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cci SS27⑤] 구찌 SS27, 재킷을 벗고 드레스로 간 여성복

어깨와 허리 잡은 오피스웨어에서 비대칭 드레이프·컷아웃·광택 소재로 퍼와 체인, 노출과 긴 실루엣까지…같은 컬렉션 안에서 크게 갈린 여성복의 성격

2026-10-02     임우경 기자

[KtN 임우경기자]Gucci SS27 여성복에는 서로 성격이 다른 두 종류의 옷이 놓였다. 재킷과 블라우스, 미니·미디 스커트에서는 어깨와 허리를 또렷하게 잡았지만 이브닝웨어에서는 옷의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어깨 한쪽을 비우고 허리를 드러내거나, 다리 한쪽을 길게 노출하고, 얇은 소재를 몸을 따라 흘려보냈다. 재킷이 몸의 바깥선을 만들었다면 드레스는 몸 자체를 실루엣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Gucci SS27⑤] 구찌 SS27, 재킷을 벗고 드레스로 간 여성복.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블랙 스커트와 골드 계열 상의를 맞춘 스타일에서는 이런 차이가 일찍 드러난다. 상체에는 목과 가슴을 따라 금속 장식이 집중되고, 허리 아래에서는 검정 소재가 길이가 일정하지 않은 채 흔들린다. 정돈된 미디 스커트와 재킷에서 보였던 반듯한 윤곽은 줄어들고 피부가 드러나는 면적과 장식의 움직임이 커졌다.

허리를 단단하게 조인 넓은 벨트도 눈에 띈다. 상의와 스커트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보다 허리에서 두 부분을 확실하게 끊는다. 금속 장식이 많은 상체, 검정 벨트, 움직임이 큰 스커트가 각각 다른 역할을 맡는다. 한 벌을 단순한 검정 이브닝룩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구찌가 이번 컬렉션에서 드레스를 다룬 방식에는 노출보다 비례가 먼저 작용한다. 짧게 자른 상의와 긴 하의, 한쪽만 드러낸 어깨, 깊게 갈라진 스커트처럼 좌우와 상하를 똑같이 맞추지 않는 구성이 반복된다. 몸을 많이 드러내는 것 자체보다 어느 부분을 가리고 어느 부분을 비우는지가 옷의 형태를 결정한다.

[Gucci SS27⑤] 구찌 SS27, 재킷을 벗고 드레스로 간 여성복.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검정으로 통일한 착장에서도 소재를 한 가지로 정리하지 않았다. 몸에 가까이 붙는 부분 옆에 털이나 깃털처럼 부피가 큰 소재를 붙이고, 굵은 체인과 금속 장식을 함께 사용했다. 색을 줄이는 대신 표면의 차이를 크게 만든 셈이다.

같은 검정이어도 매끈한 가죽과 털이 많은 소재, 금속 체인은 빛을 받는 정도가 모두 다르다. 조명 아래에서는 한 벌 안에서도 검정색이 서로 다른 농도로 갈린다. 재킷과 스커트에서 선과 길이로 변화를 만들었다면 이브닝웨어에서는 소재 자체가 옷의 윤곽을 바꾸는 비중이 커졌다.

털과 깃털을 사용한 옷에서는 몸의 일부를 크게 부풀리는 방식도 두드러진다. 어깨와 팔에 부피가 몰리거나 허리 아래로 장식이 퍼지면서 신체의 실제 폭과 옷의 폭이 달라진다. 뎀나(Demna)가 오래 사용해 온 과장된 크기가 여성복에서도 남아 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크게 만드는 형태는 아니다. 허리와 다리는 비교적 가늘게 두고 특정 부위에만 부피를 집중했다.

[Gucci SS27⑤] 구찌 SS27, 재킷을 벗고 드레스로 간 여성복.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골드 브라운 계열 퍼 코트는 이런 대비를 가장 크게 보여준다. 어깨와 소매에는 상당한 양감이 생기지만 안쪽의 검정 스커트는 몸에 가깝게 떨어진다. 큰 아우터와 좁은 하의가 한꺼번에 보이면서 상체와 하체의 폭이 극단적으로 벌어진다.

퍼를 고급스러움의 상징으로만 다루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부드럽게 정돈된 표면보다 털의 결이 크게 살아 있고, 코트 자체가 몸보다 넓게 퍼진다. 검정 미디 스커트와 펌프스를 붙이면서 전통적인 이브닝 스타일의 요소를 남겼지만 전체 인상은 얌전하지 않다. 단정한 드레스 위에 화려한 겉옷을 걸친 정도가 아니라 퍼의 크기가 실루엣을 지배한다.

