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di SS27②] 셔츠 빠진 재킷, 넓어진 팬츠…치우리, Fendi 수트의 남녀 구분 지웠다

깊은 V존·롱코트·워싱 데님을 남녀 모델에 반복…정장에 일상복 섞으며 달라진 SS27 테일러링

2026-09-26     박인경 기자

[KtN 박인경기자]검정 재킷 안에서 셔츠가 사라졌다. 재킷은 가슴 아래까지 깊게 열렸고 팬츠는 허벅지부터 넓게 떨어졌다. 여성 모델에게 입힌 검정 수트와 남성 모델의 재킷·팬츠에도 비슷한 비율이 반복됐다. 컬렉션 중반 이후에는 정장 바지 자리에 워싱 데님이 들어갔고, 긴 코트와 장식적인 재킷도 청바지 위에 걸쳐졌다. Fendi의 2027년 봄여름 테일러링은 남성복과 여성복을 따로 나누기보다 재킷과 팬츠, 코트를 서로 다른 몸에 같은 방식으로 입히는 쪽으로 이동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는 Fendi에서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옷을 꾸준히 다루고 있다. Resort 2027에서는 직선적인 재킷과 코트, 기능적인 옷을 남녀 모델에게 나란히 입혔다. 치우리는 당시 서로의 옷을 자연스럽게 바꿔 입는 생활에서 출발한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SS27에서는 직선적인 외투와 수트에 브라, 레이스, 데님을 더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옷의 폭을 넓혔다.

[Fendi SS27②] 셔츠 빠진 재킷, 넓어진 팬츠…치우리, Fendi 수트의 남녀 구분 지웠다. 사진=Fend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정 재킷과 팬츠를 맞춘 착장은 어깨를 과장하거나 허리를 강하게 조이지 않는다. 재킷은 상체를 따라 곧게 내려가고, 팬츠도 다리선을 감싸기보다 여유를 남긴다. 검정 한 색으로 상하의를 연결하면서도 몸을 단단한 수트 안에 가두는 방식은 피했다. 재킷 안쪽의 노출과 넉넉한 하의가 함께 놓이면서 정장의 단정한 인상도 달라졌다.

앞서 등장한 검정 재킷과 짧은 하의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 흰색 상의가 재킷 아래로 길게 내려오고, 검정 쇼츠와 양말이 이어진다. 재킷과 셔츠, 바지를 한 벌로 맞추는 대신 길이가 다른 상의와 짧은 하의를 섞었다. 전통적인 수트의 구성은 남아 있지만 착장 방식은 훨씬 자유로워졌다.

Fendi가 말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만남도 옷의 형태에서 먼저 나타난다. 공식 컬렉션 설명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기존의 옷장 구분을 넘어 만나는 상태를 이번 시즌의 한 축으로 제시했다. 실제 런웨이에서는 여성에게만 허리를 강조한 재킷을 입히거나 남성에게만 폭이 넓은 수트를 배치하지 않았다. 깊은 네크라인과 긴 코트, 여유 있는 팬츠가 남녀 모델 사이를 오갔다.

[Fendi SS27②] 셔츠 빠진 재킷, 넓어진 팬츠…치우리, Fendi 수트의 남녀 구분 지웠다. 사진=Fend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라운 아우터 안에는 검정 상의와 넓은 팬츠가 놓였다. 아우터의 부피는 크지만 허리선을 잡지 않았고 팬츠는 아래로 곧게 내려간다. 상체를 단단하게 조이고 허리를 중심으로 실루엣을 만드는 여성 정장의 익숙한 방식과 거리가 있다. 같은 컬렉션의 남성 착장에서도 비슷한 폭의 팬츠와 열린 상의가 반복된다.

재킷 안쪽을 비우는 방식도 중요하다. 셔츠와 타이를 갖추는 대신 가슴을 깊게 드러내거나 얇은 상의 한 장만 남겼다. 앞선 란제리 착장에서 브라와 피부가 옷의 한 부분으로 들어왔던 방식이 수트에도 이어진 셈이다. 여성복에서는 브라가 재킷 안으로 들어가고, 남성복에서는 셔츠의 단추를 깊게 열거나 상의를 최소화했다. 수트의 성격을 바꾼 것은 재킷 자체보다 안에 무엇을 입고 무엇을 덜어냈는지에 가깝다.

