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REVIQUE, 파리 SS27 무대…웨딩 패턴을 패션 드레스로 확장
REVIQUE by Kim Misook 10월 3일 파빌리온 도핀서 새 컬렉션 공개…허리선·비대칭·드레이핑으로 이어온 체형 설계, SS27 웨딩드레스 흐름과 접점
[KtN 임우경기자]김미숙 디자이너가 오는 10월 3일 오후 3시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도핀(Pavillon Dauphine)에서 REVIQUE by Kim Misook(레비크 바이 김미숙)의 SS27 컬렉션을 공개한다. 웨딩드레스에서 축적한 패턴과 체형 설계를 바탕으로 전개해온 REVIQUE의 새 컬렉션이 파리 런웨이에 오른다.
김미숙의 작업은 허리선과 상·하체의 비례를 조정하는 패턴에서 출발한다. 상체 몸판의 길이와 허리선의 위치, 골반을 감싸는 정도, 스커트의 볼륨이 시작되는 지점을 달리하면서 신체의 비례를 다시 정리한다. 같은 드레스 실루엣에서도 허리를 몇 센티미터 위아래로 옮기고 스커트가 퍼지는 지점을 바꾸면 상체의 길이와 하체의 볼륨은 전혀 다르게 읽힌다.
김미숙이 대표 기술로 내세워온 ‘허리가 5~10㎝가량 가늘어 보이는 패턴’도 이런 비례 설계와 연결된다. 실제 신체 치수를 바꾸는 개념이 아니라 상체와 스커트의 면적 차이, 세로선의 길이, 볼륨의 위치를 조정해 허리 주변을 상대적으로 좁게 보이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웨딩드레스에서 흔히 강조되는 장식보다 패턴과 실루엣이 먼저 작동하는 구조다.
일본에서 웨딩 디자이너 유미 카츠라(Yumi Katsura)에게 배운 김미숙은 포멀웨어 디자인과 패턴 연구 경력을 거쳤다. 한영대학교에서 2018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웨딩코디네이션과 퍼스널 컬러, 퍼스널 이미지 등을 교육했고, 웨딩패션과 웨딩산업 관련 저서와 연구 활동도 이어왔다. 2014년에는 세계뷰티패션 웨딩인 1호명장으로 선정됐다.
허리선과 볼륨으로 설계한 체형 비례
흰색 드레스 전체에 분홍빛 무궁화를 배치한 디자인은 김미숙의 웨딩 작업 가운데 한국적 상징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상체에는 큰 무궁화 꽃을 입체적으로 겹쳐 보디스 자체를 꽃의 형태처럼 만들고, 넓은 스커트에는 작은 꽃잎과 무궁화 모티프를 흩어 배치했다.
상체와 하체의 장식 크기를 다르게 가져간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슴과 허리 주변에서는 큰 꽃이 몸의 중심을 만들고, 스커트로 내려갈수록 꽃잎의 크기를 줄여 넓은 면적에 분산시켰다. 같은 무궁화 모티프를 반복하면서도 크기와 밀도를 달리해 상체에서는 입체감을, 하체에서는 퍼지는 움직임을 만든 구성이다.
실루엣은 상체를 몸 가까이 잡고 허리 아래부터 스커트의 폭을 크게 넓힌 볼가운(ball gown) 형태다. 허리 주변의 부피를 억제하고 아래쪽으로 볼륨을 확장하면서 상·하체의 면적 차이를 크게 만들었다. 김미숙이 강조해온 허리 중심의 체형 설계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이다.
무궁화 장식도 단순히 한국적인 이미지를 덧붙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상체의 큰 꽃은 가슴과 허리의 경계를 따라 배치되고, 스커트의 꽃잎은 아래로 갈수록 넓은 면적에 퍼지면서 시선을 허리에서 치맛자락으로 이동시킨다. 꽃의 크기와 위치가 실루엣의 흐름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장식과 패턴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옅은 핑크와 화이트의 대비도 강하지 않다. 무궁화의 색을 고채도로 밀어붙이기보다 흰색 드레스 안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조절해 넓은 스커트의 볼륨을 유지했다. 꽃의 상징성을 전면에 세우면서도 웨딩드레스 특유의 밝은 색조를 크게 흔들지 않는 방식이다.
