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di SS27③] 라파엘라 카라가 Fendi에 들어왔다…레오퍼드·퍼·골드로 번진 1970년대
검정·오프화이트 사이에 브라운과 애니멀 패턴 확대…이탈리아 팝스타의 화려한 무대 감각을 색과 소재로 옮긴 치우리
[KtN 박인경기자]라파엘라 카라의 ‘Rumore’가 쇼 음악에 섞이는 동안 Fendi의 색도 달라졌다. 검정과 흰색, 연한 핑크로 이어지던 런웨이에 브라운과 골드가 늘었고 레오퍼드 패턴과 퍼, 반짝이는 표면이 잇따라 등장했다. 속옷과 수트의 비율을 바꾸는 데 집중했던 초반과 달리 중반부터는 색과 소재 자체가 강하게 눈에 들어왔다. 1970년대 이탈리아 대중문화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카라의 존재가 옷에서도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쇼 사운드트랙에는 카라의 ‘Rumore’와 아드리아노 첼렌타노의 ‘Prisencolinensinainciusol’이 함께 사용됐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Maria Grazia Chiuri)는 카라의 무대 의상을 그대로 다시 만들지 않았다. 몸을 드러내는 짧은 옷, 레오퍼드, 광택이 강한 소재, 퍼와 금빛 장식을 여러 착장에 나눠 사용했다. 한 시대를 그대로 옮겨 놓기보다 당시 이탈리아 TV와 팝 음악에서 익숙했던 화려함을 지금의 재킷과 드레스, 팬츠에 섞은 구성이다.
검정 팬츠 위에 브라운과 검정이 섞인 퍼 아우터를 걸친 착장은 색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보여준다. 앞서 이어졌던 검정 수트와 얇은 란제리보다 표면의 부피가 커졌고, 상체에는 짙은 갈색과 검정이 겹쳤다. 하의는 검정으로 정리해 퍼의 질감이 상체에 집중된다.
퍼는 겨울옷처럼 무겁게 사용되지 않았다. 짧은 길이와 열린 앞면을 택하거나 얇은 옷 위에 걸쳐 봄여름 옷차림 안으로 넣었다. Fendi가 오래 다뤄온 소재를 계절과 상관없이 스타일의 일부로 사용한 셈이다. 얇은 레이스와 슬립이 피부 가까이에 놓이고 그 위로 부피가 큰 퍼가 올라가면서 소재의 차이도 더 뚜렷해졌다.
검정과 붉은 계열이 섞인 얇은 드레스에서는 패턴과 피부가 함께 드러난다. 작은 면적의 장식과 비치는 소재가 겹치면서 앞부분의 단색 드레스보다 시선이 분산된다. 검정이 여전히 바탕을 잡고 있지만 붉은색과 갈색이 들어오면서 색의 폭도 넓어진다.
카라가 활동한 1970년대는 이탈리아 TV 버라이어티와 대중음악의 영향력이 크게 확장되던 시기였다. 카라는 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무대 의상과 춤, 강한 색과 반짝이는 장식으로 대중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Fendi SS27은 카라의 특정 의상을 복원하기보다 짧은 상의와 드레스, 몸이 비치는 소재, 강한 패턴을 흩어 배치했다. 쇼 음악까지 카라의 대표곡을 사용하면서 옷과 음악이 같은 시대를 가리키도록 했다.
연한 올리브 계열의 드레스에는 어두운 퍼가 어깨와 목 주변에 더해졌다. 몸을 따라 내려가는 가벼운 드레스와 부피가 큰 퍼가 바로 맞닿으면서 소재의 무게 차이가 커진다. 한쪽으로 모인 드레이프와 다리를 드러내는 비대칭 길이는 긴 드레스를 정적인 이브닝웨어보다 움직임이 많은 옷으로 보이게 한다.
