로고 자체가 패션 이미지가 됐다. 케이트 모스가 낮게 내려 입은 청바지 위로 캘빈클라인 밴드를 노출한 사진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속옷 로고를 겉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의 대표적인 이미지 가운데 하나로 남았다.

유명인의 몸을 이용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인물을 바꾸면서 이어졌다. 2015년에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라라 스톤(Lara Stone)이 캠페인에 등장했다. 당시 광고는 마크 월버그와 케이트 모스가 만들었던 1990년대 이미지를 직접 떠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새로운 스타를 기용하면서도 브랜드가 이미 확보한 광고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전략이었다.

[Calvin Klein Underwear④] 테야나 테일러까지…캘빈클라인 속옷 광고, 유명인의 몸을 전면에 세운 44년. 사진=Calvin Klein/Gordon Von Stein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테일러가 따뜻한 조명 아래 서 있는 모습은 캘빈클라인이 오랫동안 사용해온 언더웨어 광고의 형식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 검은색 브라와 브리프를 입은 신체를 중앙에 놓고 배경을 단순하게 정리했다. 제품만 따로 떼어 보여주기보다 얼굴과 몸, 속옷을 한 이미지 안에 묶는다.

2020년대 들어 모델의 범위는 다시 넓어졌다. BTS 정국(Jung Kook)은 2023년 캘빈클라인 데님과 언더웨어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됐다. 무대에서 수많은 관객을 만났던 K팝 스타가 캘빈클라인의 대형 빌보드와 캠페인 영상으로 옮겨갔다. 가수의 세계적인 팬덤과 개인 이미지를 언더웨어·데님 광고로 연결한 선택이었다.

2024년에는 배우 제러미 앨런 화이트(Jeremy Allen White)가 맨해튼 옥상에서 속옷 차림으로 촬영됐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배우의 당시 높은 대중적 관심과 캘빈클라인의 대형 옥외광고가 결합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화이트 역시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뉴욕의 캘빈클라인 빌보드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명 배우가 브랜드의 광고 역사 안으로 들어오면서 동시에 뉴욕이라는 오래된 무대까지 다시 사용한 셈이다.

배드 버니(Bad Bunny)도 2025년 봄 언더웨어 캠페인에 합류했다. GQ는 당시 배드 버니를 마크 월버그와 저스틴 비버, 제러미 앨런 화이트 등으로 이어진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광고 계보 안에 놓았다. 음악과 영화, 스포츠처럼 활동 분야는 달라져도 당대에 높은 대중적 관심을 받는 인물을 언더웨어 광고의 중심에 배치하는 방식은 계속됐다.

2026년 테일러 캠페인은 같은 흐름을 이어가면서 인물의 경력을 광고 안에 사용하는 비중을 높였다. 테일러는 단순히 유명한 얼굴을 빌려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팔을 크게 뻗고 허리를 젖히며 바닥과 의자를 이용해 춤을 이어간다. 고든 폰 스타이너(Gordon Von Steiner)의 영상은 티나 터너(Tina Turner)의 ‘The Best’를 배경으로 테일러의 동작을 길게 따라간다.

[Calvin Klein Underwear④] 테야나 테일러까지…캘빈클라인 속옷 광고, 유명인의 몸을 전면에 세운 44년. 사진=Calvin Klein/Gordon Von Steine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푸른 세로 조명 앞에서 몸을 비스듬히 뻗은 자세는 정면으로 서 있는 언더웨어 화보와 다른 정보를 만든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몸통과 길게 뻗은 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어깨와 골반이 한순간에 겹친다. 브라와 브리프는 그대로지만 광고를 구성하는 중심은 옷의 변화보다 테일러의 동작에 놓인다.

테일러가 캠페인을 통해 언급한 생활도 광고 안으로 들어왔다. 레드카펫과 공연뿐 아니라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집에서의 일상까지 함께 말했고, Perfectly Fit 브라를 설명하며 “움직일 수 있고 숨 쉴 수 있다”고 했다. 캘빈클라인은 스타의 몸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제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해당 인물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까지 제품 서사에 넣었다.

유명인을 앞세운 광고의 기본 원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름이 알려진 인물을 기용하면 제품보다 인물에 먼저 시선이 모인다. 신체를 크게 촬영하고 언더웨어가 차지하는 면적을 최소화할수록 광고의 기억에는 제품의 세부 구조보다 얼굴과 몸이 강하게 남을 수 있다. 테일러 캠페인도 같은 조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캘빈클라인이 지난 40여 년 동안 축적한 광고 이미지도 새로운 캠페인에 영향을 준다. 토마스 힌트나우스의 1982년 빌보드와 1990년대 마크 월버그·케이트 모스, 2015년 저스틴 비버, 2023년 정국, 2024년 제러미 앨런 화이트까지 서로 다른 세대의 스타가 바뀌어 들어갔지만 속옷을 입은 신체를 최대한 단순한 이미지로 남긴다는 방식은 반복됐다.

테야나 테일러가 더한 것은 새로운 신체가 아니라 새로운 움직임에 가깝다. 정면으로 서거나 누워 있는 자세를 없애지 않은 채 춤과 큰 동작을 사이에 끼워 넣었다. 한 사람의 몸을 조형적으로 보여주는 오래된 언더웨어 광고와 공연자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뮤직비디오식 촬영이 같은 캠페인 안에 놓였다.

캘빈클라인의 셀러브리티 전략도 스타의 이름만 빌리는 단계에서 조금씩 달라졌다. 정국에게는 K팝 스타의 세계적인 인지도가, 제러미 앨런 화이트에게는 배우와 뉴욕의 이미지가, 배드 버니에게는 음악가로서의 대중성이 광고에 함께 들어왔다. 테일러에게서는 춤과 안무가 가장 직접적인 재료가 됐다.

1982년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광고가 운동선수의 몸을 거대한 빌보드에 올린 뒤 44년이 흘렀다. 유명인의 얼굴과 몸을 제품보다 크게 보여주는 방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뀐 것은 유명세를 사용하는 범위다. 배우와 가수의 이름뿐 아니라 공연 방식과 음악, 일상의 이야기까지 광고 안으로 들어온다.

테야나 테일러의 FW26 캠페인도 같은 연장선에 놓인다. 검은색 언더웨어와 유명인의 신체라는 캘빈클라인의 오래된 형식을 유지하면서 춤을 광고의 주요 언어로 사용했다.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의 44년은 모델의 얼굴을 계속 바꿔온 역사이면서, 당대의 유명인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게 할 것인지 끊임없이 바꿔온 광고의 역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