김미숙이 이후 REVIQUE에서 한국적 모티프를 다시 가져간다면 무궁화를 더 많이 반복하는 것보다 형태를 얼마나 절제해 실루엣에 흡수하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 입체적인 꽃을 한두 곳에 집중하거나, 꽃잎의 곡선을 허리 절개와 드레이핑에 연결하는 방식이라면 한국적 상징과 SS27의 구조적인 드레스 흐름을 보다 정제된 형태로 이어갈 수 있다.
또 다른 흰색 드레스는 기본적인 볼가운 위에 큰 핑크 곡선을 얹었다. 전체 외곽은 좌우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맞춰져 있지만 핑크 장식을 한쪽 허리에 집중시키면서 몸의 중심을 비껴간다.
색도 작은 포인트에 머물지 않는다. 가슴에서 허리를 지나 스커트로 이어지는 핑크 선이 사선을 만들면서 정면 중앙에 머물던 시선을 한쪽 아래로 이동시킨다. 대칭적인 웨딩드레스에 비대칭을 끌어들이되 옷 전체의 균형까지 무너뜨리지는 않는 방식이다.
SS27 웨딩드레스 컬렉션에서도 비대칭은 다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쪽에만 새시를 두거나 원단을 모은 드레이핑, 좌우 높이가 다른 네크라인처럼 익숙한 웨딩 실루엣의 균형을 부분적으로 틀어주는 디자인이 뉴욕과 바르셀로나에서 이어졌다.
김미숙의 기존 비대칭이 비교적 큰 장식을 덧붙이는 방식이었다면 SS27에서는 장식물을 따로 얹기보다 원단 자체를 한쪽으로 당겨 허리와 골반의 흐름을 만드는 변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기존의 체형 설계를 살리면서 드레스의 무게도 덜 수 있는 접근이다.
블루그레이 계열 드레스는 허리를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깊은 V 네크라인은 목에서 가슴까지 긴 세로선을 만들고, 허리를 감싸는 넓은 장식은 몸을 수평으로 한 차례 나눈다.
두 방향의 선이 동시에 작동한다. 깊은 네크라인은 상체를 길게 보이게 하고, 허리의 가로선은 상체와 하체의 경계를 분명하게 만든다. 허리 아래 원단은 골반을 따라 곧게 떨어지지 않고 여러 방향으로 접히며 흐른다.
드레이핑(draping)은 원단을 접고 당기거나 늘어뜨려 형태를 만드는 기법이다. 장식을 별도로 붙이지 않아도 주름이 시작되고 끝나는 위치에 따라 허리가 좁아지거나 골반의 부피가 달라 보인다.
SS27 웨딩드레스 트렌드에서 드레이핑이 다시 부상한 것도 같은 이유다. 허리 중앙을 V자 형태로 낮추는 바스크 웨이스트(basque waist), 허리선을 골반 가까이 내리는 드롭 웨이스트(drop waist)와 함께 원단 자체의 흐름으로 몸의 비율을 다시 나누는 디자인이 늘었다.
김미숙이 파리에서 체형 설계를 한 단계 정리한다면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부분도 드레이핑이다. 허리에 큰 장식을 더하기보다 원단의 방향으로 허리와 골반의 비율을 조절하면 패턴 기술이 겉으로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색과 질감이 강해질 때 달라진 김미숙의 드레스
강한 핑크와 블루를 사용한 드레스에서는 몸의 선보다 소재의 움직임이 앞에 나온다. 상체는 어깨끈 없이 비교적 단순하게 정리하고 허리 아래 대부분을 길게 늘어진 섬유 장식으로 채웠다.
