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비자는 왜 어떤 물건에는 고민하고 어떤 물건에는 고민하지 않는가?
소비자행동에서 바라본 ‘관여도’의 의미
[KtN 김성수칼럼니스트]소비자는 매일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한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부터 휴대전화, 자동차, 여행상품, 보험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내리는 선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모든 구매를 똑같은 방식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음료 하나를 고를 때는 몇 초 만에 결정을 내리면서도, 자동차나 노트북을 구매할 때는 여러 날, 혹은 몇 주 동안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하기도 한다. 같은 소비자임에도 제품에 따라 의사결정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행동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관여도(involvement)’를 제시한다. 관여도란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구매 상황을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하는지를 의미한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제품일수록, 일반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탐색하며,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자신에게 큰 의미가 없는 제품이라면,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관여도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가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여도는 소비자가 어떤 정보를 찾고, 광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브랜드를 어떻게 비교하고, 구매 이후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이 소비자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그 제품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관여도는 고관여와 저관여로 구분할 수 있다. 고관여 제품은 소비자에게 구매의 중요성이나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구매 과정에서 많은 생각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주택, 보험, 고가의 전자제품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저관여 제품은 구매에 따른 위험이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소비자가 많은 정보를 탐색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세제, 간식, 생수, 일상적인 생활용품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고관여 소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탐색과 비교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비, 안전성,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유지비, 중고차 가치 등, 다양한 요소를 비교한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전문가의 평가를 확인하고, 실제 사용자들의 후기를 읽으며, 여러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직접 확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소비자에게 단순히 ‘최고의 자동차’라고 주장하는 광고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저관여 제품에서는 소비자가 복잡한 정보탐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슈퍼마켓에서 물이나 과자 하나를 구매할 때, 소비자는 제품의 모든 정보를 꼼꼼히 비교하지 않는다. 평소에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눈에 띄는 포장이나 할인 표시를 보고 구매할 수도 있다. 이처럼 저관여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보다, 반복적인 노출이나 친숙함, 편리성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제품 자체가 고관여 제품인지? 저관여 제품인지?를 절대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와 상황에 따라 관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커피는 일반적으로 일상적인 저관여 제품으로 볼 수 있지만, 커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소비자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원두의 산지와 로스팅 정도, 추출 방식, 브랜드의 철학 등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소비자에게 커피는 상당히 높은 관심을 가진 제품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자동차 역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높은 관여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는 다양한 모델을 비교하겠지만,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소비자는 가격과 기본적인 기능만 확인하고 구매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관여도는 제품의 특성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개인적 관심과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자신의 삶과 얼마나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관여도는 소비자의 광고에 대한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관여 소비자는 광고의 내용을 비교적 꼼꼼하게 살펴보고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저관여 소비자는 광고의 세부적인 내용을 깊게 분석하기보다는 브랜드의 이미지, 광고 모델, 음악, 디자인 등, 주변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업이 모든 제품에 동일한 광고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고관여 제품이라면,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성능과 차별점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저관여 제품이라면,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기억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반복적인 노출이나 간결한 메시지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관여도는 구매의사결정 과정의 복잡성에도 영향을 준다. 고관여 상황에서는 소비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정보를 탐색한 뒤, 여러 대안을 평가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저관여 상황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거나, 일부 단계가 생략될 수도 있다.
특히, 고관여 구매에서는 구매 이후에도 관여도의 영향이 계속될 수 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소비자는 구매 이후에도 자신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확인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자신이 구매한 제품의 평가를 다시 찾아보거나,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제품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는 구매 후 만족이나, 구매 후 부조화와도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고관여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판매 순간뿐만 아니라, 구매 이후의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까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저관여 제품에서는 반복적인 구매 경험이 브랜드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가 매번 많은 정보를 탐색하기보다, 이전에 사용해 본 브랜드를 다시 선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소비자는 다음 구매에서도 동일한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의사결정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저관여 제품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쉽게 기억하도록 만들고, 구매와 사용 과정에서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디지털 환경은 관여도에 따른 소비자의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고관여 제품을 구매할 때, 직접 매장을 방문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정보를 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제품의 가격과 기능, 후기, 영상 리뷰 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관여 제품의 정보탐색이 더욱 편리해졌으며, 상대적으로 저관여 제품도 온라인 후기나 SNS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크게 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SNS에서는 제품 자체보다 다른 소비자의 사용 경험이나 인플루언서의 콘텐츠가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던 제품이라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소비자는 해당 제품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관여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보와 경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기업은 소비자의 관여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소비자를 똑같이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의 관심 수준과 구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와 설득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고관여 소비자에게는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제품의 장점만 강조하기보다는 경쟁 제품과의 차이, 실제 사용 조건, 가격과 성능 등을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저관여 소비자에게는 복잡한 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제공하기보다는 제품의 핵심적인 장점을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관여도를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모든 제품을 지나치게 고민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중요한 제품을 충분한 정보 없이 구매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제품의 중요성, 구매 실패에 따른 위험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만큼 정보를 탐색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에 도움이 된다.
결국, 관여도는 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는가?’만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구매 상황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삶과 관련된 것으로 받아들이는가?를 보여주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정보탐색, 대안평가, 광고 반응, 브랜드 선택, 구매 후 행동 등, 소비자의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늘날 기업은 수많은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그 관여도에 맞는 정보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결국, 소비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구매하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왜 어떤 제품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어떤 제품은 아무런 고민 없이 선택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관여도라는 개념은 바로 그 차이를 설명해 준다.
소비자는 모든 상품 앞에서 같은 사람이 아니다. 어떤 제품 앞에서는 신중한 분석가가 되고, 어떤 제품 앞에서는 익숙한 브랜드를 선택하는 일상적인 소비자가 된다. 따라서, 소비자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보다 먼저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와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의 선택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며, 관여도가 소비자행동에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수 (現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