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두의 인터뷰⑨] 래퍼에서 화가로, 작가 타이미가 그리는 또 다른 이야기

20년 래퍼 인생에서 회화 작가로 새로운 도전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건네는 ‘무무’의 이야기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타이미가 꿈꾸는 미래

2026-11-04     팻두 아티스트

[KtN 팻두 아티스트]  강렬한 랩과 거침없는 가사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래퍼 타이미가 이제는 캔버스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1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던 그는 약 20년간의 음악 활동을 거쳐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회화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타이미의 작품 세계 중심에는 '무무(無無)'라는 신비로운 소녀가 있다. 텅 빈 눈과 묘한 표정을 지닌 무무를 통해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 순수함과 꿈, 사랑과 행복을 이야기한다. 무대 위에서는 파도처럼 강렬했던 타이미가 이제는 고요한 호수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이하 작가와 결혼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타이미. KtN 팻두 아티스트가 그를 만나 음악에서 미술로 이어진 예술 세계와 새로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회화 작가로 활동 중인 타이미가 자신의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캐릭터 '무무'를 비롯한 다양한 회화 작품을 통해 음악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사진 제공=타이미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타이미 작가님, 안녕하세요! 여전히 강렬한 래퍼 ‘타이미’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데요. 지금은 아트워크와 회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작가 타이미를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 지금의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타이미]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디스랩을 제일 찰지게 했던(?) 타이미입니다. ㅎㅎ 언프리티랩스타 시즌1에 나왔었고, 그게 벌써 11년 전이네요. 20여년간 래퍼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전공을 살려서 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활발하게 전시회와 아트페어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창작의 방법만 달라졌을 뿐 꾸준히 예술을 하며 지내고 있어서 즐겁습니다. 

[팻두]

랩은 자신의 이야기를 ‘언어와 리듬’으로 표현하는 작업이고, 미술은 ‘색과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이잖아요. 음악에서 미술로 표현 방법이 달라지면서 오히려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부분이 있나요? 반대로 랩으로만 표현할 수 있었던 감정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초록빛 세상 속에 동물과 꽃, 별, 행성 등 다양한 상상의 요소들이 자유롭게 펼쳐져 있다. 화면 아래 두 팔을 벌린 소녀의 모습은 어린 시절 품었던 무한한 상상력과 꿈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제공=타이미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타이미]

확실히 청각 예술과 시각 예술의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귀에 의존해서 느낄지, 아니면 눈에 의존해서 느낄지. 어떤 게 더 뇌와 심장, 인간의 감정에 빨리 도달하는지 그런 걸 저도 모르게 실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운드와 언어로 구현해 내는 예술이 저에게는 조금 더 추상적인데, 너무 오래 음악을 하다 보니 여러 가지 노하우와 습관 같은 게 쌓이면서 저 스스로 갇힌 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매너리즘을 많이 느꼈었죠.

그러다 보니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지는 시각예술에서는 더 창의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음악에서 미처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많이 해보고 있어요. 비단 음악이라는 수단의 특징 때문에 그런건 아니고, ‘래퍼 타이미’ 라는 정체성 안에 갇혀서 나오지 못했던 저의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감정이든 랩으로도 그림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랩에서만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 그림으로도 표현 가능한 것 같아요. 다만 청자의 입장에서는 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귀에다가 대고 욕하는 거랑, 그림을 그려서 욕하는 건 와 닿는 임팩트가 다르니까요 (하하) 

[팻두]

(어쨌든 욕을 하시네요. 하하) 작품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캐릭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타이미]

제가 무무 라고 이름을 붙인 캐릭터예요. 없을 무(無) 자를 두 개 붙여서 씁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의 아이라는 뜻이에요. 작품 초기에는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아이라서 우비 같은 모자를 씌워 그렸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긴 아주 귀여운 여자아이가 됐어요. 이 캐릭터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을 투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들었어요.