프린지(fringe)처럼 길게 내려오는 여러 가닥은 넓은 천 한 장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만든다. 모델이 걸으면 각 가닥이 따로 흔들리면서 하체의 정확한 윤곽이 흐려지고 소재 자체의 운동감이 커진다.
김미숙의 전통적인 드레스가 허리와 스커트의 크기 차이로 정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다면 이런 디자인은 걸음을 옮기는 순간 형태가 달라진다. 몸의 구조를 보여주는 패턴보다 색과 촉감, 움직임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강한 핑크와 블루, 긴 섬유 장식이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시각적 정보량도 많아졌다. 컬러와 표면 효과는 강하지만 김미숙이 오랫동안 내세운 허리와 골반의 설계는 상대적으로 뒤로 물러난다. REVIQUE가 과거 작업에서 어떤 부분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SS27 일반 여성복에서도 프린지는 다시 나타나고 있다. 뉴욕에서는 바닥 가까이 내려오는 긴 프린지와 유연한 슬립 드레스, 코르셋 구조가 한 시즌 안에 함께 등장했다. 웨딩 패션 역시 본식 한 벌에서 끝나지 않고 리셉션과 애프터파티까지 여러 벌의 드레스로 넓어지면서 움직임이 강한 소재의 활용 범위가 커졌다.
REVIQUE가 비슷한 소재를 다시 사용한다면 과거보다 밀도를 낮추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상체나 허리의 일부는 매끈하게 남기고 스커트 하단에 움직임을 집중시키면 김미숙의 패턴과 프린지의 효과가 서로를 가리지 않는다.
화이트 계열의 긴 스커트 위에서는 상체의 두 개 부채형 장식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왼쪽의 검정 부채와 오른쪽의 코랄 오렌지 계열 부채를 서로 다른 높이와 방향으로 배치해 정면의 대칭을 깨고, 그 아래에는 그린·블루 계열의 몸판과 보라색 끈을 여러 겹 교차시켰다.
부채 장식은 단순한 포인트에 머물지 않는다. 왼쪽의 검정 부채는 가슴의 한쪽 면을 넓게 덮고, 오른쪽의 코랄 오렌지 부채는 위쪽으로 솟으며 시선을 어깨선까지 끌어올린다. 두 장식의 크기와 방향이 달라 상체의 중심이 한곳에 고정되지 않고 좌우로 분산된다.
보라색 끈은 가슴과 허리 주변을 여러 번 가로지르며 상체를 사선과 수평선으로 나눈다. 부채의 곡선과 끈의 직선이 한 몸판 안에서 충돌하면서 비교적 복잡한 조형을 만든다. 검정과 코랄 오렌지, 그린·블루, 보라색이 동시에 들어가 색채 자체도 장식보다 구조에 가까운 역할을 한다.
하체는 상체와 반대되는 방식으로 풀었다. 화이트 계열의 가볍고 긴 소재가 허리 아래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며 상체의 강한 색과 기하학적 형태를 받아낸다. 옆으로 크게 퍼지는 볼륨보다는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상체의 단단한 조형과 하체의 유연한 질감이 대비를 이룬다.
머리 양쪽에 놓인 검정과 흰색의 주름 장식도 상체의 부채 모티프를 반복한다. 드레스의 핵심 형태가 헤드피스까지 이어지면서 부채라는 조형 언어를 한 벌 전체로 확장했다.
SS27 웨딩드레스 컬렉션에서는 질감 자체를 디자인으로 사용하는 흐름이 강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입체적인 스커트와 천연 섬유의 표면, 러플과 플리츠가 확대됐고, 반대편에서는 매끈한 미카도와 크레이프처럼 장식을 크게 줄인 드레스도 함께 등장했다.