브라운과 올리브, 골드는 검정 사이에 한꺼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밝은 핑크와 민트가 먼저 지나간 뒤 갈색의 비중이 커졌고, 여기에 애니멀 패턴과 퍼가 붙었다. 색을 한 번에 바꾸기보다 비슷한 계열을 여러 소재로 반복하면서 컬렉션 중반의 인상을 만들었다.
화이트 셔츠와 팬츠 위에 애니멀 패턴의 짧은 퍼를 더한 착장에서는 레오퍼드의 역할이 더 분명해진다. 바탕은 흰색으로 단순하게 두고 상체에 패턴을 집중했다. 전신을 애니멀 프린트로 채우는 방식보다 기존 셔츠와 팬츠에 강한 소재 하나를 더하는 방식에 가깝다.
레오퍼드는 이후 데님과 코트에도 이어진다. 흰색 셔츠와 워싱 데님처럼 익숙한 일상복 위에 퍼나 애니멀 패턴을 올리면서 화려한 소재가 특별한 저녁 옷에만 머물지 않는다. 치우리가 이번 컬렉션에서 란제리를 재킷과 팬츠 사이에 넣었던 것과 비슷하게, 레오퍼드와 퍼도 평범한 옷 사이로 들어왔다.
밝은 드레스에 브라운과 검정이 섞인 퍼를 걸친 착장은 흰색과 애니멀 패턴의 대비를 크게 잡았다. 옷의 형태는 간결하지만 어깨와 상체에 들어간 퍼 때문에 전체 인상은 훨씬 화려하다. 색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소재와 패턴만으로 변화를 만든 구성이 두드러진다.
2027년 봄여름 밀라노에서는 장식적인 소재와 애니멀 패턴이 Fendi에만 머물지 않았다. 로베르토 카발리(Roberto Cavalli)도 레오퍼드를 비롯한 애니멀 프린트와 벨벳 데보레(velvet dévoré), 자수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검정·흰색·베이지가 많이 등장한 밀라노 초반부에서 강한 패턴과 광택을 사용한 컬렉션이 함께 나오면서 절제된 단색 옷과 장식적인 옷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Fendi의 차이는 레오퍼드나 퍼만 따로 강조하지 않은 데 있다. 브라와 슬립, 재킷, 넓은 팬츠와 함께 사용하면서 앞서 나온 옷의 형태를 그대로 이어갔다. 화려한 소재가 추가돼도 실루엣 자체가 갑자기 과장되지는 않았다. 색과 표면을 바꾸면서 초반의 옷을 다른 인상으로 전환했다.
브라운과 금빛이 섞인 짧은 드레스에서는 반짝임이 옷 전체로 넓어진다. 촘촘한 무늬와 광택이 빛을 받아 표면을 강조하고, 얇은 스타킹과 짧은 길이가 하체를 길게 드러낸다. 앞서 퍼가 부피로 시선을 끌었다면 여기서는 무늬와 광택이 같은 역할을 맡는다.
짙은 브라운 계열 착장에서는 벨벳처럼 빛에 따라 농도가 달라지는 소재가 길게 이어진다. 상하의를 같은 계열로 묶어 레오퍼드보다 패턴은 줄었지만 표면의 광택이 남는다. 검정에서 시작해 핑크와 민트를 지나 브라운과 골드로 넓어진 색의 변화가 이 구간에서 가장 짙어진다.
Fendi SS27의 1970년대는 복고 의상을 그대로 꺼내 입는 방식과 거리가 있다. 카라의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과감한 노출과 반짝임, 레오퍼드와 퍼의 화려함을 지금의 재킷과 팬츠, 드레스에 나눠 담았다. 검정 수트와 란제리로 시작했던 컬렉션에 브라운과 골드, 애니멀 패턴이 더해지면서 같은 실루엣도 전혀 다른 인상으로 바뀌었다. 치우리가 선택한 1970년대는 옷의 형태보다 색과 소재에서 더 선명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