[Fendi SS27②] 셔츠 빠진 재킷, 넓어진 팬츠…치우리, Fendi 수트의 남녀 구분 지웠다. 사진=Fend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길게 떨어지는 검정 코트에는 워싱 데님이 들어갔다. 상의에는 깊게 열린 얇은 옷을 겹치고, 바지는 정장 팬츠 대신 색이 빠진 청바지를 택했다. 바닥 가까이 내려오는 코트의 격식과 오래 입어 색이 바랜 듯한 데님의 일상성이 한 착장 안에서 만난다.

데님은 SS27 테일러링을 일상 쪽으로 옮기는 데 자주 쓰였다. 재킷과 코트를 청바지 위에 걸치고, 팬츠 밑단은 반듯하게 떨어뜨리기보다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두었다. 옷의 격식을 재킷 하나로 결정하지 않고 소재와 안에 입은 옷을 달리해 같은 아우터의 인상을 바꿨다.

[Fendi SS27②] 셔츠 빠진 재킷, 넓어진 팬츠…치우리, Fendi 수트의 남녀 구분 지웠다. 사진=Fend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정 재킷과 흰색 상의, 워싱 데님을 조합한 착장에서는 색 대비가 선명하다. 재킷의 금속성 장식과 흰색 상의의 비정형적인 밑단이 청바지 위로 겹쳐진다. 검정 재킷을 정장 바지와 맞추지 않으면서 장식적인 요소도 훨씬 일상적인 옷차림 안으로 들어왔다.

[Fendi SS27②] 셔츠 빠진 재킷, 넓어진 팬츠…치우리, Fendi 수트의 남녀 구분 지웠다. 사진=Fend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비슷한 조합을 남성 모델에게도 입혔다. 검정 재킷 아래 흰색 상의를 길게 내리고 워싱 데님을 맞췄다. 여성과 남성 착장의 차이를 재킷 구조로 크게 벌리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색과 비슷한 비율을 사용하면서 체형에 따라 떨어지는 선만 달라진다.

치우리가 Resort 2027에서 말한 옷장도 여기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얻는다. 당시에는 남녀 모델에게 서로 대응하는 옷을 입히고 직선적인 코트와 재킷을 중심에 뒀다. SS27에서는 데님과 브라, 레이스, 깊게 열린 상의가 들어왔다. 계절이 바뀌면서 재킷의 안과 아래에 들어가는 옷이 달라졌고, 정장과 캐주얼을 구분하던 조합도 함께 바뀌었다.

2027년 봄여름 초반 컬렉션에서 테일러링이 다시 늘어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런던에서는 몸을 강하게 조이는 정장보다 실제로 입기 쉬운 재킷과 팬츠, 란제리에서 가져온 요소를 함께 제시하는 컬렉션이 두드러졌다. 정장과 캐주얼을 명확히 나누기보다 한 착장에 섞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Fendi는 남녀 모델에게 같은 재킷과 팬츠의 비율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Fendi SS27②] 셔츠 빠진 재킷, 넓어진 팬츠…치우리, Fendi 수트의 남녀 구분 지웠다. 사진=Fend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정 재킷과 팬츠로 다시 돌아온 착장도 셔츠와 타이를 갖춘 전통적인 수트와는 다르다. 상체의 안쪽을 가볍게 비우고 팬츠는 발목까지 여유 있게 내려간다. 검정이라는 정장의 기본색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안에 입는 옷과 상하의 비율을 달리했다.

검정 재킷에서 롱코트와 워싱 데님으로 이어지는 흐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성복에는 넓은 팬츠, 여성복에는 허리를 조인 재킷을 배치하는 익숙한 구분이 약해졌다. 재킷은 남녀 모두 길게 떨어지고, 팬츠에는 여유를 두며, 코트 아래에는 데님을 넣었다. SS27의 수트는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대신 누가 어떤 재킷과 팬츠를 입을 것인지 정해 놓았던 기존의 조합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