김미숙의 이 디자인은 질감만으로 읽기보다 상체의 오브제성과 하체의 유연한 소재를 대비시킨 작업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SS27에서 비슷한 방향을 이어간다면 부채처럼 형태가 분명한 장식을 그대로 확대하기보다 상체의 비대칭 구조와 색의 분할을 남기고, 하체에서는 더 가벼운 질감과 움직임을 정리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
호랑이·한글 그래픽, 실루엣과 결합한 한국적 모티프
검정과 흰색만으로 구성한 드레스의 중심에는 한국 민화의 호랑이 도상이 자리한다. 가슴에서 스커트 상단까지 길게 내려오는 검정 패널 위에 흰색 선으로 호랑이를 크게 그리고, 눈에는 붉은색을 더해 시선을 중앙으로 모았다. 전통 회화의 호랑이를 사실적으로 옮기기보다 굵은 선과 반복되는 나선형 무늬로 단순화한 그래픽에 가깝다. 조선시대부터 호랑이를 단독으로 그린 그림은 ‘호도(虎圖)’로 불렸고, ‘맹호도(猛虎圖)’ 역시 대표적인 호랑이 그림의 한 유형이다. 구글 아트 & 컬처
호랑이 주변으로 방사형의 흰 선을 둘러 얼굴을 강조하고, 몸통에는 줄무늬 대신 소용돌이형 선을 반복했다. 전통 민화에서 가져온 소재를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현대적인 그래픽으로 다시 정리한 형태다. 검정 바탕과 흰 선의 강한 대비 때문에 넓은 드레스 안에서도 호랑이 형상이 먼저 들어온다.
스커트에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방식의 패턴이 펼쳐진다. 흰색 바탕을 한글과 영문 문자로 빼곡하게 채우고, 그 사이에 호랑이 문양을 반복했다. ‘대한민국’이라는 한글과 ‘SEOUL’, ‘PARIS’ 등 영문 표기가 서로 다른 크기와 방향으로 배치되면서 문자 자체가 하나의 프린트가 된다.
한글과 영문을 정돈된 문장으로 배열하지 않고 크기와 방향을 뒤섞은 점도 중요하다. 글자는 정보를 전달하는 문장에서 벗어나 선과 면을 만드는 시각 요소로 바뀐다. 한글의 네모난 조형과 영문 알파벳의 곡선, 호랑이의 유기적인 선이 한 스커트 안에서 겹치면서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가 동시에 작동한다.
상체 중앙의 검정 패널은 넓은 스커트와도 강한 대비를 만든다. 호랑이 이미지를 몸의 중심에 세우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문자와 작은 도상이 퍼지는 구성이어서 시선은 중앙의 호랑이에서 스커트 전체로 확장된다. 단순히 흑백 프린트를 반복한 드레스보다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한글을 패션 그래픽으로 전환한 작업에 가깝다.
문자와 호랑이, 반복 문양이 한꺼번에 들어가면서 시각적 정보량은 상당하다. 김미숙이 강조해온 허리선과 패턴보다는 상징과 그래픽이 먼저 읽힌다. REVIQUE가 이런 방향을 다시 다룬다면 호랑이나 한글 같은 한국적 요소를 더 많이 넣기보다 한두 개의 모티프를 남기고 재단과 실루엣 속에 흡수하는 방식이 한층 정제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정 바탕의 드레스에는 한글과 영문 타이포그래피, 호랑이 도상이 함께 들어간다. ‘대한민국’, ‘SEOUL’, ‘PARIS’ 등의 문자가 몸을 따라 세로와 사선으로 이어지고, 선으로 그린 호랑이 형상이 그 사이에 반복된다. 한국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문자를 장식적으로 흩뿌리기보다 몸의 곡선을 따라 배치해 그래픽과 실루엣을 한 구조 안에 묶었다.
