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cci SS27④] 뾰족한 어깨와 타탄 스커트…구찌 여성복에 돌아온 1980·90년대

블랙 재킷·미디 스커트·볼륨 소매에 굵은 체인까지 정돈된 오피스웨어와 거친 타탄을 한데 섞은 뎀나의 여성복

2026-10-01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어깨 끝을 날카롭게 세운 재킷과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스커트가 Gucci SS27 여성복의 큰 축을 이뤘다. 허리를 강조한 블랙 재킷과 미니·미디 스커트, 블라우스가 반복됐고, 타탄과 볼륨 소매, 굵은 체인이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1980~90년대 직장 여성의 옷차림을 떠올리게 하는 정돈된 실루엣과 당시 거리 문화에서 익숙했던 소재와 장식이 한 컬렉션에 함께 들어왔다.

[Gucci SS27④] 뾰족한 어깨와 타탄 스커트…구찌 여성복에 돌아온 1980·90년대.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블랙 재킷에서는 어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평으로 넓히기보다 어깨 끝을 위로 세워 상체의 윤곽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허리 부분은 상대적으로 좁아 재킷 위쪽의 각진 형태가 더 두드러진다. 미니 스커트와 맞춘 착장에서는 다리가 길게 드러나고, 미디 스커트에서는 같은 재킷이 훨씬 단정한 인상을 만든다.

뎀나(Demna)가 이번 여성복에서 사용한 어깨선은 단순히 재킷의 크기를 키운 형태와 다르다. 전체 부피를 크게 만드는 대신 어깨 끝과 허리의 차이를 분명하게 잡았다. 남성복에서 재킷을 몸에 가깝게 줄이고 바지 길이를 짧게 가져간 것처럼 여성복에서도 옷 전체를 부풀리기보다 특정 부위의 선을 강조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 조합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상체는 소매와 어깨에 볼륨을 두고, 허리 아래는 비교적 곧게 떨어지는 스커트를 배치했다. 상의와 하의를 모두 크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상체의 부피와 스커트의 길이를 달리하면서 몸의 비례를 나눴다.

[Gucci SS27④] 뾰족한 어깨와 타탄 스커트…구찌 여성복에 돌아온 1980·90년대.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미디 길이는 이번 여성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스커트는 짧은 재킷이나 볼륨 있는 상의와 만나면서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 직장복에서 익숙했던 균형을 만든다. 짧은 치마와 긴 치마를 함께 사용하면서 같은 어깨선도 전혀 다른 인상을 낸다.

당시 여성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어깨를 세우고 허리를 좁힌 재킷이나 블라우스와 스커트 조합은 익숙하지만, 타탄과 굵은 체인, 부피가 큰 소매가 들어오면서 단정한 정장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회사와 사교 공간에서 입던 옷을 떠올리게 하는 실루엣에 거리 문화에서 오래 사용된 소재와 장식을 섞었다.

타탄이 들어오면서 색도 크게 달라졌다. 블랙 중심의 재킷과 스커트에서는 선과 길이가 눈에 들어왔다면, 체크가 강한 미디 스커트에서는 무늬 자체가 옷의 비중을 키운다. 레드와 그린, 블루가 섞인 타탄은 상의의 부피와 맞물리면서 블랙 수트보다 훨씬 복잡한 인상을 만든다.

[Gucci SS27④] 뾰족한 어깨와 타탄 스커트…구찌 여성복에 돌아온 1980·90년대.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타탄은 구찌 여성복에서 단순한 장식 무늬로만 쓰이지 않았다. 주름이 잡힌 미디 스커트에 적용하면서 걸을 때마다 체크의 면적과 방향이 달라지고, 짧은 재킷이나 볼륨 있는 상의와 만나 하체의 움직임을 강조한다. 미니 스커트가 다리와 허리선을 드러냈다면 타탄 미디 스커트는 천의 양과 주름을 이용해 하체 쪽에 무게를 실었다.

굵은 체인 목걸이는 이런 옷에 또 다른 긴장을 더한다. 목 가까이에 크게 자리 잡은 체인은 작은 주얼리처럼 조용히 붙지 않는다. 재킷과 블라우스 위에서 독립적인 장식처럼 보이고, 타탄의 강한 무늬와 맞붙는다. SS27 남성복에서 홀스빗을 크게 키우거나 여러 개 겹쳐 사용한 것처럼 여성복에서도 금속 장식의 크기를 줄이지 않았다.

체인과 타탄을 펑크의 직접적인 재현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반듯한 재킷과 미디 스커트, 블라우스에 거친 체크와 굵은 금속 장식을 함께 놓으면서 단정함만 남기지 않은 점은 분명하다. 출근복을 연상시키는 옷과 거리 문화에서 익숙한 소재가 맞붙으면서 여성복의 성격이 한쪽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Gucci SS27④] 뾰족한 어깨와 타탄 스커트…구찌 여성복에 돌아온 1980·90년대.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볼륨이 큰 소매도 여성복의 인상을 바꾸는 데 크게 작용한다. 어깨와 팔 윗부분에 부피를 집중시키면 허리가 상대적으로 가늘어지고, 미디 스커트와 맞췄을 때 상체와 하체의 폭 차이가 커진다. 옷 전체를 넓게 만드는 오버사이즈와 달리 필요한 부분에만 부피를 준 형태다.

이런 비례는 뎀나가 이전 작업에서 자주 사용했던 과장과도 이어지지만 SS27에서는 방향이 다르다. 재킷과 소매의 크기를 키우면서도 허리와 스커트 길이를 함께 조정해 과장이 옷 전체를 삼키지 않게 했다. 뾰족한 어깨와 큰 소매가 눈에 띄면서도 기본 형태는 재킷과 블라우스, 스커트처럼 익숙한 여성복 안에 남아 있다.

1980~90년대라는 참조도 하나의 모습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단정한 재킷과 미디 스커트에는 당시 사무실에서 널리 입었던 옷의 흔적이 있고, 타탄과 체인에는 훨씬 거친 분위기가 섞여 있다. 뎀나는 어느 한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서로 다른 옷차림을 한 여성복 안에 겹쳤다.

[Gucci SS27④] 뾰족한 어깨와 타탄 스커트…구찌 여성복에 돌아온 1980·90년대.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SS27 여성복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강한 여성’ 같은 추상적인 표현보다 옷의 구조에서 찾는 편이 정확하다. 어깨 끝은 올라가고 허리는 좁아졌으며, 스커트 길이는 미니와 미디 사이를 오간다. 타탄은 블랙 일색의 옷에 색과 무늬를 넣고, 굵은 체인은 목과 가슴 부근에 시선을 모은다. 같은 여성복 안에서도 실루엣과 소재, 장식의 성격이 계속 달라진다.

구찌가 오래 다뤄온 관능적인 드레스와 비교하면 재킷과 스커트의 비중이 커진 점도 눈에 띈다. 몸을 직접 드러내는 옷만으로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고, 어깨와 허리, 스커트 길이를 조절해 몸의 형태를 새로 잡았다. 미니 스커트에서는 다리의 노출이 커지고, 미디 스커트에서는 옷의 부피와 길이가 더 큰 역할을 한다.

뎀나의 Gucci SS27 여성복은 1980~9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되살린 컬렉션은 아니다. 당시 직장복에서 익숙했던 재킷과 스커트, 뾰족한 어깨를 가져오면서 타탄과 굵은 체인, 큰 소매를 함께 사용했다. 정돈된 옷과 거친 장식을 한쪽으로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맞붙인 것이 이번 여성복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