눈이 텅 비어 있고, 무표정한 그림이 많은데 일부러 감정을 숨겼어요.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게 하고 싶어서 묘한 표정으로 그리려고 합니다. 캔버스에서 보여주는 무무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잊고 있던 걸 기억해내면 좋겠어요.

드넓은 푸른 물 위에 소녀가 몸을 맡긴 채 떠 있다. 물결을 따라 이어지는 유려한 색채와 섬세한 문양이 어우러져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사진 제공=타이미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작가님의 작품들을 보면 단순히 예쁜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캔버스 안에 옮겨놓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작가님이 그림을 통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가요?

[타이미]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요. 무모할지도 모르는 커다란 꿈, 상처받은 적 없이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순수함,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꺼낼 수 있었던 솔직한 말, 아주 작은 소소한 것들에서 느꼈던 행복, 이런 것들입니다. 우리가 어릴적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꼈던 이 감정들을 이제는 다 잃어버린 것 같아요. 시간에 돈에 쫓기고, 삶에 지쳐서,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가며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감정들을 다시 느끼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 제가 그것들을 그리워해서 그리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제 작품 활동은 전체적으로 그 잃어버린 것들을 상기시키는 게 목적이지만, 이 아이를 통해 더 큰 메세지도 담아보려고 해요. 예를 들면 최근 작업한 작품에 차별과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것처럼요. 내가 무모한 어린아이였다면 세상에 대고 소리치고 싶었던 메시지랄까요. 

부드러운 녹색 풍경 속 작은 소녀가 나무 그늘에 기대어 앉아 있다. 넓은 자연과 대비되는 작은 인물의 모습이 고요함과 평온함을 전하며, 잠시 쉬어가는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사진 제공=타이미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예전에는 무대에 올라 수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결과물을 바로 보여줬다면, 그림은 작업실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무대 위의 타이미’와 ‘작품을 그리는 타이미’는 어떤 부분이 다를까요? 

[타이미]

무대는 화려하고, 즐겁고, 오래오래 연습해서 압축해 놓은 것들을 폭발시켜 뽐내는 곳 같아요. 아주 큰 소리로 세상에 나를 알리는 게 무대인 것 같아요. 반대로 작품을 그린다는 건 조금 더 도를 닦는 행위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입을 닫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이 많이 필요해요. 

무대 위의 타이미는 파도와 폭포 같고, 작품을 그리는 타이미는 계속 깊어지고 맑아지는 호수 같아요. 

[팻두]

미술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는 어떤 작품을 좋아하셨고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타이미]  

그때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ㅎㅎ) 왜냐하면 입시 미술에 찌들어 있었거든요.(ㅎㅎㅎ) 그냥 잘 그려내기 위해 엉덩이를 오래 붙이고 기초 기술을 익혔던 때인 것 같아요. 고2부터 입시 미술 학원에 다녔고 실기에 전념했었어요.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해 그렸던 그림이죠. 실기 능력이 꽤 좋아서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도 홍대 앞의 유명한 입시미술학원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때 그렸던 그림들이 뭐였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 손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양들이 빼곡하게 모인 가운데 홀로 늑대의 모습을 한 인물이 등장한다. 주변과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과 선입견을 표현하며, 다름이 왜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지 질문을 던진다. 사진 제공=타이미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지금까지 만났던 컬렉터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분에 대해 알려 주세요! 