상체는 깊은 V 네크라인으로 중앙의 세로선을 길게 만들고, 허리와 골반을 밀착시켜 몸의 곡선을 직접 드러낸다. 어깨에는 흰색의 얇고 투명한 소재를 덧대 검정 바탕의 무게를 가볍게 나눴다. 검정과 흰색의 강한 대비 속에서도 어깨 주변에 여백이 생기면서 상체의 시선이 한곳에 몰리지 않는다.
허리에서 골반, 허벅지까지 좁게 이어지던 실루엣은 무릎 아래에서 크게 퍼진다. 머메이드(mermaid)는 인어의 꼬리처럼 상체와 허벅지는 몸에 가깝게 잡고 하단에서 폭을 넓히는 드레스 형태다. 볼륨이 큰 스커트보다 허리와 골반의 곡선이 직접 드러나기 때문에 재단과 패턴의 정확도가 옷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
문자와 호랑이 그래픽도 대부분 몸의 세로 방향을 따라 흐른다. 허리와 골반에서 좁게 모였다가 밑단이 넓어지는 지점에서 함께 퍼지면서 프린트가 실루엣을 덮기보다 형태의 변화를 따라간다. 넓은 면 위에 한국적 상징을 펼쳐놓는 방식보다 그래픽과 체형선의 관계가 한층 밀접하다.
SS27 웨딩드레스 컬렉션에서도 머메이드는 다시 주요 실루엣으로 부상하고 있다. 몸에 밀착한 상체와 하단의 확실한 볼륨 차이를 유지하면서 러플과 플리츠, 입체적인 소재를 밑단에 집중해 아래쪽의 조형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김미숙에게 머메이드는 패턴 기술을 직접 드러내기 좋은 형태다. 허리선의 높이와 골반을 감싸는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전체 비례가 크게 바뀐다. REVIQUE에서 머메이드가 다시 등장한다면 상체의 그래픽과 장식을 덜어내고 허리와 골반의 선을 더 선명하게 살리면서, 무릎 아래에서 소재와 질감을 변화시키는 방식이 SS27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닿을 수 있다.
SS27, 허리선·드레이핑·색채로 넓어진 웨딩드레스 문법
SS27 웨딩드레스는 하나의 실루엣으로 모이지 않는다. 뉴욕에서는 좌우 균형을 비튼 비대칭과 골반을 감싸는 드레이핑, 허리의 곡선을 다시 만드는 페플럼이 주요 흐름으로 나타났다. 스커트의 원단을 비틀어 바스크 웨이스트(basque waist)의 형태를 만들거나, 한쪽에만 새시와 주름을 집중해 몸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방식도 늘었다. 허리를 단순히 가늘게 조이기보다 원단의 방향과 볼륨으로 비례를 다시 만드는 쪽에 가깝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머메이드가 다시 전면에 나왔다. 허리와 골반, 허벅지를 따라 몸에 밀착한 뒤 밑단을 넓히는 기본 구조는 남아 있지만, 매끈한 실루엣만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하단의 형태와 소재에 변화를 주는 디자인이 두드러졌다. 몸을 따라가는 선과 스커트의 조형을 함께 강조하는 흐름이다.
웨딩드레스 밖의 SS27 여성복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겹친다. 뉴욕에서는 1990년대를 연상시키는 슬립 드레스가 다시 등장했고, 화이트 슈트처럼 전통적인 웨딩드레스에서 한발 벗어난 옷도 결혼식 스타일로 연결됐다. 몸을 크게 부풀리는 드레스와 달리 재단과 소재의 흐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옷이 같은 시즌 안에서 나란히 나타난다.