드레스에서는 다시 부피가 줄어든다. 검정이나 퍼플, 밝은 메탈릭 계열의 긴 드레스는 몸을 따라 아래로 떨어지고, 넓은 스커트보다 세로선을 강조한다. 재킷의 어깨나 퍼의 부피처럼 몸 바깥으로 크게 나가는 장치가 줄면서 허리와 골반, 다리의 선이 직접 드러난다.

[Gucci SS27⑤] 구찌 SS27, 재킷을 벗고 드레스로 간 여성복.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블랙 롱드레스는 한쪽 다리를 길게 드러내는 절개와 허리의 컷아웃이 함께 들어갔다. 긴 소매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를 유지하면서 허리와 다리 일부만 비웠다. 노출 면적을 전체적으로 넓히지 않고 검정 소재가 몸을 감싸는 부분과 피부가 드러나는 부분을 선명하게 나눴다.

검정색을 사용했다고 해서 옷의 인상이 무거워지지는 않는다. 허리의 빈 공간과 긴 슬릿 때문에 몸의 세로선이 계속 이어지고, 얇게 붙는 소재가 걸음에 따라 움직인다. 구조적인 재킷에서 어깨와 허리를 옷이 직접 만들어냈다면 이 드레스에서는 몸의 선이 옷의 형태를 완성한다.

SS27 이브닝웨어에서 비대칭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좌우 길이를 맞추고 몸 전체를 감싸는 정통적인 롱드레스보다 한쪽 어깨나 허리, 다리를 열어 두는 형태가 많다. 드레이프(drape)도 좌우를 같은 양으로 떨어뜨리기보다 한쪽으로 흐르게 했다. 몸을 중심으로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드레스보다 옷감이 어느 방향으로 떨어지는지를 강조했다.

퍼플 드레스에서도 장식 자체는 많지 않다. 강한 색을 사용하면서 몸을 따라 길게 떨어지는 선을 남겼고, 넓게 부풀린 스커트나 복잡한 자수 대신 소재와 길이로 존재감을 만들었다. 검정 이브닝웨어와 비교하면 색은 훨씬 강하지만 형태는 오히려 간결하다.

[Gucci SS27⑤] 구찌 SS27, 재킷을 벗고 드레스로 간 여성복. 사진=Alessandro Lucioni/Vogue Runwa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밝은 메탈릭 계열의 긴 드레스에서는 광택과 드레이프가 함께 작용한다. 몸에 가까이 붙은 얇은 소재가 조명을 받아 밝고 어두운 부분을 만들고, 천이 흘러내리는 방향에 따라 색도 달라진다. 별도의 큰 장식을 붙이지 않아도 표면의 반사와 주름이 옷의 변화를 만든다.

이 드레스는 SS27 여성복에서 뎀나가 사용한 두 가지 접근을 함께 보여준다. 몸을 감싸는 부분은 상당히 단순하지만 완벽하게 반듯한 대칭은 피했고, 장식은 줄였지만 소재의 광택은 강하게 남겼다. 옷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신체와 소재가 맞닿는 부분에서 변화를 만든 것이다.

재킷과 스커트에서는 1980~90년대 오피스웨어의 흔적이 강했다. 이브닝웨어로 범위를 넓히면 같은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이미지가 나온다. 몸에 가까이 붙는 긴 드레스, 강한 블랙과 퍼플, 광택이 있는 소재, 퍼와 금속 장식은 낮에 입는 정장과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든다. 한 컬렉션 안에서 여성복의 용도를 하나로 제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여기서 더욱 뚜렷해진다.

SS27을 단순히 실용적인 방향으로 돌아선 컬렉션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려운 것도 드레스 때문이다. 수트와 화이트 팬츠, 해링턴 재킷처럼 일상적으로 입기 쉬운 옷이 많아졌지만 여성복에는 몸을 드러내는 컷아웃과 비대칭 드레스, 큰 퍼, 금속 장식도 그대로 남아 있다. 매장을 무대로 삼았다고 해서 모든 옷을 현실적인 데이웨어로 바꾼 것은 아니다.

뎀나가 구찌에서 택한 방법은 한쪽을 버리고 다른 한쪽만 남기는 것과 거리가 있다. 어깨를 세운 재킷과 미디 스커트 옆에 몸에 붙는 롱드레스를 두고, 단정한 블랙 옆에는 퍼와 체인, 퍼플과 메탈릭을 놓았다. 같은 여성복 안에서도 옷을 입는 시간과 상황이 달라질 때 실루엣까지 크게 달라졌다.

Gucci SS27의 드레스가 남기는 변화도 화려함 자체에 있지 않다. 재킷에서는 옷이 몸의 형태를 만들었고, 드레스에서는 피부와 허리, 다리, 옷감의 흐름이 형태를 만들었다. 어깨와 허리를 단단하게 잡았던 여성복이 비대칭과 드레이프, 컷아웃으로 옮겨가면서 같은 컬렉션 안에서도 몸을 다루는 방법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