[타이미]

아주 재밌는 분이 계셨어요. 코엑스에서 열렸던 조형아트서울 (PLAS 2025) 에서 뵈었던 분인데, “와우!!!타이미!!??” 라고 아주 크게 소리 지르며 다가오셔서 작품을 정말 진지하게 봐주셨어요. 래퍼로 활동할때의 제 창작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더라고요. 과거의 래퍼 타이미를 기억하면서 작가 타이미로 이어지는 표현까지 총체적으로 생각하며 감상해 주시는 게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을 컬렉팅 하실 때 작품의 뒷면까지 보고 결정하고 싶다고 하셔서 그때 제가 좀 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ㅎㅎ) 그때는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던 때라 작품 뒷면을 크게 신경쓰지 못했었거든요. 그분 덕분에 지금도 작품 뒷면까지 예쁘게 작업하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분이 컬렉팅 하신 그림은 ‘MINE’ 이라는 작품인데요, 질투와 소유욕에 대해 다룬 작품이었어요. 그게 타이미의 느낌과 가장 어울린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꽤 다크했던 작품이라 종종 그 컬렉터님과 나눈 대화가 떠오르곤 합니다. 

[팻두]

최근 이하 작가님과 결혼하신 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로 작품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진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미술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는지 궁금합니다!

[타이미]

축하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놀라기도 했고, 기사가 많이 나서 더 놀랐었어요. 덕분에 행복하고 감사하게 결혼식을 잘 마쳤습니다. 작가 부부이다 보니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눠요. 그림으로 먹고사는 이야기부터, 미술 시장에 대한 견해, 각자의 작품 표현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게 공유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과 함께 가장 큰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하고 즐겁더라구요.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고, 서로 도와주며 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결혼 꼭 하세요. 결혼 행복한 겁니다. 정말요. 

분홍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진 거대한 나무에 작은 생명체들이 모여 있다. 구름 위에 선 푸른 머리의 소녀와 신비로운 나무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제공=타이미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한 질문인데요. 새 앨범을 내실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내신다면 어떤 분위기의 어떤 스타일의 곡을 내고 싶으신지! 

[타이미]

팻두님이 저한테 자꾸자꾸 앨범 내라고 얘기해 주시는데, 사실 그림 시작할 때도 팻두님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팻두님 덕분에 용기 내서 첫 전시를 할 수 있었던 거라서, 잘 새겨듣고 앨범도 더 미루지 말고 다시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아직 어떤 분위기의 어떤 곡일지는 저도 감이 잡히지 않아요. 너무 오래 타이미라는 캐릭터를 잠재워 놔서요. 사실 마지막 작업했던 앨범이 엎어진 이유도, 변해버린 제 자아가 타이미라는 캐릭터에 반감을 느꼈던 게 커요. 억지로 타이미의 센 캐릭터를 보여주기에는 제가 많이 평온해졌거든요 (ㅎㅎㅎ) 아마 디스하고 화나 있던 때와는 지금 감정이 많이 달라서, 조금 더 편안하고 말랑한 곡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삶이 행복한데 억지로 화를 낼 수는 없으니까요 (하하)

[팻두]

좋습니다! 기대 할게요! 타이미 작가님이 예술가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타이미’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타이미]

예술가라는 말이 뭐랄까 새삼 꽤 거창하네요. 제가 창작하고 표현하는 걸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해요. 순수하게 재밌어서예요. 그래서 첫 번째 목표는 계속 재미있게 살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제 작품들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게 좋아요. 큰 위로를 주기도 하고, 답답했던 걸 속 시원하게 해주기도 하고, 무기력하던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요.

의사도, 경찰도, 국가도 개인에게 해줄 수 없는 것을 예술이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향을 주면 결국 세상이 영향을 받겠죠. 그 감동과 마음이 시대가 바뀌어도 남게 하는 것이 제 두 번째 목표입니다. 

타이미 작가가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회화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작가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사진 제공=타이미 작가 /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팻두]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화이팅!!! 

[타이미]

네! 재밌는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재·인터뷰]

팻두

스토리텔링 화가
現) 김포대학교 겸임교수
그림 에세이 『틀에서 깨어나기』 저자
유튜브 〈팻두의 스토리텔링〉 구독자 11만 명
음악 활동 (2006~ / 400여 곡 발표)
국내외 개인전 및 단체전 다수 참여
아트토이 캐릭터 〈도로보도그〉, 〈악구리〉 작가

이메일: kisskelly@naver.com