색채도 화이트와 아이보리만으로 좁혀지지 않는다. SS27 웨딩 컬렉션에서는 라일락과 옐로, 블루처럼 채도를 낮춘 파스텔이 확대됐다. 화이트 레이스 아래에 아이스 블루를 겹치거나, 옅은 핑크에 크리스털 장식을 더하는 식으로 전통적인 웨딩 컬러를 완전히 밀어내지 않으면서 색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김미숙은 이전 작업에서 이미 핑크와 블루를 강하게 사용했다. 색 자체는 새로운 영역이 아니다. 파리 SS27에서 컬러가 다시 등장한다면 변화는 색의 종류보다 강도와 배치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고채도 핑크와 블루를 넓게 사용하는 대신 아이스 블루나 옅은 핑크를 한쪽 드레이핑, 안쪽 레이어, 부분 장식에 제한하면 기존의 색채 경험을 보다 가볍게 가져갈 수 있다.
허리선 역시 김미숙의 작업과 SS27 흐름이 직접 만날 수 있는 부분이다. 좁은 허리와 넓은 스커트의 대비로 비례를 만들었던 기존 방식에 바스크 웨이스트나 비대칭 드레이핑이 더해지면 허리선은 하나의 수평선에서 벗어난다. 중앙을 아래로 길게 내리거나 한쪽 허리에서 시작한 원단을 골반까지 이어가는 방식은 김미숙이 축적한 체형 설계를 다른 실루엣으로 풀어낼 수 있는 선택지다.
머메이드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김미숙은 몸에 밀착된 드레스에서 허리와 골반의 곡선을 직접 다뤄왔다. SS27의 머메이드가 하단의 질감과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체는 상대적으로 정제하고 무릎 아래에서 소재의 성격을 바꾸는 구성도 기존 작업과 접점을 갖는다.
레이스와 입체 장식의 사용법도 달라지고 있다. SS27 뉴욕 웨딩 컬렉션에서는 레이스와 자카드, 깃털을 연상시키는 질감이 비대칭 실루엣과 결합했고, 드레이핑 자체로 스커트의 부피와 움직임을 만드는 디자인도 등장했다. 장식 하나를 크게 얹기보다 소재와 재단을 함께 사용해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다.
김미숙의 과거 작업에는 무궁화와 호랑이, 한글과 영문 타이포그래피, 부채 형태의 조형 장식, 프린지, 강한 색채까지 이미 폭넓은 요소가 등장했다. 한국적 모티프를 다시 사용하는 경우에도 상징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재단과 실루엣 안에 얼마나 정교하게 흡수하느냐가 REVIQUE의 다음 디자인을 가르는 부분이 될 수 있다.
무궁화를 입체 장식으로 크게 올리는 대신 꽃잎의 곡선을 허리 절개나 드레이핑으로 가져오고, 호랑이나 한글을 드레스 전체에 반복하기보다 한 부분에 집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국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옷의 구조가 함께 읽히는 접근이다.
퍼스널 이미지와 퍼스널 컬러를 웨딩에 접목해온 김미숙의 경력도 패턴과 연결된다. 같은 바스크 웨이스트라도 허리의 위치와 상체 길이에 따라 비례가 달라지고, 머메이드 역시 골반을 감싸는 지점과 밑단이 벌어지는 높이에 따라 전혀 다른 실루엣을 만든다. 화이트와 아이보리, 핑크와 블루도 밝기와 채도를 달리하면 얼굴과 드레스 사이의 대비가 달라진다.
김미숙의 기존 작업을 놓고 보면 REVIQUE의 변화는 새로운 장식을 얼마나 많이 더하느냐보다 이미 축적된 요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더 가깝다. 무궁화와 호랑이 같은 한국적 모티프, 허리 중심의 체형 설계, 비대칭과 드레이핑, 강한 컬러와 움직이는 소재까지 디자인의 재료는 이미 충분하다.
파리에서는 조합이 달라진다. 허리선을 낮추고, 드레이핑의 방향을 바꾸고, 색의 채도를 조절하고, 장식을 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과거와 다른 실루엣이 만들어진다. 김미숙이 웨딩에서 축적한 패턴을 REVIQUE의 SS27 드레스에 어떤 밀도로 남길지는 10월 3일 오후 3시 파빌리온 도핀 런웨이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